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멋진 신세계가 눈 앞에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쓸모있고 편리하다.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 인공지능(AI) 스마트 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2주 동안 써 본 소감이다.
지난달 말 레이밴 메타 웨이페어러를 구입했다. 블랙핑크의 제니가 광고 사진에 등장해 ‘제니 안경’이라고도 불리는 그 제품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레이밴 메타를 착용했는데, 어? 생각했던 그게 아니다. AI 글라스를 쓰면 눈 앞에 있는 렌즈에 각종 정보가 뜰 줄 알았다. 일본어를 한국어로 보여주고, 길 안내 화살표가 표시되는 식으로 말이다. 분명히 그런 제품도 출시됐고,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거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에 공식 출시된 레이밴 메타는 2세대(Gen2) 모델이어서 번역도 길안내도 음성으로만 해준다. 미국에서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3세대(Gen3) 모델이 출시됐다는데, 조금 더 기다리다 그걸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레이밴 메타 웨이페어러 변색 렌즈 버전은 자외선을 받으면 선글라스로 변한다.
궁금한 게 있을 때 곧바로 AI에게 물어볼 수 있는 점이 가장 유용하다. “오늘 날씨 어때?” “강남역 가는 길 알려줘” 등의 질문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가 없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면서 “헤이 메타, 지금 뭐가 보여?”라고 묻자 “큰 냄비에 닭고기가 푸짐하게 담겨 있네요. 맛있어 보여요”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대략적인 칼로리 계산도 해준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구글에서 검색하거나 챗GPT에 묻는 단계를 건너뛸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화 통화도 편리하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이어폰을 꽂지 않고도 “헤이 메타, ㅇㅇㅇ에게 전화 걸어줘”라고 하면 곧바로 상대방에게 전화가 걸린다. 상대방의 목소리도 잘 들리고 내 목소리도 잘 들린다고 한다. 장시간의 통화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전화가 걸려오면 “ㅇㅇㅇ님의 전화입니다”라고 알려준다. 안경 오른쪽 다리를 두 번 터치하면 통화가 시작된다.
모든 소리는 안경 다리에 탑재된 오픈 이어(open ear) 스피커에서 나온다. 전화 통화 외에도 음악, 동영상, 문자 메시지 알림 등을 들을 수 있다. 문자 메시지 내용을 읽어주기도 한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안경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밀듯이 터치해 볼륨을 키울 수 있다. 소리는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기 때문에 내가 듣고 있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들을 수 없다. 이건 꿀팁인데, 사무실에서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들으며 일할 수도 있다.
레이벤 메타로 촬영한 골목길 사진.
카메라 기능이 몰카 같은 범죄에 이용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레이밴 메타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 발광다이오드(LED) 불빛이 켜진다. 불빛을 손으로 가리면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 둔 셈이다. 물론 AI 글라스가 보편화되기 위해선 기술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더 많은 개선이 있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AI 글라스가 몰카 범죄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기자와 한 여성 친구의 카톡 대화 내용 캡처.
물론 레이밴 메타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픈 이어 스피커의 성능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하철이나 술집처럼 소음이 심한 곳에선 음악도 잘 들리지 않고 전화 통화도 수월하지 않다. 하루종일 착용하기엔 배터리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완전 충전 후 최대 8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음악도 듣고 촬영도 하고 그러면 4~5시간 정도면 경고음이 들린다.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그래도 있으면 편리하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또 살 것인가. 모든 물건의 쓸모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AI 글라스가 국내 공식 출시되면 난 무조건 살 거다. 멋진 신세계를 경험하는 건 그 때로 잠시 미뤄둔다.
기자의 사진을 레이밴 메타 광고처럼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