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A2D2 대표. 사진=이데일리 DB
윤 대표는 이번 책에서 위스키를 데이터와 과학, AI의 언어로 재해석한다. 그는 위스키를 “액체 소프트웨어”라고 정의하며 “물과 알코올이 인프라라면 향과 맛을 결정하는 1%의 미량 성분이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한다.
전통과 감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위스키를 분자 구조와 뇌과학, 데이터 분석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공동 연구자’로 활용됐다. 윤 대표는 AI와 함께 향미 설계와 곡물 배합을 반복하며 한국인의 정서인 ‘한(恨)·흥(興)·절제(節制)’를 위스키로 구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한·흥·절제를 향미로 번역하다
한국인의 정서를 위스키로 풀어내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메밀의 쌉쌀한 여운과 묵직한 질감으로 ‘한(恨)’을 표현하고, 찹쌀의 부드러운 단맛과 수수의 화사함으로 ‘흥(興)’을 구현했으며, 귀리의 균형 잡힌 구조감으로 ‘절제(節制)’를 담아냈다
여기에 조선시대 소줏고리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류 스틸(Hanryu Still)’ 증류 개념과, 한국의 사계절 온도 차를 활용한 숙성 방식도 함께 제안했다.
윤 대표의 실험은 책상 위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경기도 양평에 소규모 실험 양조장을 마련하고 직접 증류와 숙성 테스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상적인 설계와 실제 환경의 차이를 데이터로 조정하는 반복 실험이 이어졌다. 양평 석간수, 소형 구리 증류기, 20리터 규모 오크통 등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뜻밖의 향미가 발견됐다. 율무 원액에서는 코코넛 향이, 메밀에서는 예상치 못한 흙내음이 드러나는 식이다.
현재 메밀·찹쌀·귀리 원액은 신갈나무 오크통에서 1~2년간 숙성 과정에 들어갔다. 최종 결과물은 블렌딩 실험을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전통의 부재는 가장 완벽한 자유”라고 정의한다. 정해진 기준이 없는 만큼 오히려 새로운 설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위스키에 질문하다’는 단순한 위스키 입문서를 넘어, AI를 활용한 창작과 제조 실험을 기록한 사례이자 기술과 감성을 결합한 산업 혁신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