“피지컬 AI 전장 확대…RFM 주도권 경쟁 본격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후 07:21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업계가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텍스트와 이미지 영역을 넘어 물리 세계로 확장되면서, 로봇이 시각 정보를 이해하고 작업 지시를 수행하는 ‘피지컬 AI’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포스코DX는 NC AI와 함께 산업 현장용 RFM 공동 개발에 나섰다. 양사는 포스코DX의 로봇 시뮬레이션·제어 기술과 NC AI의 모델 개발 역량을 결합해, 시각·언어·행동을 통합하는 VLA(시각-언어-행동) 기반 AI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기존처럼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작업물 위치 변화나 설비 환경 차이 등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스스로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있다.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오른쪽)과 김민재 NC AI CTO가 NC AI 판교 본사에서 '로봇 피지컬AI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DX)
NC AI는 국방 분야에서도 RFM 관련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로템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피지컬 AI 국책과제에 참여해 로봇 학습의 핵심 기술인 월드모델 개발을 맡았다. 월드모델은 로봇이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환경 변화를 가상공간에서 학습하고 예측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실제 현장 투입 전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LG그룹도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066570)는 마음AI(377480), KT(030200), 로보티즈(108490) 등과 함께 피지컬 AI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국책과제를 수행한다. 월드모델 아키텍처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계 기술, 데이터 파이프라인, 피지컬 AI 시뮬레이터, 로봇 인티그레이션 등이 핵심 개발 대상이다. LG CNS(LG씨엔에스(064400))는 로봇 학습·운영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통해 외부 RFM을 산업 현장에 맞게 학습시키고, 여러 로봇을 통합 운영·관제하는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공공 연구기관도 개방형 RFM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오는 9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V1.0과 데이터셋 공개를 예고했다. 국내 로봇 지능 생태계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공공 영역에서 모델과 데이터 기반을 마련해 산학연 협력의 출발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스타트업 진영은 특화 모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리얼월드는 5지 로봇손 조작에 특화한 RFM ‘RLDX-1’을 공개했다. 시각·언어 중심의 기존 VLA 모델을 넘어 토크, 촉각, 작업 기억까지 처리하는 ‘덱스터리티 퍼스트’ 설계가 특징이다. 제조·물류 현장에서 필요한 정교한 파지와 접촉 제어를 겨냥한 모델이다.

리얼월드 RFM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위로보틱스 휴머노이드 '알렉스'가 카드를 집어 들고 있다. (사진=리얼월드)
투모로로보틱스는 온디바이스 로봇 AI 모델 ‘하빌리스-베타’를 통해 시간당 처리량(TPH)을 핵심 성능 지표로 내세웠다. 단발성 작업 성공률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강조한 접근이다. 로봇 내부 장치에서 AI를 직접 실행하는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지연 시간을 줄이고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도 RFM 국산화를 제조 AI 전환 정책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M.AX 얼라이언스 AI로봇 분과에는 로봇 완제품 기업뿐 아니라 AI 기업, 부품 업체, 수요 기업 등 약 28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로봇 R&D 지원과 현장 실증 사업을 통해 AI 로봇의 상용화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RFM 경쟁이 단순한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서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산업 데이터 확보,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온디바이스 추론 기술, 이기종 로봇 운영 플랫폼, 그리고 시뮬레이션과 실제 환경 간 차이를 줄이는 심투리얼(Sim-to-Real) 정합성이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 물류, 조선, 국방처럼 복잡하고 예외 상황이 많은 분야에서는 현장 데이터와 검증 인프라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역시 월드모델을 피지컬 AI 구현의 핵심 기반 기술로 보고 있다. 월드모델은 로봇이 물리 세계의 구조와 동역학을 이해하고 미래 상태를 예측하도록 돕는 기술로, 데이터 부족 문제와 사전 검증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RFM 경쟁은 합성 데이터, 가상 시뮬레이션, 제조 특화 물리 데이터셋 확보 경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SPRi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월드모델 경쟁에서 제조업 기반 산업 데이터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조 현장은 로봇 동작, 설비 상태, 공정 과정, 불량 및 예외 사례 등 물리 세계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조 특화 데이터셋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모델 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현장 검증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조, 물류, 조선, 국방 등 산업 현장에서 RFM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다양한 예외 상황에 대응하며, 기존 로봇 운영 시스템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상용화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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