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카카오는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뢰 회복은 아직 진행형이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18일, 오후 01:21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실적은 돌아왔다. 그러나 신뢰 회복은 진행 중

최근 카카오(035720)의 모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카카오는 무너진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돈을 벌기 시작한 회사다. 그러나 존경받는 회사로 완전히 복귀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적의 숫자는 회복을 말하지만, 같은 시기 언론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사건들은 신뢰 회복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9,421억 원, 영업이익 2,1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66%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카카오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는 점은 카카오의 본질적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카카오는 습관에 들어간 회사

그렇다면 카카오는 어떤 회사인가. 가장 먼저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가진 회사’다. 이것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카카오톡은 메신저이지만, 동시에 광고판이고, 커머스 매장이며, 결제의 입구이고, 고객관리 도구다. 기업은 카카오톡 채널로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소비자는 선물하기와 톡딜을 통해 구매하며, 소상공인은 예약과 상담을 카카오 안에서 처리한다. 카카오의 힘은 기술의 화려함보다 생활 접점의 깊이에서 나온다.

이 점에서 카카오는 네이버와 결이 다르다. 네이버 역시 쇼핑과 페이, AI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그 출발점은 ‘찾는 행위’다. 반면 카카오의 출발점은 ‘연결되어 있는 상태’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을 찾을 때 검색창을 열지만, 사람과 연결될 때는 카카오톡을 연다. 검색은 필요할 때 들어가는 의도 기반 행동이고, 메신저는 하루 종일 열려 있는 관계 기반 습관이다. 카카오가 강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카오는 앱이 아니라 습관에 들어간 회사다.

◇인프라 회사가 견뎌야 할 더 엄격한 잣대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카카오는 더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국민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된 회사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장애가 나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노사 갈등이 커지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며, 계열사 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카카오 전체의 이미지가 흔들린다. 카카오는 이미 사기업이지만, 사기업처럼만 행동할 수 없는 위치에 와 있다.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던진 질문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지난 6월 10일 있었던 파업이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가 동시에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2시간 부분 파업을 한 적은 있지만,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이 동시에 멈춘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표면적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1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는 데는 합의했지만, 지난 4월 지급된 500만 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 회사는 RSU가 이미 성과급에 포함된 보상이라는 입장이고, 노조는 RSU와 성과급은 별개이며 영업이익의 13~14% 수준, 1인당 약 1,000만 원의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6월 29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단순한 보상 규모를 넘어 구성원들 사이에서 “회사가 좋아졌는데, 그 성과가 충분히 공유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는 실적 개선을 강조하고 있고, 일부 구성원들은 보상과 소통 측면에서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간극은 현재 카카오가 마주한 조직적 과제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기업의 위기는 보통 손익계산서에서 먼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손익계산서가 좋아지는 순간에도 위기는 내부 신뢰에서 시작될 수 있다. 구성원이 회사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하고, 보상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계열사 직원들이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갖기 시작하면 회사는 숫자와 별개로 부담을 안게 된다. 카카오가 지금 마주한 과제는 수익성 못지않게 설득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계열사 리스크와 미국행 결정

계열사 리스크도 적지 않다. 카카오는 하나의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계열사와 서비스가 얽힌 플랫폼 그룹이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각 계열사의 문제가 카카오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인다. 본사는 “각 법인의 문제”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여론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카카오는 카카오다. 계열사의 갈등도, 서비스의 불편도, 고용의 불안도 모두 카카오의 문제로 인식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ADR 추진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BoA메릴린치, UBS,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재감사까지 진행하며 연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상장 검토를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2017년부터 투자해 온 2대 주주 TPG는 9년째 투자금 회수 방안을 찾고 있으며, 국내 중복상장 규제 환경 속에서 미국 시장이 새로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전체 기업가치를 10조 원, ADR 상장 규모를 3조~4조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카카오가 창업 초기의 성장기업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조율해야 하는 대기업 집단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재무적 투자자는 회수를 원하고, 회사는 성장 전략을 설명해야 하며, 시장은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이용자와 파트너는 서비스의 공공성을 묻는다. 카카오는 더 이상 빠르게 성장만 하면 되는 회사가 아니다. 이제는 조정하고, 설명하고, 책임져야 하는 회사다.

◇김범수 항소심, 또 하나의 그림자

김범수 창업자 관련 재판 역시 카카오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기소된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갔고, 항소심 첫 공판이 오는 6월 24일 열린다. 이후 7월, 8월, 9월, 10월까지 매달 공판이 예정돼 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는 점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카카오는 당분간 관련 재판 진행 상황이 기업 평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안고 가게 됐다. 기업의 평판은 법적 유무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은 묻는다. 카카오의 의사결정은 충분히 투명한가. 인수와 투자, 계열사 운영 과정에서 책임의 선은 명확한가. 창업자의 영향력과 전문경영 체제는 건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카카오는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시장의 질문에 계속 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AI 전환, 그리고 자원 배분의 숙제

물론 카카오는 변화를 선언하고 있다. 특히 AI 전환은 카카오가 최근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미래 전략이다. AI 모델과 서비스, ChatGPT for Kakao, 에이전틱 AI 플랫폼이라는 방향은 분명 흥미롭다. 카카오가 AI를 잘 활용하면 카카오톡은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개인 비서, 쇼핑 상담원, 예약 도우미, 고객관리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대화의 맥락을 읽고 필요한 행동으로 연결하는 생활형 AI는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여기에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회사는 노조의 보상 요구에 대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미래 성장 투자와 구성원 보상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AI 전환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부 구성원의 신뢰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카카오의 중요한 시험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AI가 광고 클릭률을 높이고 커머스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데만 쓰인다면 사용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AI가 이용자의 시간을 줄여주고, 소상공인의 일을 덜어주며, 고객 응대를 더 편하게 만들고, 정보 비대칭을 낮추는 방향으로 쓰인다면 카카오는 다시 국민에게 필요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술의 방향은 결국 철학의 문제다.

지금 카카오는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 카카오를 바라보는 한 가지 관점은 이것이다. 카카오는 실적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신뢰 회복 역시 여전히 중요한 경영 과제로 남아 있다.

카카오는 생활 인프라 회사다. 그러나 생활 인프라에 걸맞은 책임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카카오는 AI 전환을 선언한 회사다. 그러나 AI 혁신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실제 이용자 경험의 변화를 증명해야 한다. 카카오는 지금도 한국인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강한 회사다. 그러나 강한 회사라는 사실만으로 좋은 회사라는 평가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의 세 가지 승부처

앞으로 카카오의 승부처는 세 가지다.

첫째, 카카오톡의 경제적 가치를 더 키워야 한다. 카카오톡은 여전히 카카오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광고, 커머스, 결제, 예약, AI 상담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은 한국에서 카카오가 거의 유일하다. 이 자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계열사 문제를 “각자 법인의 일”로만 다루지 말아야 한다. 카카오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순간 책임도 함께 공유된다. 계열사 리스크가 반복되면 본사의 브랜드 신뢰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에는 더 정교한 그룹 거버넌스와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내부 구성원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기업은 외부 고객에게만 브랜드를 파는 것이 아니다. 내부 구성원에게도 미래를 팔아야 한다. 구성원이 회사의 미래를 믿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실적 발표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실적 회복은 시작일 뿐이다

카카오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꾼 회사다. 메시지를 보내고, 선물을 주고, 택시를 부르고, 결제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 대부분이 지금도 카카오를 거쳐 간다. 그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상을 바꾼 회사는 일상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플랫폼이 커질수록 질문도 커진다. “얼마나 성장했는가”보다 “어떻게 성장했는가”가 중요해진다. “얼마나 벌었는가”보다 “누구와 나누었는가”가 중요해진다. “어떤 기술을 도입했는가”보다 “그 기술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가 중요해진다.

카카오는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카카오는 다시 믿을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는가. 최근 석 달간 언론에 비친 카카오의 모습은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실적 회복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회복은 신뢰가 돌아올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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