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2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030200)의 시내전화 사업 자체 영업손실은 2023년 기준 8200억원에 달하며, 2024년에는 1조2781억원으로 급증했다. 가입자와 통화량이 줄어 수입은 고갈됐지만 전국 143개 통화권의 노후 설비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는 그대로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032640)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KT에 지급하는 ‘보편적 서비스 손실보전금’도 2022년 기준 638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55억원이 유선 시내전화의 손실을 메우는 데 쓰이고 있다.
국민 누구나 공평한 통신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2000년에 도입된 제도이지만, 유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심각한 자원 왜곡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선전화 발신통화량(시내·시외·인터넷전화)은 2007년 694억분에서 2024년 104억분으로 급감한다. 시내전화만 놓고 보면 58억분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이동전화는 927억분에서 1773억분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음성통화의 유·무선 대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는 뜻이다.
의무제공사업자인 KT는 수천억원의 손실 속에서 인프라 유지 부담을 호소하고, 타 통신사들은 명확한 분담 기준의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면서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의 AI 시대에 과거 음성 환경의 낡은 제도를 고수한 결과”라며 “모두가 고통받는 구조를 바꿀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시내전화, 시외전화 손실 금액(자료=KISDI)
해외 주요국은 이용률이 급감한 과거 서비스를 보편적 역무에서 제외하고,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및 데이터망 접근권을 보장하는 ‘기술 중립적 혁신’을 단행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유선 음성 서비스 지원 기금을 동결·축소하고, 이를 유무선 데이터망 구축비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전면 전환했다.
유럽연합은 2018년 유럽전자통신규범(EECC) 제정을 기점으로 이용률이 낮은 공중전화와 번호 안내 등을 보편적 역무 범위에서 제외했다. 현재 회원국의 절반 이상이 유선전화를 보편 서비스에서 완전히 들어낸 상태다.
일본은 유선전화 의무는 유지하되 구리선(PSTN) 방식 외에 광IP전화, 무선고정전화 방식까지 대체 기술을 전면 허용하며 기술중립성을 통한 비용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유선 및 이동전화 연도별 발신량 추이(자료=KISDI)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오지·산간 지역에 구리선 대신 LTE 무선망으로 시내전화를 제공하는 실증특례를 지정한 것은 효율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보편 서비스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는 “현재의 보편적 서비스 제도는 1998년 입법된 골격이 30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며 “AI 시대에 맞추어 소비자의 선택권과 요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현행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현행 ‘가상기금’ 정산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제도는 비용을 부담한 사업자의 금액을 정부가 확정해주면 나머지 사업자들이 사후 분담하는 구조여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기 어렵다”며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향은 정부가 재원을 직접 관리하는 ‘실질 기금’ 형태로 펀드를 새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곽 교수는 “이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비롯해 관련 법령들을 통합적으로 검토하는 입법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시내전화의 보편 서비스 제외를 두고 성급한 폐지는 위험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규모 재난·재해로 이동통신 기기망이 중단될 때 유선전화가 최후의 통신수단 역할을 할 수 있고, 고령층 등 정보취약계층의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선 구리선 방식을 대체할 무선이나 인터넷전화(VoIP) 등 유연한 기술을 적극 도입해 유지비용을 먼저 효율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사양화된 레거시 서비스를 축소해 확보한 재원은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와 AI·초고속망 접근권을 보장하는 ‘디지털 복지기금(바우처)’ 체계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곽 교수는 “과거에는 음성전화를 쓰기를 원했다면, 지금은 사회적 약자들도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를 누리고 스마트폰 활용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며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복지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재원 분담 문제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음성 중심에서 디지털 서비스로 확대하자는 제안은 결국 ‘누가 돈을 낼 거냐’의 문제와 직결돼 있어 쉽게 바뀌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