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이미지=홍주연 기자)
◇우주 CDMO·CRO 단발성 실증 넘어 사업 모델로 도약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에서 신약개발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스페이스린텍은 미국 버지니아 노퍽주립대 신경공학과 교수인 윤 대표가 2021년 설립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의학 기업으로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 공간에서 단백질 결정을 성장시키거나 인공 장기(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지상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고정밀 데이터를 수집한다.
스페이스린텍이 지난해 처음 쏘아 올린 위성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린텍의 우주 위탁개발생산(CDMO) 및 우주위탁연구(CRO) 사업도 단발성 실증을 넘어 반복 가능한 사업 모델로 도약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2번의 위성 발사에 이어 올해는 누리호 5차 발사를 비롯해 총 세 차례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표에 따르면 내년에 발사 횟수가 8차례로 늘어난다.
윤 대표는 잦아지는 발사 횟수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 CRO·CDMO사업은 국내에서 스페이스린텍이 유일하게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지=AI생성)
◇미세중력 환경서 단백질 결정 만들어...AI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과 연결
스페이스린텍의 핵심 기술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을 만드는 데 있다. 지상에서는 분말 형태의 단백질이 중력 때문에 가라앉고 온도 차이가 생기면 대류 현상까지 일어나 결정이 고르게 형성되기 어렵다.
그는 "지금까지 지상에서는 항원이 되는 단백질 구조가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다"며 "약물은 항원을 무력화하기 위해 정확한 위치에 붙어야 하는데 구조가 불명확하면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알파폴드, 로제타폴드 등 인공지능(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과도 연결된다. AI는 염기서열 데이터를 바탕으로 95% 확률 등으로 구조를 추정한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검증하는 작업은 또 다른 문제로 여겨진다.
실제로 스페이스린텍이 국제우주전거장(ISS)에서 확보한 결정 구조는 지상 실험과 다른 결과를 보였다. 지상에서 만든 결정의 바인딩(결합) 구조와 우주에서 만든 결정의 구조가 서로 달랐다. 우주에서는 정방형·피라미드 형태의 고품질 결정이 확인됐다.
구조 분석의 실질적 효용은 약물 제형 개선으로 이어진다. 고순도 항암 약물은 환자 투여 시 150mg을 1mℓ에 녹여야 한다. 지상에서 만들면 점도가 급격히 올라가 작은 바늘로 주사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우주에서 만든 결정은 낮은 점도와 내열성을 가져 고농도·저용량 제형 전환에 유리하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머크가 키트루다의 제형을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바꾸는 기술을 우주에서 찾은 이유도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ISS 실증 성공 이어 위성·지상으로 확장하는 자동화 플랫폼
스페이스린텍은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단백질 결정화 실험 모듈 BEE-PC1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렸다. 국내 기업이 ISS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을 확보하고 실험 운용까지 완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연구 대상은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공동으로 진행한 USP7 단백질로 다양한 암종의 치료 표적으로 연구되는 탈유비퀴틴화 효소로 전해진다. BEE-PC1 모듈과 단백질 결정은 스페이스X 드래곤 화물 캡슐로 지상에 귀환했다. 스페이스린텍은 미국 헬릭스 바이오스트럭쳐스와 다나-파버 암 연구소, KIST와 함께 정밀 분석을 진행했다.
실험이 우주인의 개입 없이 완전 자동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는 "우주인 손 없이 자동으로 확인까지 다 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실험 과정에서 사람 손이 닿지 않아야 규제기관 승인을 받기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ISS 실증에 이어 독자 위성 플랫폼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한 국내 최초 우주바이오 전용 큐브위성 BEE-1000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주성분인 펨브롤리주맙을 독자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후속 위성 BEE-1012는 오는 10월 누리호 5차 발사에 탑재돼 무중력 공간에서 항암제 원료로 쓰이는 단백질 결정 성장 과정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회수 전용 모듈인 BEE-FRM/FPM은 결정성장 파운드리 생산기술의 연구와 생산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
윤 대표는 스페이스X의 연간 1만회 발사 계획을 언급하며 "우주에 위성이 많이 올라갈수록 비용이 감소한다"며 "스페이스린텍도 1년에 1000회 발사도 가능한 시점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지상에서는 드롭타워를 통해 미세중력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 드롭타워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과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태백에는 세계 최장 900m급 드롭타워도 구축했다. 위성이 단백질·저분자 의약품을 다룬다면 드롭타워는 오가노이드 등 세포 연구와 유전자 전달 기술 검증에 쓰인다.
다만 규제는 아직 변수로 남아있다. 아직까지 우주에서 제조한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없다. 영국의 경우 최근 우주 제조 의약품의 상용화를 위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승인 절차 정비에 나섰다. 국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우주항공청의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됐다.
◇투자·상장 로드맵, 장기 목표는 소버린 신약개발
윤학순 대표는 스페이스린텍의 단기 목표에 대해 내년 우주 CRO 기반 사업의 상용화라고 밝혔다. 스페이스린텍은 내년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점은 2028년 하반기~2029년 상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지난해 시리즈 B 투자를 마무리지었다. 이후 단계는 이달 중 오픈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우주에서 단백질 구조 분석을 넘어 의약품 생산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윤 대표는 희귀질환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 기술과 AI의 발전으로 신약 개발 비용이 현재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질 경우 국내 제약사들도 보다 적은 비용으로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이를 국가 차원의 제약 주권 확보와도 연결지었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이 독자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면 제약 분야의 소버린(Sovereign, 자국이 직접 개발·운영·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우주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의약품을 자체 개발·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