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대원제약(003220)이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차세대 4중작용제 비만 신약 전임상 결과를 공개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원제약에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 글라세움이 "식욕 억제와 지방 감량은 다른 영역”이라며 병용 전략 가능성을 제시해 관심이 쏠린다.
지난 16일 유상구 글라세움 대표이사가 경기도 수원시 글라세움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부티글라브리딘의 오토파지 기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GLP-1은 식욕 줄이고, 우리는 지방 줄인다”
유상구 글라세움 대표는 최근 경기도 수원시 본사에서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만나 “현재 비만치료제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비만의 본질은 체지방을 줄이는 데 있다”며 “식욕은 GLP-1 계열 약물이 담당하고 우리는 지방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라세움은 2022년 대원제약과 부티글라브리딘의 비만·대사질환 적응증 치료제로의 국내 개발권리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글라세움은 향후 대원제약의 4중작용제 비만 신약과 같은 GLP-1 계열의 식욕억제 효능의 비만치료제와 부티글라브리딘의 병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비만치료제 개발 흐름은 GLP-1에서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와 글루카곤(GCG) 수용체를 추가하고 최근에는 여기에 가스트린 기전까지 더하는 등 다중작용제로 진화하고 있다”며 “결국 식욕 조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라세움은 부티글라브리딘을 비만치료제로 개발해 국내에서 임상 2a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글라세움은 이를 약효 부족보다 임상 대상자의 행동 특성 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동물에서는 지방 감소 효과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사람은 단순히 배고픔 때문에 먹는 것만은 아니다”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행동(Hedonic Eating)이 강하기 때문에 지방을 분해해도 추가 섭취가 이뤄지면 체중 감소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 환자들은 몸 상태가 좋아지면 오히려 더 먹는 경우도 있다”며 “사람 임상을 통해 식욕 조절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글라세움이 식욕 억제 기능을 가진 GLP-1 계열 치료제와의 병용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부티글라브리딘을 비만치료제로 개발할 권리는 현재 대원제약이 보유하고 있어 향후 관련 임상이나 병용 전략은 대원제약과 협의가 필요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오토파지 기전으로 근손실 최소화한 감량 목표”
글라세움의 후보물질 부티글라브리딘은 세포 내 자가포식 작용인 오토파지(Autophagy)를 활성화하는 기전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부티글라브리딘은 지방세포 내부의 지방방울(Lipid Droplet)을 분해하는 리포파지(Lipophagy)를 촉진해 지방을 직접 제거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GLP-1 계열 치료제가 주도하고 있다. 다만 GLP-1 계열 치료제의 경우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 감소가 동반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그는 “현재 비만 환자 상당수는 인슐린 저항성을 동반하고 있는데 이 경우 몸에서 지방 분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부티글라브리딘은 지방세포 안에서 지방을 직접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부티글라브리딘의 지방 감량 기전은 기존 비만치료제인 로슈의 제니칼(Xenical·성분명 올리스타트)과도 차이가 있다. 제니칼은 음식으로 섭취한 지방이 체내 흡수되지 못하도록 지방분해효소(리파아제)를 억제한다. 반면 부티글라브리딘은 이미 지방세포 안에 축적된 지방을 직접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유 대표는 “제니칼이 지방 흡수를 막아 배출시키는 약이라면 부티글라브리딘은 이미 체내 쌓인 지방 자체를 제거하는 접근”이라며 “지방 배출 과정에서 제니칼의 위장관 부작용이 지적돼 온 것과 달리 부티글라브리딘은 지방세포 내 대사 과정에서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장년층과 노년층 비만 환자에서 근손실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고도 했다. “젊은 층은 체중이 빠진 뒤에도 근육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고령층은 한 번 줄어든 근육량을 되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비만치료의 목적은 체중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방을 줄여 건강을 회복하는 데 있다”며 “앞으로는 근육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체지방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는 치료 전략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빼는 비만약’, 비만견서 먼저 성공
부티글라브리딘은 사람 대상 임상에서는 기대했던 체중 감소 효과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반려동물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 비만 반려견을 대상으로 진행한 탐색 임상에서 12주 투약 후 평균 6.8%의 체중 감소가 확인된 것. 특히 체지방 위주 감량이 나타났으며 근손실은 최소화됐다.
글라세움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반려동물 비만약시장에서 먼저 사업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비만치료제 부티글라브리딘-R의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부티글라브리딘은 원래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던 과정에서 오토파지 활성화 기전이 확인되면서 파킨슨병으로 적응증이 확장됐다. 현재 글라세움은 반려동물 비만치료제 확증임상 준비와 함께 파킨슨병 임상 2b상도 추진하고 있다.
유 대표는 “하나의 기전으로 비만과 퇴행성 뇌질환이라는 두 영역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부티글라브리딘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비만 분야에서는 건강한 체성분 개선을, 파킨슨병 분야에서는 질병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