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양자 과학기술 연구산업 축제 '퀀텀 코리아 2026'에서 IBM 퀀텀 시스템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6.7.2 © 뉴스1 김민지 기자
IBM 부스 한쪽 벽면에는 양자컴퓨팅 로드맵이 걸려 있었다. 2016년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에서 출발한 로드맵은 2030년대 상용화 구상까지 이어졌다.
부스 중앙에는 'IBM 퀀텀 시스템2' 축소 모형이 놓였다. 샹들리에처럼 내려온 구조물 앞에서 관람객들은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가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방식과 큐비트 제어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IBM 관계자는 "초전도체 기반 양자컴퓨터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회로 기반이기 때문에 전기 신호를 넣어 큐비트가 원하는 상태로 동작하도록 제어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IBM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도구인 키스킷(Qiskit), 미들웨어, 라이브러리도 함께 소개했다. 관계자는 "기존 메인프레임처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풀스택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 아이온큐(IONQ) 부스 속 양자 신호 시간 측정 장비 ID1000와 미약한 양자 신호를 검출하는 IDQube © 뉴스1 안소연 수습기자
'양자기술'을떠올리면 마블시리즈 영화 '앤트맨'의 양자세계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현실의 양자기술은 시간여행이나 다른 차원을 여는 기술이 아니다. 원자와 전자처럼 매우 작은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와 통신, 센서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기술이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두뇌'를 흉내 내는 기술이라면,양자기술은 자연의 가장 작은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는 기술이라는 점이 다르다.
비유를 들자면 기존 컴퓨터가 책을 한 권씩 찾아 정보를 탐색할 때, 양자컴퓨팅은 수천 명의 사서가 동시에 책을 찾아 가장 유력한 답을 바로 가져오는 방식에 가깝다.
10여 년 전부터 '미래 기술'로 불렸던 양자기술은 여전히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많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에서는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제 장비와 서비스, 상용화 로드맵이 대거 공개되면서 '양자 시대'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나 이날 열린 퀀텀코리아2026 행사에서도 양자 기술의 '상용화'가 비로소 손에 잡히듯 가까워 온 느낌이었다.
"양자컴 등장하면 기존 암호 위협"…QKD 장비 전시
양자 컴퓨팅의 총아인 아이온큐(IONQ) 부스에는 양자 신호 측정 장비와 검출 장비, 양자키분배(QKD) 장비가 전시됐다.
아이온큐 관계자는 양자 신호 시간 측정 장비 ID1000를 "양자 신호가 장비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IDQube는 미약한 양자 신호를 검출하는 장비로 소개됐다. 관계자는 "양자 신호는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다"며 "작은 장치로도 양자 신호를 검출할 수 있도록 만든 장비"라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 장비인 클라비스(Clavis) XG도 전시됐다. 관계자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기존 암호 알고리즘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암호키를 안전하게 생성하고 전달하는 장비가 QKD 장비"라고 말했다.
기존 암호 알고리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말은 인터넷·금융거래·공공망 인증 등에 쓰이는 공개키 암호 방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RSA 공개키 암호는 큰 수를 소인수분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데이터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암호 방식이다. 현재 컴퓨터로는 이런 계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계산 시간이 크게 줄 수 있다. 보안업계가 양자컴퓨터 상용화 전부터 양자내성암호(PQC)와 QKD를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새로 소개된 솔테리스(Solteris)는 QKD 장비를 직접 설치하기 어려운 지사나 원격 거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로 설명됐다. 본사 핵심망에 설치된 QKD 장비와 지사망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스. © 뉴스1 안소연 수습기자
통신사는 양자암호통신…KIST는 광 기반 프로세서
국내 통신사들도 양자암호통신 장비를 앞세웠다. SK텔레콤(017670) 부스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검증 과정을 거친 실물 장비가 더 나왔다"고 말했다. 부스에는 드론 등 무선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양자보안 장비도 놓였다.
KT(030200) 부스에서는 협력사 우리넷 관계자가 양자암호통신 장비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80㎞ 떨어진 통신망 구간에서 암호키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면, 올해는 100㎞ 구간까지 가능하도록 발전한 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스에서는 광 기반 양자 프로세서 연구가 소개됐다. KIST 관계자는 "상온에서도 가능한 광 기반 양자 프로세서를 만들어보자는 연구"라며 "기존에는 광학 테이블 위에서 크게 구성해야 했던 광학계를 작은 소자로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질 개발 등에 필요한 계산을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만으로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양자처리장치(QPU)와 CPU를 함께 쓰면 더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빛의 생성·제어·검출 과정을 작은 소자 안에서 구현하는 방식도 함께 소개했다.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 노르마 부스. © 뉴스1 안소연 수습기자
양자컴퓨터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려는 기업도 눈에 띄었다. 노르마 부스에서는 여러 종류의 양자컴퓨터를 한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소개됐다.
노르마 관계자는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쓰면 비용이나 성능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양자컴퓨터만 할 수 있는 일은 양자컴퓨터가 하고 나머지는 고전 컴퓨터가 처리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마는 이 같은 방식으로 양자컴퓨터 사용 시간을 줄이고 비용 부담을 낮추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고전 컴퓨터로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 양자컴퓨터는 결과값을 뽑는 용도로 짧게 써도 된다"며 "상용화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부스를 돌며 관계자 설명을 들었다. 개막식 축사에서는 "사실 인공지능(AI) 다음은 퀀텀인 것 같다"며 양자 기술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AI 연산 방식은 굉장히 많은 비용과 전력을 필요로 한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한계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컴퓨팅뿐 아니라 센싱 기술, 암호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업, 산학, 정부가 함께 힘을 합해 양자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과 육성 계획을 더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양자 과학기술 연구산업 축제 '퀀텀 코리아 2026'에서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7.2 © 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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