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이 아니라 AI가 산다”…쇼핑 판 뒤집는 AI 에이전트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28일, 오후 04: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직접 안내하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글로벌 유통업계의 새로운 경쟁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AI에게 “노트북을 추천해 달라”고 묻고, AI는 제품 비교부터 구매까지 전 과정을 맡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이러한 변화가 제품 검색과 구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이커머스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쇼핑 웹사이트별 생성형 AI 유입. 2024년 4분기~2026년 1분기 생성형 AI 유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분야별 생성형 AI 방문 비중. 대부분 쇼핑 분야에서 생성형 AI 방문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컴퓨터·가전 분야가 2026년 1분기 0.8%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출처=센서타워 '2026 AI 시장 보고서'
쇼핑 웹사이트별 생성형 AI 유입. 2024년 4분기~2026년 1분기 생성형 AI 유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분야별 생성형 AI 방문 비중. 대부분 쇼핑 분야에서 생성형 AI 방문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컴퓨터·가전 분야가 2026년 1분기 0.8%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출처=센서타워 '2026 AI 시장 보고서'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아마존의 AI 쇼핑 어시스턴트 ‘루퍼스(Rufus)’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발표한 ‘2026 AI 시장 보고서(State of AI Report 2026)’에 따르면 루퍼스를 이용한 쇼핑객의 구매 전환율은 40% 이상으로 일반 이용자의 약 20%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AI가 제품 비교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구매 과정의 마찰을 크게 줄여준 결과다.

루퍼스 이용자는 일반 이용자보다 제품을 비교·조사하기 위해 플랫폼에 훨씬 오래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블랙프라이데이와 프라임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에서는 이용률이 더욱 크게 증가했다.

월마트의 ‘스파키(Sparky)’도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스파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27% 증가했고,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약 50% 늘었다. 주간 활성 이용자는 10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스파키 이용자의 평균 주문 금액(AOV)은 일반 고객보다 약 3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두 서비스는 모두 AI 쇼핑 비서지만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루퍼스는 이미 아마존 플랫폼에 깊숙이 내재화된 성숙 단계에 진입한 반면, 스파키는 빠른 이용자 확대를 기반으로 매출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성장 국면에 있다는 평가다.

아마존의 AI 쇼핑 비서 ‘루퍼스(Rufus)’는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며 플랫폼에 깊이 안착한 모습이다. 월마트의 ‘스파키(Sparky)’는 빠른 확산 단계에 있다. 출처=센서타워 '2026 AI 시장 보고서'
아마존의 AI 쇼핑 비서 ‘루퍼스(Rufus)’는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며 플랫폼에 깊이 안착한 모습이다. 월마트의 ‘스파키(Sparky)’는 빠른 확산 단계에 있다. 출처=센서타워 '2026 AI 시장 보고서'
◇AI가 먼저 추천하는 시대…브랜드도 ‘AI 노출’ 경쟁

AI 에이전트 확산은 소비자의 제품 탐색 방식도 바꾸고 있다.

소비자들은 쇼핑몰을 직접 방문하기보다 먼저 챗GPT나 퍼플렉시티 같은 생성형 AI에서 제품을 추천받고 비교한 뒤 구매 사이트로 이동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최대 수혜 분야는 구매 전 충분한 정보 탐색이 필요한 컴퓨터·가전, 홈앤가든(Home & Garden),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이다.

특히 컴퓨터와 가전 브랜드는 AI 답변에 인용되는 비율이 높아 초기 구매 검토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는 개방, 아마존은 폐쇄…AI 전략도 갈렸다

유통업체들의 AI 전략도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월마트와 타깃은 챗GPT와의 협력 등 AI 친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생성형 AI를 통한 웹사이트 유입 비중을 1.5%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아마존은 챗GPT가 자사 상품 데이터를 학습하지 못하도록 웹 크롤링을 차단하는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를 통한 외부 유입 비중은 약 0.5% 수준에 머물렀다. 테무와 쉬인도 AI 추천을 통한 유입 비중이 약 0.3%에 그쳤다.

이는 AI 플랫폼과 적극 협력해 외부 트래픽을 확보할 것인지, 자체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고객을 묶어둘 것인지를 놓고 유통업체들의 전략이 양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챗GPT는 2026년 2월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시범 운영한 뒤 3~4월부터 노출을 확대했다. 5월 말 기준 광고 수와 광고를 접한 이용자 수는 3월 첫째 주 대비 약 7배 증가했다. 현재 광고를 보는 이용자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다만 오픈AI가 전환 최적화와 캠페인 관리 기능 등 광고주 지원 도구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챗GPT 광고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초기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센서타워 '2026 AI 시장 보고서'
챗GPT는 2026년 2월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시범 운영한 뒤 3~4월부터 노출을 확대했다. 5월 말 기준 광고 수와 광고를 접한 이용자 수는 3월 첫째 주 대비 약 7배 증가했다. 현재 광고를 보는 이용자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다만 오픈AI가 전환 최적화와 캠페인 관리 기능 등 광고주 지원 도구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챗GPT 광고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초기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센서타워 '2026 AI 시장 보고서'
◇“챗GPT에 안 보이면 안 팔린다”…광고시장도 재편

생성형 AI는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광고 시스템 초기 참여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쇼핑과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다. 홈디포, 노드스트롬, 베스트바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가 제품을 비교하고 탐색하는 단계에서 AI 답변에 브랜드를 노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커머스 인텔리전스 기업 크리테오는 최근 한국 광고주들도 자사 플랫폼을 통해 챗GPT 내 광고를 집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크리테오는 지난 3월 오픈AI의 첫 광고 기술 파트너로 선정된 이후 미국에 이어 한국과 영국, 일본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했으며, 현재 약 2000개 브랜드가 챗GPT 광고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광고주 가운데 약 15%는 미국 외 지역 기업이다.

업종별로는 패션, 가구·인테리어, 소비자 가전, 자동차, 뷰티 분야의 광고 집행이 활발하다. 크리테오는 이를 두고 소비자들이 상품 탐색과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화형 AI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효율도 기존 디지털 광고를 웃돈다. 크리테오에 따르면 챗GPT를 통해 유입된 이용자의 클릭률(CTR)은 유사 광고 포맷보다 2~3배 높았고, 광고를 통해 유입된 방문자의 80% 이상이 신규 고객으로 집계됐다. 또 상품 카탈로그 데이터와 이용자 프롬프트를 결합해 맞춤형 광고를 자동 생성하는 ‘프롬프트 스마트 애즈(Prompt Smart Ads)’를 적용한 캠페인은 초기 테스트에서 광고 집행 규모가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오더블, 도어대시, 프리플리, 부킹닷컴, 인슈어리파이 등 다양한 산업군이 AI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고객 상담 기능을 넘어 구매 결정과 결제까지 연결하는 핵심 커머스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유통업체와 브랜드가 AI 기반 소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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