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대기 이화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는 18일 이데일리가 후원한 고려대학교 미래성장연구원 AX전략포럼에서 “피지컬 AI의 경쟁은 더 이상 AI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시키는 플랫폼 생태계 경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 교수는 이날 ‘피지컬 AI와 플랫폼 경쟁: 유형별 포지셔닝과 시나리오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며,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구축 능력을 제시했다.
민대기 이화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민 교수는 피지컬 AI를 단순한 로봇 기술이 아닌 하드웨어, 인지·판단, 행동 제어, 시뮬레이션, 운영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그는 특히 물리 세계와 AI가 이해하는 디지털 세계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로컬라이제이션 실패(Localization Failure)’ 문제를 지적했다. 과거 물류센터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벽 하나만 바뀌어도 길을 잃었던 것처럼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차 역시 수많은 예외 상황을 학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업계는 디지털 트윈과 합성데이터(Synthetic Data)를 활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 축적되는 운영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합성데이터는 초기 학습에 유용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학습시키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데이터 플라이휠’로 설명했다. 플라이휠은 한 번 돌기 시작하면 점점 더 빨라지는 바퀴를 뜻한다. 즉, 현장에서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성능이 좋아지고, 성능이 좋아질수록 활용이 늘어나 다시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는 ‘데이터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민 교수는 “피지컬 AI의 경쟁력은 결국 이런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수평적 인프라 플랫폼 전략과 테슬라의 수직 통합형 플랫폼 전략. 출처=이화여대 민대기 교수
민 교수는 현재 피지컬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대표 전략으로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비교했다.
엔비디아는 GPU를 비롯해 로봇 개발 프레임워크 ‘그루트(GROOT)’,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Isaac)’ 등을 제공하며 다양한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어떤 휴머노이드 기업을 보더라도 엔비디아가 연결돼 있다”며 “산업 전체의 표준과 기술 방향을 주도하는 수평적 플랫폼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테슬라는 차량 데이터와 제조 데이터, AI 모델, 제어 알고리즘, 하드웨어 설계까지 모두 내부에서 통합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선택했다.
민 교수는 “테슬라의 파트너는 결국 테슬라”라며 “완전한 수직 통합을 통해 최적화된 성능과 빠른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피지컬 AI 시장이 ▲엔비디아식 플랫폼 지배형 ▲테슬라식 수직 통합형 ▲산업별 특화 플랫폼 ▲오픈소스 기반 개방형 생태계 등 네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이화여대 민대기 교수
민 교수는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에 확보해야 할 핵심 경쟁력으로 ‘한국형 제조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제조 데이터를 높게 평가하지만 중국도 제조 데이터를 갖고 있고 독일과 일본 역시 제조 강국”이라며 “중요한 것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운영 체계”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좁은 지역에 밀집된 공급망, 빠른 의사결정 구조, 높은 생산 효율성을 갖춘 독특한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제조 운영 노하우를 피지컬 AI 학습과 운영 체계에 녹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공정 데이터를 모으는 수준을 넘어 생산 현장의 운영 방식과 공급망 협업 구조, 제조 최적화 경험까지 학습하는 ‘한국형 피지컬 AI’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드웨어 제조국 넘어 산업 OS 플랫폼 국가로”
민 교수는 피지컬 AI를 미래 기술이 아닌 국가 산업 운영체제(OS)를 재편하는 플랫폼 혁신으로 규정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의 승부는 기술 자체보다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조직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하드웨어 단품 제조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 전체를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산학연 개방형 협력 생태계 구축 ▲독자적 데이터 플라이휠 확보 ▲산업 데이터 주권 강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내재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 교수는 “한국 제조업의 강점을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피지컬 AI 시대에도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승패는 AI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와 생태계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