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글에서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 등 거대 AI 및 혁신 기술 기업들이 고고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며 “이 기업들은 영미의 전통적인 기업 지배구조(독립적인 이사회 감시, 리스크 기반 인센티브, 확실한 승계 계획 등)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창업주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맞춤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 시장 압박에서 벗어나 혁신을 추구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신기술의 통제권이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우려 또한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KAIST 명예교수)
이 교수는 현재 글로벌 혁신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구조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① 차등의결권(Super-voting equity) 고착화
그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나 메타처럼 ‘1주 1의결권’ 원칙을 무시하고, 창업주가 소수 지분만으로도 절대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일반 주주보다 10배 높은 의결권을 갖는 주식을 통해 과반을 확보했으며, 독립적 이사회나 보상위원회 의무가 면제되는 ‘지배기업(Controlled company)’ 예외 조항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 규제 쇼핑과 차익거래 (Regulatory Arbitrage)
이 교수는 기업들이 “주(State)정부와 증권거래소 간 경쟁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례로 “알리바바가 마원의 지배권을 보장하기 위해 뉴욕증시에 상장하자, 중국·홍콩·싱가포르가 일제히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머스크는 이사회 독립성 문제로 연봉 패키지가 무효화되자 스페이스X의 법적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친기업적인 텍사스로 옮겼다”며, “상장 후 단 15일 만에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 인덱스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틈도 없이 즉각 주식을 매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③ 하이브리드 구조(공익법인·신탁)의 한계
이 교수는 오픈AI와 앤스로픽의 구조도 문제 삼았다.
그는 “비영리로 시작한 오픈AI가 영리 목적의 공익법인(PBC)으로 전환하면서 이사회가 창업주 측근으로 채워지며 사실상 CEO에게 권력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또 “앤스로픽은 안전을 위해 독립 전문가가 이사회를 선출하는 ‘장기 이익 신탁(Long-Term Benefit Trust)’을 만들었지만, 주주 과반 동의만 있으면 해체가 가능해 결국 창업주와 아마존·구글 같은 투자자들이 최종 권한을 쥐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창업자 절대 우위 시장… 견제 장치는 약화”
이 교수는 현재 시장을 “대박 가능성의 모험 창업자 절대 우위 시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돈은 넘쳐나지만 혁신 스타트업은 귀하다 보니 기관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과 감시 기능 약화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관 투자자들은 차등의결권 유효기간 제한 등을 요구하지만, 시장 구조 자체가 이를 충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변혁적 기술의 최종 방어선이 창업주 개인의 판단과 오만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가오는 AI 거대 기업들의 IPO는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몇몇 창업주(AI 신들)에게 인류의 미래 통제권을 영구히 쥐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술적 안전장치(AI Guardrails)를 만드는 데는 온 세상이 분주하지만, 이를 통제할 기업 지배구조의 안전장치는 오히려 해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여전히 ‘재벌 공화국’ 프레임에 갇혀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논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무시하고 ‘재벌 공화국’이라는 신화에 빠져 경영권 보호 수단을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벅 코리아 사태나, 감옥 안 갔다 온 재벌 총수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며 “툭하면 사죄하고 감옥 가는 구조만 있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라는 취지의 문제 제기로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병태 교수는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로,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 합류를 선언했다. 그는 당시 이번 협업을 주류 경제학을 현장 정치에 반영할 마지막 기회로 보았으며,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두고 은퇴자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