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 하반기 '숨은 현금창출 카드'…재기술이전 수익 기대감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06일, 오전 08:32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리가켐바이오(141080)가 하반기 현금 유입과 핵심 임상 데이터 발표라는 두 가지 모멘텀을 앞두고 있다. 오노약품 관련 개발 마일스톤 발생 가능성과 파트너사의 재기술이전에 따른 프로핏 셰어링(Profit Sharing)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수용체티로신키나제유사고아수용체1(ROR1) ADC 임상 데이터 발표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기술이전 성과보다 실제 현금 창출과 파이프라인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1~2년 내 주요 예정 이벤트 (자료=리가켐바이오)
리가켐바이오의 1~2년 내 주요 예정 이벤트 (자료=리가켐바이오)




◇현금 유입 기대감 커지는 하반기

리가켐바이오의 하반기 투자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현금 유입 가능성이다. 우선 일본 오노약품에 기술이전한 프로그램의 개발 진전이 관심사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오노약품이 도입한 ADC 프로그램 개발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노약품은 지난 6월8일 ONO-7429(리가켐바이오 개발명 LCB97)의 임상 1상 환자 모집이 개시됐음을 일본 임상연구 등록시스템(jRCT)을 통해 알렸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임상 진입 시 첫 환자 투약이 완료되면 개발 마일스톤이 발생함을 감안하면 연내 마일스톤 수령이 유력하다.

지난 2024년 리가켐바이오는 일본 오노약품과 L1CAM 표적 ADC 후보물질 LCB97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상업화 이후 로열티를 제외한 총 계약 규모는 7억 달러(9434억6000만원) 수준으로, 리가켐이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체결한 대형 ADC 기술이전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1CAM은 본래 신경세포의 성장과 이동을 돕는 세포접착단백질이지만, 고형암에서 발현이 증가하면 암세포 침윤 및 전이, 항암제 내성, 예후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조직에는 적고 고형암의 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타깃 단백질로, ADC 타깃 후보로 꾸준히 연구됐지만 L1CAM 타깃 ADC를 개발하는 곳은 많지 않다. 2024년 당시 오노약품도 LCB97이 고형암 분야에서 혁신신약(First-in-Class) 약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파트너사의 재기술이전 가능성도 주목된다. 리가켐바이오의 HER2 ADC인 LCB14는 중국 권리는 포순제약이, 글로벌 권리는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Iksuda)가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익수다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익수다에 따르면 올 하반기 IKS014(리가켐바이오 개발명 LCB14)의 임상 1b상이 완료될 예정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결과가 향후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재기술이전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익수다와 시스톤(CStone)은 자체적으로 후기 임상과 상업화를 수행하는 회사라기보다 향후 제3자 기술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들”이라고 말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익수다와 시스톤 등 일부 계약에 제3자 기술이전 시 수익을 공유하는 프로핏 셰어링 구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익수다나 시스톤이 보유 자산을 글로벌 제약사에 재기술이전할 경우 리가켐바이오 역시 업프론트(선급금) 일부를 수령할 수 있다.

HER2 ADC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분야 중 하나다. 지난해 미국 화이자는 중국 리메젠(RemeGen)의 HER2 ADC 디시타맙 베도틴(Disitamab Vedotin·RC48)의 글로벌 권리를 총 43억 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에 도입했다.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가 HER2 양성 유방암뿐 아니라 HER2 저발현 환자에서도 효능을 입증하며 시장을 확대한 이후 후속 HER2 ADC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익수다가 개발 중인 HER2 ADC가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CB71(CS5001)의 R-CHOP과의 병용 임상
LCB71(CS5001)의 R-CHOP과의 병용 임상




◇HER2·ROR1 ADC 데이터 발표 예정

하반기에는 익수다 외에도 파트너사들이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데이터가 잇따라 공개될 예정이다. 시스톤이 개발 중인 ROR1 ADC가 대표적이다. 현재 시스톤은 미국과 중국 등에서 글로벌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 임상 1b상의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ROR1은 혈액암과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항원으로 차세대 ADC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리가켐바이오의 ROR1 ADC LCB71(시스톤 개발명 CS5001)은 기존 PBD 계열 약물의 한계를 개선한 PBD 프로드러그(PBD Prodrug)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PBD는 피롤로벤조디아제핀(Pyrrolobenzodiazepine)이라는 ADC에 탑재되는 세포독성 페이로드로, 리가켐바이오는 PBD가 종양에서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해 기존 PBD 기반 ADC에서 제기됐던 독성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S5001은 최근 큐로셀(372320)의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림카토’의 적응증으로 시장에 많이 알려진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1차 표준치료는 리툭시맙과 화학항암제인 사이클로포스파미드, 독소루비신, 빈크리스틴, 프레드니솔론을 병용하는 R-CHOP 요법이다. 시스톤은 R-CHOP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CS5001을 1차 치료제로 바로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DLBCL 치료제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약 7조 7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지만, 리가켐바이오와 시스톤은 잠재 시장 규모를 훨씬 크게 보고 있다. DLBCL은 성인 비호지킨림프종 가운데 가장 흔한 아형으로, 현재 DLBCL의 1차 표준치료인 R-CHOP은 약 30년 전 허가된 리툭시맙과 수십 년 전 개발된 화학항암제를 병용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R-CHOP은 대부분 특허가 만료된 저가 약물로 구성돼 시장 규모가 실제 치료 수요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CS5001과 같은 신규 표적치료제가 1차 치료 시장에 진입할 경우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시장 규모 자체도 지금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익수다의 HER2 ADC와 시스톤의 ROR1 ADC 데이터가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현재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도 파트너사들의 임상 데이터”라고 말했다.

리가켐바이오는 과거 연구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전임상 단계에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전략을 주로 펼쳐왔다. LCB14와 LCB97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현재는 15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마일스톤과 로열티 기반의 현금 창출 구조를 구축한 만큼,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인 뒤 기술이전하는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후보물질을 최대한 빠르게 임상 단계로 진입시키는 것”이라며 “올해 총 5건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2건은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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