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증서 발급을 위한 행정 절차만 남겨둔 상태로 연내 유럽 통합규격(CE) 인증 획득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에 이어 국내뿐 아니라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베트남 시장 진출까지 가시화되면서 회사가 목표로 제시한 연내 국내외 판매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HPV 분자진단용 자가채취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로버스의 에발린브러시 (자료=로버스)
◇“HPV검사 넘어 LBC까지”…자가채취 시장 정조준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얼리팝이 최근 멸균 의료기기(Class Is)를 대상으로 진행된 MDR 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MDR 보고서 발급과 같은 행정 절차만 남아 있는 상태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6월 초 얼리팝이 자가채취용과 전문가용 모두 MDR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다”며 “MDR 보고서 발급까지 약 4개월, 이후 CE 인증 절차에 약 2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MDR(Medical Device Regulation)은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의료기기 규제로 기존 CE 인증 체계보다 임상 근거와 품질관리 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얼리팝이 속한 Class Is는 멸균 의료기기로 일반적인 Class I보다 까다로운 인증기관의 적합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얼리팝을 전문가용 제품으로 허가했다. 연내 자가채취용 제품으로 CE 인증을 획득할 경우 글로벌 시장 최초의 액상세포검사(Liquid Based Cytology·LBC) 기반 자가채취 브러시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얼리팝이란 사용자가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가채취 브러시를 말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가채취 검체를 활용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실제로 로슈와 벡톤 디킨슨(BD) 등 글로벌 진단기업들은 자가채취 검체를 이용한 HPV 검사 제품을 상용화했다.
다만 기존 제품들은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궁경부 세포의 형태학적 이상을 확인하는 액상세포검사에는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바이오다인은 독자적인 브러시 구조를 통해 자가채취 환경에서도 액상세포검사에 필요한 충분한 자궁경부 세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이오다인은 얼리팝을 세계 최초의 액상세포검사 기반 자가채취 브러시로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의료기기업계가 자가채취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궁경부암 검진 수검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 세포 채취는 산부인과 진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만큼 문화적·종교적 이유로 검사를 기피하는 국가가 적지 않다. 일부 저·중소득 국가(LMICs)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검진 인프라 부족으로 정기 검진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기도 하다. 반면 자가채취 방식은 장소 제약 없이 스스로 검체를 확보할 수 있어 검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당국은 자궁경부암 검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자가채취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다인은 액상세포검사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되면 HPV 검사 중심의 기존 자가채취 시장을 넘어 보다 정밀한 자궁경부암 선별검사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내 얼리팝 첫 판매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바이오다인이 최근 현지 파트너사와 얼리팝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러시아와 CIS, 베트남 지역의 파트너사들이 판매를 위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얼리팝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밖에 국내 일부 대학병원과도 얼리팝 사용을 위한 MOU를 맺은 상태”라며 “샘플 평가 이후 국내외에서 본격적인 마케팅과 판매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서 ‘올인원 자가채취’ 가능성 입증
바이오다인은 규제 절차뿐 아니라 학술적 근거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얼리팝의 자가채취 성능을 평가한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다이애그노스틱스(Diagnostics)에 게재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활용할 수 있는 임상 근거도 확보했다. 해당 연구는 여성 520명을 대상으로 얼리팝 자가채취 검체와 의료진 채취 검체를 비교한 전향적 연구다.
현재 글로벌 자가채취 시장은 사실상 HPV 검사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로버스(Rovers)의 에발린브러쉬를 비롯해 플록스와브, 바이바브러시, 큐빈팁 등 주요 자가채취 기기들은 대부분 HPV 분자진단용으로 평가·사용되고 있다.
반면 얼리팝은 액상세포검사와 HPV 검사, 성매개감염병(STI) 검사를 하나의 자가채취 검체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이오다인은 현재까지 공개된 문헌 기준으로 세 가지 검사를 단일 자가채취 검체로 동시에 검증한 연구는 이번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얼리팝은 의료진 채취보다 더 많은 병변과 HPV 양성 사례를 발견했다. 추가 발견 사례 상당수는 조직검사에서 실제 병변으로 확인됐다. 특히 세포검사의 일치도 지표인 카파계수는 0.67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이오다인은 이를 부정확성의 신호가 아닌 추가 병변 발견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카파계수 0.67이라는 숫자가 낮아보일 수 있으나 이는 얼리팝이 부정확해서가 아니라 전문의가 놓친 병변을 얼리팝이 추가로 발견하면서 발생한 결과”라며 “조직검사에서도 해당 사례들이 실제 병변으로 확인된 만큼 의미 있는 결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에서는 얼리팝만 검출한 이상 소견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직검사로 검증됐으며 상당수가 실제 병변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자가채취 방식이 편의성은 높지만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은 결과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현재 자가채취 시장이 HPV 검사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면 얼리팝은 액상세포검사와 HPV 검사, 성매개감염병 검사까지 하나의 검체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며 “CE 인증을 발판으로 러시아·CIS, 동남아 시장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