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AI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 연결 기술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로봇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AI 산업의 기술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독자 기술인 ‘NVLink’와 개방형 표준인 ‘CXL(Compute Express Link)’ 간 경쟁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GPU뿐 아니라 GPU 간 연결 기술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NVLink다. NVLink는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수백~수천 개의 GPU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플랫폼에서도 NVLink 스위치가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NVLink 중심 구조가 강화될수록 개방형 연결 기술인 CXL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CXL은 CPU와 GPU, 메모리를 하나의 자원 풀처럼 연결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기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국내 스타트업들이 적극 투자해 온 분야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엔비디아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CXL 관련 시장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CXL 스위치 전문 스타트업 관계자는 “몇 달 전만 해도 CXL 스위치 관련 논의가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NVLink 중심 구조가 강화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개발 인력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 확대 속 커지는 ‘기술 종속’ 우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국내 기업들에 분명한 기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확대의 수혜를 입고 있으며, 네이버와 SK텔레콤은 AI 팩토리(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와 두산 등 로봇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방한 기간 한국을 아시아 AI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하며 반도체·통신·로봇 업계와 협력 확대에 나섰다.
반면 엔비디아의 AI 운영체제격인 쿠다(CUDA)와 AI 고속도로인 NVLink를 중심으로 한 폐쇄형 생태계가 확대될 경우 국내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업은 물론 CXL 생태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기업들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활용과 AI 주권 확보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생태계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핵심 기술 자립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석빈 서강대 AI·SW대학원 특임교수는 “엔비디아 생태계를 활용한 글로벌 진출과 소버린 AI 구축은 동시에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한국은 반도체 설계와 데이터,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만큼 NPU 등 핵심 기술의 자립 역량도 함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술 주도권까지 넘겨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HBM처럼 경쟁 우위를 확보한 분야는 더욱 격차를 벌리고, AI 반도체와 차세대 연결 기술 등 전략 분야에서는 독자 기술 확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엔비디아 생태계 참여와 AI 주권 확보는 별개의 과제”라고 말했다.
AI 시대 한국 산업계의 과제는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활용해 성장하면서도, 핵심 기술에서는 독자 경쟁력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