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 KAIST 제조피지컬AI연구소장 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피지컬AI 시대의 제조 경쟁력을 이렇게 정의했다.
장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 경쟁을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은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세계적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과 데이터 자산을 바탕으로 공장 전체를 자율화하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 구축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피지컬AI의 본질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제조 시스템 전체의 지능화”라며 “한국은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로봇·센서를 통합 운영하는 새로운 제조 혁신 모델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영재 KAIST 제조피지컬AI연구소장이 피지컬AI 테스트베드 ‘카이로스(KAIROS)’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기존 공장 자동화는 사람이 규칙을 정하고 장비가 이를 따르는 방식에 가깝다. 예컨대 ‘이 구역은 한 대만 통행’, ‘이 구간은 일방통행’ 같은 조건을 엔지니어가 일일이 설정해야 한다. 반면 카이로스는 로봇 위치와 작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어느 로봇이 먼저 지나가야 하는지, 어느 로봇이 비켜야 하는지, 막힌 작업은 어느 장비에 다시 배정해야 하는지를 동적으로 판단한다.
현장 시연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드러났다. 여러 대의 로봇이 좁은 통로와 교차로를 오가는 상황에서 카이로스는 충돌과 교착을 피하도록 경로를 재산출하고 작업을 재배정했다. 장 교수는 “개별 로봇 입장에서는 손해인 경로라도 공장 전체 효율을 위해 우회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피지컬AI의 핵심은 개별 장비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 최적화”라고 설명했다.
카이로스가 단순 관제 시스템과 다른 또 하나의 지점은 디지털트윈이다. AI가 실제 로봇과 설비를 움직이기 전, 가상 공장에서 먼저 작업 가능성과 병목, 충돌 여부를 검증한다. 이후 검증된 운영 정책을 현실 공장에 반영하는 구조다. 실제 로봇과 가상 로봇이 같은 표준 프로토콜로 카이로스와 통신하도록 설계해 ‘심투리얼 갭’을 줄이는 방식이다.
KAIST 피지컬AI 테스트베드 ‘카이로스(KAIROS)’ 전경 (사진=신영빈 기자)
장 교수는 “공장 데이터는 전체 맥락이 중요하다”며 “어떤 장비가 어떤 작업을 했고, 그 결과 공장 전체 효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까지 연결돼야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카이로스는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 MES, 디지털트윈이 같은 체계 안에서 데이터를 내도록 설계됐다. 장 교수는 이를 ‘오퍼레이션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카이로스를 통해 한국형 피지컬AI 공장 운영체계(OS)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지난해 55억원 규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증사업으로 KAIST 내 테스트베드 구축을 마친 데 이어, 향후 과기정통부 피지컬AI 사업을 통해 AI 모델과 운영 시스템 국산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실제 산업 현장 적용도 검토한다.
국산 풀스택 실증도 주요 방향이다. 장 교수는 카이로스에 들어가는 주요 AI 반도체로 리벨리온 칩을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장비, AI 모델, 반도체까지 국내 기술 기반으로 묶어 피지컬AI 공장 OS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KAIST 피지컬AI 테스트베드 ‘카이로스(KAIROS)’ 구성도 (사진=신영빈 기자)
그는 “한국은 제조는 강하지만 글로벌 제조 소프트웨어는 부족하다”며 “카이로스를 통해 공장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체계를 만들고, 나아가 공장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카이로스의 확산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신규 공장은 설계 단계부터 카이로스가 제시하는 데이터·통신·운영 표준 체계를 적용하고, 기존 공장은 미들웨어를 활용해 설비와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장 교수는 “표준 체계가 없으면 결국 현장마다 사람이 투입돼 시스템 통합(SI) 방식으로 장비를 연결하는 작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피지컬AI 시대에는 공장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동일한 언어와 맥락으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피지컬AI를 휴머노이드 경쟁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휴머노이드 기술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빠르게 앞서가고 있지만, 한국은 제조 시스템 운영 경험과 자동화 생태계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며 “센서와 제어, 로봇, 통신,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면 공장 전체를 지능화하는 다크팩토리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