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허가부터 3상 톱라인까지'…하반기 눈여겨볼 K바이오 빅이벤트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전 08:31

[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흐름을 보였다.

신약 임상 및 품목허가 이벤트를 앞둔 기업들이 적지 않았지만 주가 반응과 자금 유입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심사 결과와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발표, 대형 기술수출 후속 기대감 등이 굵직한 이벤트들이 연이어 예정돼 있는 만큼 분위기 반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 챗GPT)
(그래픽= 챗GPT)




◇7월, HLB 美 FDA 허가와 코오롱티슈진 TG-C ‘첫 포문’

가장 먼저 시장의 시선이 쏠릴 곳으로 HLB(028300)가 꼽힌다. HLB의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다음 달 2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심사 기일(PDUFA date)을 앞두고 있다. 앞서 HLB는 올해 1월 FDA에 간암 1차 치료제 신약 허가신청(NDA) 재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HLB의 이번 도전은 사실상 세 번째로 파악된다. HLB는 2024년 5월과 지난해 3월 FDA로부터 보안요구 서한(CRL)을 받았다. 당시 병용요법 효능 문제가 아니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에 대한 제조·품질관리(CMC)에 지적 사항이 있었다고 HLB측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실사 대체 보고서 (RLI) 가능성도 거론됐다. RLI는 FDA가 제조소를 직접 방문하는 대신 신청사나 제조소가 제출한 기록·보고서·자료 등을 바탕으로 시설 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HLB 측은 "RLI제도가 지난해 공식적으로 규정화됐고 해당 제도가 최근 다수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해당 규정이 항서제약 CMC 실사에도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만약 병용요법이 FDA 품목허가를 획득할 경우 국산 항암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기대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추가 CRL을 받을 경우 병용요법 상업화 일정 지연과 HLB 관련 그룹주의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같은 달에는 코오롱티슈진(950160)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에 대한 두 개 스터디 중 첫 번째 스터디 탑라인 공개도 예정돼 있다. 다른 하나는 오는 10월 발표가 예상된다.

TG-C란 무릎 골관절염 환자 무릎 관절강에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도 연골 구조 자체를 회복시키려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말한다. TG-C가 단순 통증 완화를 넘어 관절 구조 개선 효과를 입증할 경우 글로벌 최초 골관절염 근본적 치료제(DMOAD)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기업가치 재평가는 물론 국내 세포·유전자 치료제 산업 전반에도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은 내년 1분기 FDA 품목허가(BLA) 신청과 2028년 상업 판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론자(Lonza)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생물의약품 품목허가(BLA) 신청을 위한 CMC 패키지 작성과 초기 상업 생산 준비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론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CDMO 중 하나여서 파트너로 선정했다”며 “내년 1분기 품목허가까지 협력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공급 안전성을 고려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9월, 아리바이오와 HLB의 두 번째 승부

오는 9월은 치매와 항암 분야 대형 이벤트가 자리한다. 먼저 뇌질환 신약 개발 전문기업 아리바이오는 9월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의 임상 3상 톱라인 공개 가능성이 높다. 아리바이오는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13개국 230개 기관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535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아리바이오는 올해 6월 투약 종료 후 이르면 9월 탑라인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AR1001은 기존 항체 치료제와 달리 먹는 약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레켐비나 키순라처럼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치매 치료제들이 정맥주사(IV)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업적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아리바이오가 최근 중국 푸싱제약과 최대 47억달러(약 7조1895억원) 규모에 달하는 AR1001의 글로벌 개발·허가·생산·상업화를 위한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이번 임상 성공 여부와 글로벌 판권 계약에 힘입어 기업공개(IPO) 사례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HLB 역시 또 하나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담관암 2차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심사 결과가 예정돼 있다. 만약 오는 7월 간암에 이어 담관암 치료제까지 성과를 낼 경우 HLB는 글로벌 항암제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10월, ESMO와 플랫폼 기업 모멘텀

오는 10월에는 유럽종양학회(ESMO)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다. ESMO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학회(AAC)과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힌다. 이 자리에는 글로벌 빅파마와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해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공동개발과 기술수출 논의를 진행한다. 이에 학회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도 이와 관련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도 한미약품을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102940) △루닛(328130) △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HLB 등이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펩트론(087010)이 10월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펩트론이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기술평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펩트론은 일라이릴리와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주사제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평가 종료 이후 본계약 등의 협력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스웨덴 기업 카무루스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협력 계약을 맺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가 해당 계약에서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를 포함하는 옵션을 행사하기도 해 펩트론의 기술평가 결과가 본계약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펩트론 측은 계약에 따라 차질 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올해 하반기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약물전달 플랫폼(DDS) 개발사 인벤티지랩(389470)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 인겔하임과 추가 공동연구 계약 가능성이 거론되며 하반기 기대주로 꼽힌다. 앞서 인벤티지랩은 2024년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추가 연구 계약까지 성사시키며 협력 범위를 넓혀왔다. 시장에서는 기존 프로젝트 성과가 긍정적일 경우 후속 계약이나 본계약 체결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인벤티지랩 플랫폼이 적용된 물질이 비만·당뇨 치료제 계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가 비만치료제의 투약 편의성 개선을 위해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성과가 긍정적으로 확인될 경우 대형 계약 체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투지바이오(456160) 역시 지난해 두 차례 베링거 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제형을 공동으로 설계·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제형과 약물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을 예정이다.

이 외 한미약품은 일라이릴리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향후 추가적인 기술이전 체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신경영양성 각막염(NK) 치료제 후보물질 RGN-259의 임상 3상(SEER-2) 톱라인 결과 발표가 하반기 예상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업종이 반도체 랠리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굵직한 이벤트들이 집중돼 있어 개별 기업의 성과에 따라 투자심리 반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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