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손길을 정교하게 인식하고, 상황에 맞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소셜 로봇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돌봄·반려 로봇 시장에서 인간과 로봇 간 정서적 교감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이희승 디자인학과 교수 연구팀이 소셜 로봇의 촉각 인지 기술과 감정 표현 기술을 각각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 로봇 학술대회인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 2026)에서 논문 2편으로 발표됐다.
좌측부터 이희승 교수, 김지수 연구원, 박하은 박사. 사진=UNIST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로봇시스템 래미(좌측)와 감정 엔진의 구조(우측)
지금까지 소셜 로봇은 사람의 접촉을 인식할 수는 있었지만, 누가 어떻게 만졌는지까지 구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마다 손 크기와 압력, 움직이는 속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촘촘한 촉각 센서가 필요해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성인식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달라도 말의 특징을 추출해 인식하는 MFCC(Mel-Frequency Cepstral Coefficients) 기법을 촉각 데이터 분석에 응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정전식 터치센서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주파수 단위로 분석해 쓰다듬기, 문지르기, 두드리기 등 손길의 특성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 결과 복잡한 촉각 장비 없이도 6가지 주요 접촉 동작을 평균 94% 정확도로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김지수 연구원은 “흔히 사용하는 정전식 터치센서만으로도 사람의 다양한 손길을 효과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 모델을 경량화해 초당 수천 번 수준의 실시간 추론이 가능해 소형 돌봄 로봇이나 반려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 로봇 포미의 이마에 터치 센서를 부착해 실험한 결과
연구팀은 로봇의 감정 표현 방식도 개선했다.
기존 소셜 로봇은 기쁨이나 놀람, 슬픔 같은 감정을 표현할 때 정해진 속도와 움직임만 반복해 다소 기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연구팀은 감정의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감정 동역학 모델을 개발했다.
‘오버슈트(Overshoot)’다. 사람이 놀라거나 기뻐할 때 몸이 순간적으로 크게 반응했다가 다시 안정되는 것처럼, 로봇도 목표 위치를 살짝 넘어갔다가 되돌아오는 움직임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5단계 강도로 세분화해 감정별 최적 표현 방식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놀람과 같은 감정은 표현 강도가 높을수록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게 인식된 반면, 분노나 혐오 같은 감정은 지나치게 과장될 경우 오히려 불쾌감과 어색함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박하은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돌봄·반려 로봇 시장 적용 기대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향후 실버케어 로봇, 반려 로봇, 교육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정서형 AI 로봇’ 구현에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희승 UNIST 교수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소셜 로봇은 주변 상황과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로봇과 인간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더욱 자연스럽고 친밀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