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방송, 누군가에겐 꿈이 된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02일, 오전 08:30

[고민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고민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고민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화면해설 방송 덕분에 대학생이 됐어요”

시각 장애인 ㄱ 양의 이야기를 듣고 장애인에게 미디어 접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 캠퍼스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화면해설 방송을 들으며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웠다는 말에 정보에의 접근이 누군가에겐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장애인방송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수어화면이나 자막이 화면을 가려 시청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고, 방송 현장에서는 장애인방송 편성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부담과 제작비용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의 미디어 접근권 보장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이자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소홀히 하기 어렵다.

정부는 2000년도부터 장애인의 미디어 접근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부터 장애인방송 의무편성 제도를 시행해 영국 등 주요국 못지않은 양적 성장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장애인방송 제작비 지원, 장애인 맞춤형 TV 보급을 넘어, 지난해부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음성을 자막과 수어로 변환해주는 ‘이어줌’ 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 등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고 이용 기기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데, 장애인방송 정책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방송의 품질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의무편성 비율 준수를 넘어 장애인 시청자도 원하는 시간에 양질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이다.

이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실질적이고 폭넓은 장애인 미디어 접근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 미디어 접근권 보장 대상을 시각·청각 장애인에서 신체적·정신적 제약을 가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했다. 실시간 방송 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장애인방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장애인이 선호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장애인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평일 19~23시, 주말·공휴일 18~23시 등 주시청시간대 장애인방송 편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 의무를 부여하고, 품질 향상을 위한 내용도 신설했다. KBS와 같은 다채널 운영 방송사가 모든 채널에서 장애인방송을 고르게 편성하도록 채널별 최소 비율도 설정했다.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고 미디어 생태계도 바뀜에 따라, 현재는 많은 방송사들이 스스로 장애인 미디어 접근권 보장을 확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IPTV, SO 등 플랫폼 사업자들도 셋톱박스를 활용한 장애인 맞춤형 기능을 개발하고 제한적이나마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청자 인식도 바뀌고 있다. TV 속 수어화면과 자막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해 비장애 시청자들도 자막이 포함된 영상물을 선호하고, 화면해설방송을 통해 ‘귀로 보는’ 방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가 어르신, 어린이 등 모두가 이용하는 길이 되었듯 장애인방송 역시 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전 세계가 환호하는 ‘K-콘텐츠’를 모두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방미통위는 앞으로도 미디어 접근권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포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연대하고 참여하는 ‘장벽 없는 미디어 생태계’가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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