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챗GPT)
◇‘비만’ 넘어 ‘심장’으로…빅파마 투자축 이동
25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 공개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독일에서 건강한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심부전 치료 후보물질 ‘CDR132L’의 피하주사(SC)와 정맥주사(IV) 투여 시 체내 노출량을 비교하는 임상 1상을 개시했다.
CDR132L의 안전성과 효능 검사는 이미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까지 진행됐다. 이번 임상은 약효 검증보다는 CDR132L의 투여 경로에 따른 약동학(PK) 특성을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IV 대비 투약 편의성이 높은 SC 방식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 만성질환 치료제로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기 투여가 필요한 만성 심부전 특성상 환자 편의성이 높은 SC 주사 제형 확보에 나서며 후기 임상과 상업화를 염두 노린 셈이다.
CDR132L은 노보노디스크가 2024년 독일 제약사 카디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리보핵산(RNA) 기반 심부전 치료제다. 심장 질환의 주요 인자인 마이크로RNA ‘miR-132’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체중 감량과 혈당 개선을 통해 심혈관 위험을 간접적으로 낮추는 GLP-1 계열과 달리 심부전의 근본 원인을 직접 겨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번 임상은 노보노디스크의 투자 방향이 비만 적응증 확대를 넘어 심혈관 질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실제 다른 글로벌 제약사 움직임도 비슷하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심혈관 질환 유전자 편집 치료제 개발기업 버브 테라퓨틱스를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하며 심혈관 질환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같은 해 로슈도 대사기능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 ‘페고자페르민’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텍 89바이오를 최대 35억 달러(약 5조원) 규모에 인수하며 심혈관·신장·대사질환 영역을 강화했다.
◇심혈관 파이프라인도 SC 전환 필수...알테오젠 또 다른 기회 잡을까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보노디스크가 카디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면서 1조원이 넘는 인수 대금을 지불한 점은 심혈관 분야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적은 환자 규모에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항암제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환자를 장기간 추적해야 하는 심혈관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접근을 꺼렸던 영역”이라며 “한때 글로벌 빅파마들도 항암제와 희귀질환에 집중했지만, 최근 심혈관 파이프라인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높아지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제와 항암제 개발이 주를 이루면서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을 직접 겨냥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이에 오히려 심혈관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플랫폼 기술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테오젠(196170)이다. 노보노디스크가 이번 임상에서 기존 IV 제형을 SC 제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임상에 착수한 것처럼 장기 투여가 필요한 만성질환 치료제에서는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SC 제형 전환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알테오젠은 SC 제형 전환 플랫폼 ‘ALT-B4’은 피하조직의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IV로 투여하던 고용량 항체·단백질 의약품을 SC 방식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다. 기존에 정맥으로 투여해야 했던 약물을 SC로 전환해 투약 시간을 단축하고, 향후 자가 투여 가능성까지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알테오젠은 머크(MSD)와 아스트라제네카, 다이이찌산쿄, GSK, 바이오젠 등과 관련 기술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경쟁사 할로자임의 엠다제(MDASE) 특허를 무력화한 점도 추가 글로벌 기술이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RNA 간섭(RNAi) 치료제 개발기업 올릭스(226950)도 간접적인 수혜 기대감이 나온다. 이번 CDR132L이 RNA 기반 심부전 치료제 것을 고려하면 RNA 치료제가 희귀질환을 넘어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RNA 치료제는 단백질이 생성되기 전 단계에서 질병 관련 RNA를 직접 조절한다는 점이 기존 치료제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기존 심부전 치료제가 일반적으로 혈압과 신경호르몬을 조절해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질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RNA 치료제는 심근 비대와 섬유화 등을 유발하는 유전적 신호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RNA 치료제가 수혜를 보기에 앞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약물을 원하는 조직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아직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데다, 심혈관 질환 특성상 대규모 장기 임상이 필요해 개발 부담이 크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RNA 전달 기술이 고도화되는 중인 데다, 비만 치료제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글로벌 빅파마들이 심혈관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면 RNA 기반 만성질환 치료제도 한층 개발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