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선옥 카이스트 교수. (카이스트 제공)
프런티어 과학상은 수학·물리·정보과학 분야에서 최근 10년 이내 발표된 연구 가운데 학문적 독창성과 영향력이 뛰어난 성과를 이룬 논문에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ICBS 행사 기간 중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수상 논문은 알렉세이 키타예프(Alexei Kitaev)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교수와 서선옥 교수의 공동연구인 ‘Sachdev-Ye-Kitaev(SYK) 모델의 소프트 모드와 대응하는 중력 이론’이다.
SYK 모델은 많은 수의 마요라나 페르미온이 무작위로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양자 물리 모형이다. 매우 복잡한 양자 다체계임에도 수학적으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며, 양자 카오스의 특성이 블랙홀과 매우 유사해 블랙홀의 미시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이론으로 주목받아 왔다. 또한 블랙홀 내부에서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사라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활용되는 등 현대 물리학의 난제를 푸는 핵심 연구 주제로 꼽힌다.
이번 수상 논문은 SYK 모델이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보이는 물리적 성질이 2차원 중력 이론과 정확히 연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이후 블랙홀과 양자중력 연구의 핵심 이론적 기반이 됐으며, 관련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대표 논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ICBS 측은 공식 선정 통지문에서 “서 교수의 연구는 형식적 양자장론 분야에 탁월한 기여를 했다”며 “인류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연구자의 헌신은 과학계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의 상금 총액은 2만5000달러(한화 약 3300만 원)이며, 수상 논문의 저자들이 공동으로 나누어 받는다.
◇글로벌 명문 거친 이론물리학자…SYK 모델서 열쇠 찾아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은 서선옥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에서 물리학과·수학과 학사(2009년) 학위를 받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 박사(2015년) 학위를 취득한 이론물리학자다.
이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2015~2017년), 칼텍(2017~2020년), UC 산타바바라 카블리 이론물리연구소(2020~2022년)를 거쳐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방문 연구원 및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원 겸 강사(2022~2023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기관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23년 8월부터 카이스트 물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양자 중력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현대 물리학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제가 연구하는 이중성은 양자 중력 이론과 중력이 없는 일반 양자 이론 사이의 이중성으로서 양자 중력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며 “박사 학위를 마치던 2015년 쯤 가장 단순한 양자 다체계인 SYK 모델이 새로 소개되면서 이중성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의 차별성에 대해서는 “SYK 모델의 저에너지 영역을 지배하는 자유도의 동역학이 2차원의 특정한 중력 이론의 경계 동역학과 일치한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라며 “SYK라는 명확한 미시 모델과 대응하는 중력 이론을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한단계 더 높은 차수까지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단기 실용화 아닌 근본 법칙 탐구…미래 양자 컴퓨팅 벤치마크 기대”
서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단기적 실용화를 목적으로 한 응용 연구가 아닌, 자연의 근본 법칙을 탐구하는 기초과학 연구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미래 양자 기술에 대한 기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 교수는 “이 연구는 직접적 단기적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응용 연구가 아니라,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법칙을 이해하려는 기초과학 연구”라면서도 “다만 이 연구가 다루는 양자 다체계의 정확한 풀이 구조와 카오스 동역학에 대한 통찰은 양자정보, 양자 시뮬레이션 분야와 연관이 있으며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계획에 대해 “이 논문의 초점은 특정 양자 다체계와 중력 이론이 미시적 수준에서 대응됨을 보이는데 있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후속 연구는 이중성을 넘어 중력이 사실은 양자 시스템에서 시험 입자가 환경과 정보를 주고받을 때 발현하는 직접적 물리현상임을 밝혀내려 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