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연구진 세계 3강…피지컬AI 1등 가능”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19일, 오후 03:37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피지컬 인공지능(AI)은 아직 100m 달리기로 치면 4~5m도 오지 않은 초기 단계입니다. 지금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한국도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신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및 전기및전자공학부의 ICT 석좌교수는 1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2기 출범식’에서 한국이 피지컬AI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 AI대학원 및 전기및전자공학부의 ICT 석좌교수가 1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2기 출범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피지컬AI는 생성형AI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로봇, 제조, 물류, 서비스, 의료 등 현실 세계에서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신 교수는 한국이 피지컬AI에서 승산을 가질 수 있는 이유로 제조 현장과 행동 데이터, AI 연구진의 수준을 꼽았다. 그는 “기존 AI 기술은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지만, 피지컬AI 모델은 그런 데이터가 없다”며 “현장에서 직접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제조 환경의 밀도와 정교함, 서비스 환경 측면에서 단연 강점을 갖고 있다”며 “목적에 맞는 정교한 데이터를 얻는 능력이 피지컬AI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데이터 없는 피지컬AI…제조 현장이 무기”

신 교수는 피지컬AI 경쟁이 기존 생성형AI 경쟁과 다른 구조로 전개될 것으로 봤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웹 문서, 이미지, 영상 등 인터넷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로봇이 실제 물리 세계에서 행동하려면 현장의 작업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피지컬AI 생태계는 기존 AI 스택보다 훨씬 다채롭다”며 “로봇을 구성하는 배터리, 칩, 센서, 액추에이터, 로봇 하드웨어 기업뿐 아니라 파운데이션 모델, 데이터를 수집·정제하는 기업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이 사람처럼 물체를 잡고 조립하고 다루기 위해서는 정교한 손재주가 필수라고 봤다. 신 교수는 자동차 제조 현장의 조립 작업을 예로 들며 “이런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면 정말 정교한 손동작이 필요하다”며 “정밀한 손동작 데이터를 얻고 이를 스케일링하는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데이터 확보 자체가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의 축적된 현장 역량은 이 지점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정교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계, 제조, 전자 양산 기술이 중요한데 이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피지컬AI의 기술력, 산업 기반, 사회적 필요를 모두 갖춘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AI 연구진 이미 세계 3강 수준”

신 교수는 국내 AI 연구진의 수준도 피지컬AI 경쟁에서 중요한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 AI 학회인 뉴립스(NeurIPS) 연구자 국적 통계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약진이 눈부시다”며 “이미 여기서는 3강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을 배출하고 박사 연구자를 길러내면서 2~3년 전 학생들의 수준과 지금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국내 AI 연구진이 글로벌 빅테크에서도 핵심 연구진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연구 성과도 소개했다. 신 교수는 리얼월드 연구진, KAIST 학생들과 함께 개발한 로보틱 파운데이션 모델이 로보틱스 벤치마크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파운데이션 모델이 한 분야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1등을 한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피지컬AI가 아직 초기 시장이라는 점도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술이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역사로 보면 2015~2016년 정도의 시기”라며 “지금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통 벤치마크·국가 리얼데이터 인프라 필요”

다만 한국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각 기업과 연구기관이 흩어져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AI 분야에는 공통의 문제가 있었지만,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각자만의 문제를 풀고 있다”라며 “한국의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을 바탕으로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함께 풀 수 있는 벤치마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표준 포맷과 공유 풀을 갖춘 국가 리얼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제조 현장, 물류 현장, 서비스 현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얼라이언스를 활용해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증 경험을 생태계 자산으로 축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실증과 PoC 프로젝트를 하고 난 뒤 그 경험을 버리지 말고 시뮬레이션과 디지털트윈으로 복제해 생태계에 뿌려야 한다”며 “로봇과 데이터 표준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국이 피지컬AI 생태계를 이끌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주최한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2기 출범식’으로 열렸다. 지난해 9월 출범한 1기 얼라이언스가 피지컬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틀을 만드는 데 방점을 뒀다면, 2기 얼라이언스는 실제 프로젝트 발굴과 산업 현장 확산에 무게를 둔 실행형 플랫폼으로 재편했다.

정부는 기존 10개 분과를 △K-피지컬AI 풀스택 △버티컬 산업 브릿지 △기반 거버넌스 등 3대 대분과로 압축하고, 올 하반기부터 풀스택 개발과 행동 데이터 확보, 제조 현장 실증 등 관련 과제 발굴에 착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피지컬AI가 로봇 자동화를 넘어 AI 모델, 로봇 하드웨어, 반도체, 통신·보안, 제조 데이터를 함께 묶는 풀스택 경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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