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출자 연구소기업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창업 5년 만에 글로벌 제약사 기술이전과 복수의 임상 진입이라는 성과를 손에 쥐었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내년 1분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를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이미지=홍주연 기자)
◇"활성 좋은 물질이 아니라 임상까지 가는 구조를 설계한다"
큐어버스의 신약 개발 철학은 올바른 구조(Right Structure)로 요약된다. 스크리닝으로 활성이 높은 물질을 먼저 찾고 이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초기 단계부터 타깃 선택성·효능·안전성·혈뇌장벽(BBB) 투과성·약물성·생산 가능성·기술이전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 구조를 설계한다.
조 대표는 "기존 방식은 개발 후반부에 독성, 약동학, 선택성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큐어버스는 임상과 사업화까지 갈 수 있는 올바른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을 개발 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철학은 파이프라인 전반에 구현돼 있다. 뇌질환 치료제 CV-01은 세포 노화 과정과 관련된 Keap1·Nrf2 단백질 경로를 조절한다. 기존 Nrf2 활성화 약물들의 비선택적 반응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 KEAP1 내에 있는 아미노산인 시스테인151(Cysteine151ㆍCys151) 선택성과 가역적 공유결합이라는 구조적 차별성을 추구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V-02는 임상적으로 검증된 혈액 내 면역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S1P1' 단백질을 타깃한다. 이때 치료 효능은 유지하면서 심혈관계 부작용과 연관된 경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고형암 후보물질 CV-03은 암세포가 자라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 DDR1·DDR2 가운데 DDR1 단일 타깃 선택성 확보에 집중했다.
◇파이프라인 3종, 단계별 순항
세 파이프라인은 각기 다른 개발 단계에서 동시에 진전을 이루고 있다. CV-01은 알츠하이머병과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며 국내 임상 1상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가 오는 8월 완료될 예정이다. 유럽 브릿지 임상시험계획서는 지난 4월 제출을 마쳤다. 큐어버스는 알츠하이머병 임상 2상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CV-02는 기존 S1P 계열 약물의 심장 부작용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약물과 달리 β-arrestin 편향성 작용제(biased agonist) 전략으로 설계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미국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CV-03은 KRAS 변이 폐암 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DDR1 저해제 후보물질로 지난달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처음으로 데이터를 공개했다. AACR에서 발표한 CV-03 데이터는 X-ray 코크리스털 구조를 통한 DDR1 결합 메커니즘 확인, 468종 키나아제 패널 스크리닝을 통한 선택성 입증, KRAS 변이 A549 xenograft 모델에서의 용량 의존적 종양 성장 억제 효과로 구성됐다.
파클리탁셀 등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 시 인비트로(in vitro) 항종양 효능 증진 가능성도 데이터로 제시됐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28년 4분기에 임상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력으로 이뤄낸 5600억원 규모 기술이전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한 것은 CV-01의 기술이전이다. 큐어버스는 2024년 10월 이탈리아 글로벌 제약사 안젤리니파마(Angelini Pharma)와 총 3억7050만달러(약 5624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중국·홍콩·대만을 제외한 글로벌 권역의 연구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계약까지는 약 16개월이 소요됐다. 2023년 6월 바이오(BIO) USA에서의 첫 미팅을 시작으로 2024년 2월 예비 실사와 주요 조건 협의, 5월 논 바인딩(Non Binding) 텀싯 체결, 6~7월 본 실사, 이후 약 3개월간의 계약 협상을 거쳤다. 실사는 작용기전, Cys151 선택성, 독성, 규제자료, 지식재산권까지 총 92개 항목에 달했다.
계약 이후에도 양사의 협력은 긴밀하게 이어지고 있다. 큐어버스는 현재까까지도 안젤리니파마와 2주마다 정기 미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 2상 준비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안젤리니파마 측이 뇌질환 파이프라인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고, 빠르게 상업화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며 "적응증 확장 논의도 함께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공동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큐어버스는 오는 6월 열리는 BIO USA 2026에서는 CV-01의 한국·중국 판권에 관심 있는 업체들과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젤리니파마와의 기존 계약이 해당 권역을 제외하는 구조여서 별도 파트너링 전략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CV-03과 관련해서도 잠재 고객사들이 어떤 데이터를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R&D에 반영하는 시장 조율 미팅을 병행할 계획이다.
큐어버스 파이프라인.(자료=큐어버스)
◇국책과제 20개·190억원, 효율적 재원 운용의 기반
큐어버스의 재무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국책과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구개발비 운용이다. 현재까지 누적 20개, 총 190억원 규모의 국책과제를 수주해 신약개발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리즈B 투자 유치로 확보한 250억원은 거의 소진하지 않고 비축해뒀다.
조 대표는 "많은 개발 실비를 국책과제로 효율적으로 충당하고 있어 투자금을 보존할 수 있었다"며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큐어버스는 시리즈C 라운드는 건너뛰고 올해 3분기 프리(Pre) IPO 투자 유치로 직행할 계획이다. Pre IPO 목표 조달 규모는 300억원, 상장 시 유상증자 목표는 600억원이며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주관사를 맡았다. 조달 자금은 CV-01 임상 2상 추진, CV-02 미국 임상 지속, CV-03 GLP 독성시험 준비, CMC 및 글로벌 BD 활동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까다로워진 IPO 시장, 검증된 기업에는 기회"
최근 바이오 기술특례상장 심사가 한층 엄격해진 흐름에 대해 조 대표는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읽었다. 그는 "전임상 단계 가능성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기술이전 레퍼런스, 두 개의 임상 자산, 파이프라인별 명확한 기술이전·공동개발 전략을 갖추고 있어 상장 이후에도 가치 상승 이벤트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약개발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저분자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좋은 과학을 좋은 구조로 만들고 그 구조를 임상과 글로벌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이 큐어버스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