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18일 고리 2호기 및 고리 1호기 현장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기자단이 관계자로부터 고리 1호기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는 모습. 2026.03.18 © 뉴스1 (원안위 제공)
세계적으로 노후 원전이 늘면서 원전해체가 별도 산업 영역으로 커지고 있다. 원전을 새로 짓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술 못지않게 수명을 다한 원전을 안전하게 멈추고 해체하는 기술도 원전 산업의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흐름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로 약 200기가 해체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IAEA는 해체 사업이 수십 년 이상 걸릴 수 있고,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천억 달러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원전해체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노후 원전 증가가 있다. 상업용 원전은 수십 년 운전 뒤 계속운전, 영구정지, 해체 등 갈림길에 놓인다. 계속운전을 선택하더라도 언젠가는 해체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원자로를 멈추는 것과 해체를 끝내는 것 사이에 긴 시간과 비용, 기술적 난도가 놓여 있는 셈이다.
제염·절단·폐기물까지…단순 철거 아닌 복합 산업
원전해체는 단순 시설 철거가 아니다. 원자로와 주요 설비의 오염도를 평가하고, 방사성 물질이 묻은 설비를 제염하며, 작업자 피폭을 줄이기 위한 절단·해체 장비를 운용해야 한다. 방사선 측정, 원격 장비, 폐기물 포장·운반, 부지 복원 기술도 함께 필요하다.
해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는 작업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원자력 엔지니어링, 건설, 철거, 폐기물 관리, 환경 복원, 지역 소통이 한 사업 안에서 맞물린다. 실제 해체 경험 자체가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폐기물 관리는 해체산업의 핵심 쟁점이다.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금속, 콘크리트, 배관, 대형 기기 등은 오염도와 종류에 따라 분류·보관해야 한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계획이 불명확하면 해체 일정과 비용, 지역 수용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상업용 원전은 수십 년 운전 뒤 계속운전, 영구정지, 해체 등 갈림길에 놓인다. 계속운전을 선택하더라도 언젠가는 해체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신규 원전과 계속운전 논의가 이어질수록 수명을 다한 원전을 어떻게 안전하게 끝낼 것인지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호 위원장이 18일 부상 기장군 고리 2호기 및 고리 1호기를 방문해 현장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2026.03.19 © 뉴스1 (원안위 제공)
고리1호기 첫 상업용 해체…국내 실증 무대
국내에서도 원전해체 산업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6월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 해체를 승인했다. 고리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7년 영구정지된 원전이다.
원안위가 밝힌 고리1호기 해체 기간은 약 12년, 해체 비용은 총 1조 713억 원이다.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은 17만 톤으로 예상됐다. 이 중 방사능 농도가 매우 낮은 자체처분 대상 약 16만 톤을 제외한 중저준위 폐기물은 해체지원시설을 통해 처분 기준을 만족하도록 오염과 유해물질을 제거할 계획이다.
고리1호기 해체는 국내 기술과 장비, 인력이 실제 상업용 원전 해체 현장에 적용되는 첫 사례다. 한국은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은 쌓아왔지만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은 아직 없다. 고리1호기 해체 경험을 어떻게 축적하느냐가 향후 국내 해체산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국내 산업 기반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은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의 안전한 해체를 지원하고 관련 기술 실증과 고도화를 추진하는 기관이다. 해체 기술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장비·분석·폐기물 관리 역량을 축적하는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인력 확보도 과제다. 해체 현장에는 방사선 안전관리, 오염도 평가, 제염, 절단, 폐기물 분류·보관을 이해하는 실무 인력이 필요하다. IAEA도 원전해체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숙련된 원자력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수출 산업' 단정은 일러…경험 축적이 먼저
다만 국내 원전해체 산업을 곧바로 수출 산업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미국 등은 이미 경수로형 원전 해체 경험을 쌓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고리1호기를 통해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을 본격적으로 축적하는 단계다.
원전해체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단순한 기술 판매보다는 실제 해체 사업 수주와 역무 수행에 가깝다. 국내 사업자가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 참여하려면 제염, 절단, 폐기물 관리, 규제 대응 등 실제 현장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전해체는 원전 산업의 끝단이 아니라 전주기 경쟁력을 가르는 분야로 볼 수 있다. 건설·운영·계속운전·영구정지·해체·폐기물 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춰야 원전 안전성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원자력 안전당국 관계자는 "고리1호기를 하면서 해체 기술을 많이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해체 기술을 수출한다기보다는 해외 해체 사업이 있을 때 국내 사업자들이 해체 역무 수행이나 수주에 참여하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라며 "건설이나 운영 기술이 있어야 원전을 수출할 수 있듯 해체도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kxmxs410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