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DAC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KDAC은 국세청 압류 가상자산 수탁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경찰청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에도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과 컨소시엄을 꾸려 출사표를 던졌다. 공공기관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가운데 표준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성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대표. (사진=KDAC)
KDAC은 공공기관 수탁 시장 공략에 앞서 올해 상반기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전용 가상자산 위탁보관 서비스인 ‘KDAC-G’를 전면 개편했다. 기관별 수요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강화해 시스템 운용의 유연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조 대표는 “국세청, 경찰청, 검찰, 관세청 등 각 기관의 특성과 요구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외정산(OES·Off-Exchange Settlement) 솔루션 도입도 KDAC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힌다. 장외정산은 고객 자산을 거래소가 아닌 독립 수탁기관에 보관한 상태에서 거래만 거래소에서 수행하는 구조다. 해외에서는 코인베이스 프라임, 바이낸스 미러 등이 유사한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KDAC이 코빗과 함께 첫 시도에 나선다.
조 대표는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커스터디 기술과 규제 준수 역량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국세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 수탁기관을 선택할 때 ‘이곳은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성일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한국예탁결제원에 계시다가 2025년 KDAC에 합류했는데 배경이 궁금하다.
△예탁원에서는 미래 핵심사업을 수립하는 ‘넥스트 KSD 추진단’ 본부장을 맡았다. 넥스트 KSD 추진단은 2023년 5월 예탁원의 신규사업 개발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유기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당시 미래 핵심 테마를 디지털자산으로 잡고 전자주총, 차세대 시스템, 토큰증권(STO) 총량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업계와 인연을 맺게 됐다. 커스터디의 기본 프로세스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디지털자산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탁원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 시장에서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KDAC에 합류했다.
-국세청 압류 디지털자산 전문 커스터디 운영체계 마련 용역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마중물 역할’이다. 이번 국세청 사업은 공공기관 디지털자산 수탁의 표준 모델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향후 다른 공공기관으로 수탁 사업이 확산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조만간 열릴 법인 시장에서도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KDAC의 기술력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다른 공공기관이나 법인 입장에서도 ‘정부가 검증한 수탁사’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안심하고 자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공기관 전용 시스템인 ‘KDAC-G’ 모델을 자세히 소개한다면.
△KDAC-G 모델의 특징은 ‘즉시성’이다. 압류·압수라는 게 영업시간 중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법원의 압수 명령 같은 게 새벽에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바로 대응해서 지갑을 개설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주소와 사건 정보를 자산과 매핑해서 관리한다는 점이다. 위탁 관리라는 건 국세청에서 KDAC의 시스템만 봐도 모든 게 관리돼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즉 압류·압수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눈에 볼 수 있다. 24시간 대응성과 사건 정보 통합관리, 이 두 가지가 공공 쪽의 가장 큰 특징이고 거기에 맞춰 시스템이 세팅돼 있다. 또한 각 기관 특성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국세청·경찰청·관세청 등이 요구하는 바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각 기관 요구 사항을 받아 맞춤형 시스템을 제공한다.
-공공기관 수탁은 책임 부담이 큰 영역인데 대규모 자산 수탁에 따른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사고에 대비해 내부통제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KDAC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험에 가입했다. 외국 재보험사를 통해 200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다. 수탁자산 규모가 더 커질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먼저 기술적 대응이다. 하나의 키에 모든 자산을 담는 것이 아니라 키를 분산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관리 부담은 늘어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자산을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 보상도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수탁자산 증가에 맞춰 보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다만 보험료율이 매우 높은 만큼 기술적 분산 관리와 보험 확대를 함께 고려해 적정한 보장 규모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위해 거래와 보관 기능을 분리한 수탁·정산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맞다. 그래서 우리는 장외정산 솔루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매도를 위해 수탁기관에 보관된 자산을 거래소로 미리 옮기는 방식이 아니다. 자산은 수탁기관에 그대로 보관한 채 거래소와 수탁기관의 시스템을 연계(미러링)해 바로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지금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어도 매도하려면 먼저 거래소로 입금하는 프리펀딩(Pre-funding)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거래소 계정에 자산이 미리 들어가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 장외정산이 도입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를 구현하려면 거래소와 수탁기관 간 시스템 연계가 전제돼야 한다.
-특별히 최근 KDAC이 공공수탁 부문에 방점을 두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그 배경과 핵심 전략은.
△걸음마 단계라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지금 만드는 모델이 시장의 표준이 됐으면 좋겠다. 표준이 되면 추가적인 수요를 흡수할 수 있지 않겠나.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표준화 모델이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들어올 기업들도 같은 모델을 쓰면서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인프라 기관이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표준 모델을 빨리 세팅해야 고객들이 믿고 맡길 수 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공공기관 수탁 외에도 새롭게 검토 중이거나 구상 중인 신규 수익원이 있는지.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자산 파이낸싱까지 가능한 사업 영역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예탁원도 처음에는 거래소의 한 부서로 출발해 단순 보관 업무만 담당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차거래를 시작하면서 규모가 크게 성장했고 지금은 거래소(KRX)와 맞먹는 수준으로 커졌다. 커스터디는 단순히 세이프키핑(Safekeeping)에 그쳐서는 안 된다. 보관 중인 자산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산을 대여(대차)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도 있고 대표적으로 레포(Repo)처럼 증권을 맡기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런 담보대출이나 자산 활용 서비스가 도입되면 커스터디 비즈니스의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등 자산 활용 서비스가 핵심 수익원이다. 다만 리파이낸싱이나 자산 활용은 탄탄한 커스터디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가능하다. 커스터디가 기반이 돼야 그 위에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쌓아갈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어떤 제도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법인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법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직접 가상자산을 매수하는 방법, DAT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 그리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법인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가장 낮은 상품은 ETF다. 기존 자산운용 체계에 편입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직접 가상자산을 매수하면 자산을 직접 보관해야 하고 자금세탁방지(AML)를 비롯한 각종 컴플라이언스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ETF는 전통 금융시장 안에서 거래되는 상품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수단이다. 그런데 현재는 오히려 이런 상품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발전하려면 현물 ETF를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탁기관뿐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보다 안전한 투자 환경을 만드는 방안이다. 자본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을 함께 성장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두 시장이 서로 대체재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있지만 ETF가 도입되면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 안으로 편입되는 만큼 두 시장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KDAC의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디지털자산 시장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자본시장과 함께 규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규제가 정비된다면 그에 부합하는 인프라를 미리 갖춰야 한다. 법인 투자든, ETF든, 공공기관 수탁이든 “인프라가 없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준비해 나가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탁 업무의 공공성이다. 수탁은 고객의 재산을 대신 보관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 만큼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그 신뢰는 결국 규제를 얼마나 철저히 준수하느냐에서 나온다고 본다.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규제 준수 역량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 수탁기관을 선택할 때 ‘시스템·내부통제·기술이 모두 갖춰진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