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출신의 김성훈(왼쪽) 업스테이지 대표, 정석근 SK텔레콤 CTO(사진=이데일리 DB)
업계는 네이버의 강점으로 단순한 연구개발을 넘어 검색, 커머스, 클라우드, 협업툴,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 AI를 실제 적용해온 경험을 꼽는다. AI 모델 개발부터 서비스 상용화, 대규모 이용자 운영까지 경험한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 인재와 투자 네트워크 확대의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D2SF가 키운 AI 스타트업 생태계
네이버의 기술 중심 전략은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는 2015년 출범 이후 124개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1개사가 AI 기반 기업이다. 로보틱스, 모빌리티, 공간컴퓨팅 등 AI와 결합한 미래 기술 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퓨리오사AI, 노타, 클로봇 등은 D2SF가 창업 초기 발굴한 대표 사례다. 이들은 AI 반도체, AI 최적화,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성장하며 국내 AI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D2SF가 극초기 기술 기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네이버의 창업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삼성SDS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시작해 독립시킨 기업인 만큼 새로운 기술과 산업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프런티어 테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네이버 투자 생태계는 정부 AI 전략과도 연결되고 있다. D2SF가 초기 투자한 기업들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과 산업 특화 AI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에서 제조업 특화 AI 역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크라우드웍스와 엔닷라이트는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기술과 서비스 경험은 공공·금융 영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와 한국은행은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금융·경제 분야 AI 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네이버클라우드는 한국은행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 사업에도 참여했다. 행정안전부의 범정부 AI 공통기반 사업 등 공공 AI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T·KT AI 수장도 네이버 출신
네이버 출신 인재들은 국내 통신업계의 AI 전환도 이끌고 있다.
SK텔레콤 AI 사업을 총괄하는 정석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AI CIC장은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출신이다. KT AX미래기술원 산하 에이전틱AI랩을 이끄는 김준석 상무 역시 네이버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국내 대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도 네이버 AI 연구조직 클로바에서 AI 연구개발을 총괄한 뒤 창업에 나섰다.
최근에는 네이버 출신들이 설립한 액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선순환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2024년 출범한 액셀러레이터 스왈로우즈는 네이버 출신 김호규 대표, 한성희 최고제품책임자(CPO), 전우성 최고브랜딩책임자(CBO)가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제품 개발과 브랜딩, 투자 전략을 결합한 밀착 지원 방식으로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 AI 허브” 평가…다양성은 과제
투자와 창업, 인재 육성, 산업 리더 배출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면서 네이버가 국내 AI 산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는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주요 IT 기업 출신 인재들이 국내 혁신 생태계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현장에서 기술 혁신과 사업 확장을 경험한 인재들이 정부와 산업계에서 활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정 기업 출신 인재와 투자 네트워크가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기업과 연구기관, 해외 인재가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생태계 다양성 확보가 한국 AI 산업의 지속 성장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