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LG전자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LG전자가 로보티즈의 우즈베키스탄 액추에이터 생산공장 지분 투자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 차원이 아니라 로봇 핵심 부품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는 것이다.
LG전자(066570)와 로보티즈(108490)는 22일 로보티즈의 우즈베키스탄 생산공장 지분 투자와 관련한 MOU를 체결했다. 협약에는 로보티즈가 우즈베키스탄에 건설 중인 로봇 액추에이터 공장에 LG전자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휴머노이드 플랫폼 ‘AI 사피엔스’를 비롯한 로봇 기술 개발과 연구 분야에서도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보티즈는 LG전자가 일찍부터 투자해 온 로봇 전문기업이다. LG전자는 2017년 12월 로보티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9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 3월 기준 김병수 대표가 지분 23.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LG전자의 지분율은 6.56%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사진=신영빈 기자)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모터, 감속기, 제어기 등을 결합해 로봇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만드는 장치로,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는 수십 개의 액추에이터가 들어가는 만큼 성능과 가격, 생산능력이 로봇 경쟁력을 좌우한다.
김 대표는 “LG전자는 60년 이상 모터 기술을 축적해온 기업이고,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를 오랫동안 해온 회사”라며 “LG전자의 모터 기술과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 설계·제어·생산 역량이 결합하면 시장 진입 속도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 구조는 LG전자가 모터를 공급하고, 로보티즈가 감속기와 제어 기술 등을 결합해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생산 거점은 로보티즈가 우즈베키스탄에 구축 중인 액추에이터 공장이 중심이 된다. 로보티즈는 이 공장에서 내년부터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Q’ 시리즈 생산을 본격화한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왼쪽)와 류재철 LG전자 대표가 22일 로보티즈 우즈베키스탄 생산공장 지분투자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보티즈)
LG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클로이드’를 공개하며 로봇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클로이드를 비롯한 가정용 로봇을 상용화하려면 안정적인 액추에이터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번 MOU를 통해 LG전자는 로봇 핵심부품 내재화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로보티즈의 액추에이터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로보티즈 입장에서도 LG전자와의 협력은 액추에이터 사업 확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로보티즈는 로봇 전용 구동모듈 ‘다이나믹셀’을 기반으로 교육·연구용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Q와 이를 검증하기 위한 휴머노이드 플랫폼 AI 사피엔스를 공개하며 휴머노이드 부품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다.
김 대표는 AI 사피엔스에 대해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가 실제 AI 제어 방식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며 “액추에이터가 AI 제어 방식을 잘 추종하면 그 다음 단계의 로봇 구현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로보티즈 액추에이터 라인업 '다이나믹셀-Q' (사진=신영빈 기자)
김 대표는 휴머노이드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휴머노이드가 실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지만, 이제는 테슬라, 보스턴다이내믹스, 유니트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상용화와 양산 경쟁에 속도를 내면서 핵심 부품 생산능력 확보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력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만 최소 1년 반가량이 걸리는 만큼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로보티즈는 우즈베키스탄 공장을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당초 연간 3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이 거론됐지만, 김 대표는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더 큰 규모의 생산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보티즈는 지난해 액추에이터 약 22만대를 생산했으며, 이 중 중국향 출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중국으로 나간 액추에이터 물량은 9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도 이기기 어렵다”며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가격과 생산능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전략을 액추에이터와 개발 생태계 확산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각 기업이 자기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자기 로봇을 갖고 싶어 할 것”이라며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와 오픈소스 생태계를 통해 많은 기업이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티즈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완성형 2족 보행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 (사진=신영빈 기자)
김 대표는 “AI 사피엔스에 LG전자의 AI와 제어 역량이 더해지면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LG전자와의 협력은 로보티즈가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데 중요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OU는 LG전자의 로봇 부품 전략이 한 단계 구체화된 사례로 보인다. LG전자가 모터와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액추에이터 사업 진입 속도를 높이고, 로보티즈는 대기업 파트너와 함께 생산 품질과 물량 대응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LG전자와 함께하면 로보티즈도 생산 품질과 양산 역량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며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하려면 이런 협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