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과 맥킨지는 우주경제 규모가 2024년 5960억달러에서 2035년 1조8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뉴스페이스 펀드 확대, 정부 구매 프로그램 강화, 해외 판로 지원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내에서도 뉴스페이스(민간 우주)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주 선진국과 비교하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중심의 지원 구조가 기업의 실질적인 매출과 시장 확대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직접 기술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우주산업은 누리호 사업 등 정부 주도의 협약·과제형 R&D 체계가 중심이다. 기업들은 정부 과제에 참여해 기술을 개발하지만, 지원금은 보조금 성격으로 처리돼 실제 매출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국내 우주 분야 지원 사업은 대부분 협약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기술을 개발해도 기업 실적과 사업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투자 유치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매출이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으면 기업 가치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정부 납품 실적이라는 중요한 레퍼런스도 쌓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이러한 약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자국 정부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왜 우리가 구매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정부와의 계약 실적은 기업 신뢰도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이미 정부 구매 중심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NASA와 미 우주군 등이 민간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며 시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NASA의 상업용 궤도 수송 서비스(COTS)와 상업용 달 탑재체 서비스(CLPS)가 대표적 사례다. 스페이스X 역시 정부 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과 신뢰도를 확보하며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위성 데이터, 위성통신, 우주 감시(SSA) 등 정부 수요가 큰 분야부터 서비스 구매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초기 고객 역할을 맡아 시장을 만들어 주면 기업의 사업화와 해외 진출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최근 우주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계약 중심 사업 구조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정부가 직접 수요자가 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국내 뉴스페이스 산업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발사체·위성에 쏠린 지원”…탐사 분야도 키워야
정부가 출자한 우주 전용 투자기구인 뉴스페이스 펀드를 통해 민간 우주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 대상을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투자와 정책 지원이 발사체와 위성 분야에 집중되면서 탐사·우주자원 분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뉴스페이스 정책은 발사체, 위성체, 위성 부품 산업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단기간 내 상용화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적 타당성이 있지만, 탐사 로봇이나 행성 표면 기술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실제로 국내 지원을 받기 어려운 일부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 협력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최근 미국의 블루 오리진과 일본 아이스페이스 등과 협력하며 달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탐사와 우주자원 분야가 단기 수익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전략 산업이라고 평가한다. 달과 소행성 자원 개발, 현지 자원 활용(ISRU), 심우주 로보틱스 기술 등이 미래 우주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재호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는 “국내에서 탐사 로봇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사실상 드물지만 정책과 투자 구조에서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뉴스페이스 펀드 역시 발사체와 위성 중심으로 설계돼 탐사 분야 기업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제도 정비도 과제로 꼽힌다. 미국은 2015년 상업적 우주자원 채굴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고, 룩셈부르크와 일본, UAE 등도 관련 법체계를 마련하며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우주자원 관련 법안이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대표는 “탐사 산업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비전과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한 분야”라며 “국가 간 경쟁이 이미 시작된 만큼 법·제도 정비와 펀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