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모델로 큰 스페이스X···방산에 갇힌 한국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21일, 오후 07:09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시가총액 2조4345억달러(약 3730조원)를 돌파하면서 한국 우주산업과의 격차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업 규모 차이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수익 모델의 차이가 만든 결과라며, 한국도 민간 우주시대에 맞는 전략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1일 기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국내 대표 우주·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약 65배, 한국항공우주(KAI)의 260배를 웃돈다. 컨텍(1849억원),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2043억원), 이노스페이스(2338억원) 등 국내 뉴스페이스 기업들과는 사실상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들의 매출 상당 부분이 방산 분야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 우주산업 경쟁력 격차는 더욱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단순히 투자 규모나 기술력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팰컨9을 앞세워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뒤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우주인터넷과 인공지능(AI) 사업까지 결합하며 단순 발사체 기업을 넘어 ‘우주 인프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최근 공개한 로드쇼 자료에 따르면 질량 기준 궤도 투입 점유율은 2021년 45%, 2022년 65%에서 현재 80%를 넘어섰다. 발사 서비스를 기반으로 통신과 데이터, AI를 연결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구축하면서 사실상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스타십 상상도.(사진=스페이스X 엑스 계정)
반면 국내 우주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부품 등으로 산업이 분절돼 있고, 주요 기업들도 방산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복 발사를 통한 비용 절감과 기술 검증 기회가 제한적인 데다 성장성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미국과 달리 단기 실적 위주의 투자 환경도 한계로 지목된다.

다만 스페이스X의 IPO는 국내 우주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주산업을 독립적인 성장 섹터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비상장 우주기업들을 중심으로 시리즈 투자 유치와 상장 준비가 활발해지고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국내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비상장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상장 기업도 늘어나는 데다 거래소 역시 관련 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낮추고 있어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팰컨9 로켓 발사 장면.사진=스페이스X 엑스 계정)
전문가들은 한국이 스페이스X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반도체·배터리·정밀제조 등 기존 산업 경쟁력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발사체 경쟁에만 집중하기보다 우주용 부품과 인프라 공급망, 위성 데이터 서비스, 저궤도 통신, 우주 기반 데이터 처리 등 응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할의 변화도 중요 과제로 꼽힌다. 단순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넘어 발사 서비스와 위성 데이터, 통신 분야의 초기 수요자가 돼 안정적인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NASA와 미 국방부가 장기 계약을 통해 스페이스X의 성장을 뒷받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현재의 격차는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자본, 수익 모델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민간 우주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인프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UST 명예교수)은 “우주산업도 결국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수출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우주용 반도체와 부품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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