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 상하이에 전초기지 구축…中 ADC 기술 발굴 나선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18일, 오전 08:3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표적단백질분해(TPD) 기반 항체·분해제 접합체(DAC) 개발기업 오름테라퓨틱(475830)이 중국 상하이에 전초 기지를 구축한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대전 본사와 미국 보스턴 거점에 이어 중국을 전임상 개발 허브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는 최근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혁신의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 바이오 생태계에 직접 진입해 차세대 후보물질과 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테라퓨틱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상하이 현지 CRO 총괄 인력 채용 나서

10일 오름테라퓨틱에 따르면 회사는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중국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현지에서 임상시험수탁사업(CRO) 매니저를 채용하는 등 제반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름테라퓨틱은 한국 대전 본사와 미국 보스턴 거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전에서는 연구개발(R&D)을, 보스턴에서는 글로벌 임상 및 사업개발(BD)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상하이 거점이 추가될 경우 중국 내 전임상 연구와 외부 연구기관 협력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오름테라퓨틱은 최근 중국 상하이 근무를 전제로 한 임상 약리학 및 외부 과학운영 총괄(Preclinical Pharmacology and External Scientific Operations Lead)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해당 인력은 미국 보스턴과 한국 대전 연구조직, 중국 내 비임상CRO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CRO 발굴과 관리, 약효·독성시험 총괄, 약동학(PK) 연구, GLP·GMP 감사 대응뿐 아니라 외부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 신규 페이로드 발굴, AI 기반 신약설계 역량 확보, 플랫폼 확장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특히 중국 내 연구기관 및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는 중국을 단순 생산기지나 판매 시장이 아닌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CRO 산업과 풍부한 연구인력, 연구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약효·독성 평가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ADC와 이중항체, TPD 등 차세대 모달리티 분야에서는 중국 CRO를 활용해 전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특히 상하이는 우시앱텍(WuXi AppTec)을 비롯한 대형 CRO·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수많은 바이오텍이 밀집한 중국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RO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지금처럼 바이오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우시앱텍을 비롯한 대형 CRO 산업의 성장이 있었다”며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었다면 이제는 연구인력과 기술 수준 자체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中, 오름테라퓨틱 오픈이노베이션 전초기지 되나

아울러 오름테라퓨틱의 상하이 거점은 단순히 기존 DAC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오름테라퓨틱이 자체 개발하고 잇는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임상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은 없다.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던 ORM-5029는 개발이 중단됐고 현재 회사의 핵심 자산은 ORM-1153 등 전임상 단계의 차세대 DAC 후보물질들로 파악된다. ORM-6151은 2023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매각된 이후 현재 BMS가 임상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하이 거점 역시 당분간 임상 개발보다는 후보물질 발굴과 약효·독성 평가 등 전임상 연구 기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오업계에서는 오름테라퓨틱이 상하이를 중국 바이오텍과 협력 및 신규 자산 발굴을 위한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ADC 시장에서는 중국 바이오텍이 개발한 후보물질이 대형 기술이전 계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TPD와 ADC 분야에서도 중국발 혁신 기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DAC는 ADC의 표적 전달 기술과 TPD의 단백질 분해 기술을 결합한 플랫폼인 만큼, ADC·TPD 강자인 중국 바이오텍들과의 네트워킹은 차세대 DAC 후보물질과 신규 페이로드 발굴로 직결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 BMS는 2023년 중국 시스팀(SystImmune)의 EGFRxHER3 이중항체 ADC 이자바타맙을 최대 84억달러(약 12조8000억원) 규모에 도입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해 한소제약의 B7-H4 ADC HS-20089를 최대 17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에 확보했다.

화이자 역시 올해 중국 3S바이오와 PD-1·VEGF 이중항체 SSGJ-707에 대한 최대 60억달러(약 9조1500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 바이오텍을 혁신 신약의 주요 공급처로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을 차세대 모달리티의 공급처로 활용하기 시작한 만큼 오름테라퓨틱 역시 상하이 거점을 통해 유망 ADC·TPD 후보물질을 조기에 발굴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름테라퓨틱 역시 BMS와 버텍스 등에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며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차세대 DAC 플랫폼 확장과 신규 프로그램 발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름테라퓨틱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을 합쳐 약 2750억원의 현금화 가능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유망 후보물질 기술도입이나 전략적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실탄도 충분하다. 상하이 거점이 기존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연구뿐 아니라 중국 현지 기술과 후보물질을 검증하는 창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혁신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ADC와 TPD 분야에서도 유망한 초기 기술과 후보물질이 다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름테라퓨틱이 현지에 직접 거점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히 전임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중국 바이오텍들과 협력하거나 유망 자산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에서 후보물질을 직접 검증하고 공동연구나 기술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