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수년 내 AI가 AI 만든다”… 미·중급 ‘프론티어 AI’ 독자 개발 선언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후 06:00

[이데일리 한광범 ·강민구 기자] 글로벌 빅테크의 독주로 인한 ‘인공지능(AI) 패권 독점’ 우려에 대해 정부가 국가의 사활을 건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한된 예산을 고려해 제조·산업 특화 AI에 집중하려던 기존 전략을 수정, 미국·중국이 장악한 ‘최첨단 범용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승부수다. 최소 수조 원이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비용 장벽 앞에서도 “AI 기술 자립은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9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 AI 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제조 특화 넘어선다… 기술·안보 주권 위해 프론티어 AI 독자 개발”

정부의 당초 구상은 국내 강점인 제조·산업 중심의 인공지능 전환(AX)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앤스로픽의 ‘클로드 미토스’, 오픈AI의 ‘GPT-4o’, 구글 ‘제미나이’ 등 인간 수준의 추론이 가능한 프론티어 AI가 잇따라 등장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배 부총리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며 “그동안 한국은 제한된 예산으로 효율적인 투자를 해왔지만 이제는 미·중 수준의 프론티어 AI 모델에 도전해야 할 시점”이라고 선언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프론티어 AI 개발에는 글로벌 빅테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소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 배 부총리는 한국의 현주소에 대해 “현재 정부의 AI 관련 예산 규모는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 단 한 곳이 투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냉정하게 진단하면서도, “국가 인프라·데이터·인재를 총동원하는 프론티어급 모델을 만드는 도전을 위해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지금 하고 있다”며 예산의 대폭 증액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머지않아 수년 내에 AI가 스스로 AI를 학습하고 발전시키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 속도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AI의 미래는 물론 국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GPU 26만 장 규모를 확보하는 ‘AI 고속도로’ 사업을 가속하고, 국산 AI 반도체(NPU) 활용을 확대해 독자 공급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연구개발(R&D)현장에도 AI가 과학 연구에 자율 참여하는 ‘초지능 과학자(ASI) 시스템’을 도입한다.

배 부총리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예견한 “2045년쯤이면 AI가 인류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수 있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유연성을 갖고 기준점을 세우되, 기술 변화에 맞춰 국가 전략을 능동적으로 계속 수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질적인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다가올 특이점 시대에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발언이다.

◇“시혜적 복지 아닌 공평한 무기”… 배 부총리가 그리는 ‘AI 기본사회’

배 부총리는 AI 고도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다가올 ‘초이익 편중’과 ‘일자리 감소’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서도 철학이 담긴 해법을 제시했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 나눠주는 복지나 사후 재분배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대신 그는 국민 모두에게 가장 강력한 디지털 무기를 공평하게 쥐여주겠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정부는 이처럼 독자적으로 확보할 프론티어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그 핵심 구현 수단인 국가 AI 서비스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연내 공개한다. 사용자의 질문에 답만 하는 단순 챗봇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금융·투자·민원 등 복잡한 행정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기반의 플랫폼이다. 올해 11월 일부 서비스를 선보인 후, 사업자 공고 등을 거쳐 2028년까지 전 국민에게 무료로 본격 공급된다.

배 부총리는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부의 편중 문제는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은 뒤, “특히 저는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모두의 AI’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AI를 통한 경제활동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누구나, 전 국민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무기처럼 가지고 있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누구나 AI를 통해 유용한 성과를 만들고 그 혜택을 누리는 ‘AI 기본사회’를 만들기 위해 에이전트 시대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설파했다.

전 국민 서비스에 따른 대규모 컴퓨팅 유지비 등 2028년 이후의 서비스 운영 재원에 대해 배 부총리는 “우선 공고를 통해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시작하되, 서비스 과정에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확보할 수 있는 민간 기업들과 민관 공동 투자 등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 부총리는 “앞으로는 AI 활용 능력이 생존을 가르는 조건이 될 것”이라며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도 소외되지 않고 쉽게 다룰 수 있는 국민 도구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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