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한때 KT(030200) 전화국은 '좋은 땅'이었다. 도심 한복판 알짜배기 위치에 자리한 KT 국사는 통신시설보다 부동산으로 더 많이 거론됐다.
저물어가는 '유선전화'의 유산 같은 취급을 받으며 KT 국사는, 아니 '좋은 땅'은 단기 실적에 연연했던 경영진에게 급한대로 실적을 메꿔주는 '보루'정도로 취급됐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도KT는 이 부동산을 기반으로 재건설한 호텔 5곳을 매물로 내놓은 바 있다. 대내외에서 'KT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가 심했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았었다.
비단 부동산 뿐만 아니라위성이나 동케이블 등 KT는 과거 오래된 유산을 기회될 때마다 팔려고 했다. '탈통신'을 하겠다면서 더이상 유선통신 시대 유물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단호히 펼쳤다.
그런데 AI 시대가 되면서 KT는 이 오래된 자산을 조금 다르게 보는 듯 하다.
박윤영 KT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3500개 국사를 'AI 엣지'(Edge)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중앙 AI 데이터센터(AIDC)와 연결해 기업과 산업 현장 가까이에서 AI 추론을 수행하는 분산형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은 개념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서비스가 먼저 올라갈지, 어느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방향은 흥미롭다.
AI가 챗봇 안에만 머무는 단계라면 거대한 중앙 데이터센터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피지컬 AI,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봇, 물류, 돌봄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T는 전국 시내 중심에 자리 잡은 3500개 국사가 AI 시대에는 기업과 가장 가까운 추론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과거 유선통신의 유산처럼 보였던 자산을 AI 시대에 맞게 다시 해석한 셈이다.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열린 AX Platform Company(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컴퍼니)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핵심 전력을 발표하고 있다. 2026.7.6 © 뉴스1 김진환 기자
데이터센터 전략도 비슷했다.
최근 AI 투자 경쟁에서는 수백 조원에서 1000조 원에 달하는 '투자 금액'이 주목받았다. 경쟁사 SK텔레콤은 5년간 350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KT는 같은 기간 6조 원을 투입해 전국 25개 거점에 1GW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투자 규모로는 기울기가 뚜렷하다.
하지만 정작 AI 데이터센터는 GPU만 확보한다고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 운영 효율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KT는 현재 국내 최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자 중 하나이고 수십년 간 축적한 '운영 경험'이 있다. 이 오래된 카드가 AI 시대 KT의 새로운 자산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KT의 오래된 카드는 또 있다.
AI 시대에는 GPU나 데이터센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도 중요해진다. 해외에서 학습하고 국내에서 추론하고, 수도권 데이터센터와 지역 AI 엣지 사이를 오가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통신망이다. 국내에서 유독 '통신사'가 AI 데이터센터를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KT는 공기업 시절이던 1970년대부터 전국에 통신 관로를 매설했고 2000년대엔 광케이블도 매설해 압도적인 규모의 광케이블 관로를 확보하고 있다. 1880년대 부산과 일본을 잇는 최초의 국제 해저케이블을 시작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9개의 해저 케이블 중 5개를 KT가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AI 시대가 이 오래된 자산을 다시 필요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AI 인프라 투자와 AI 모델에 대한 비전, 글로벌 빅테크 CEO와의 화려한 만남이나 대통령의 90도 폴더인사는 KT에 없었다. KT가 통신 시장에서 AI 이슈 리딩을 하지 못한 것은 냉정한 현실이고 팩트다.
하지만 KT가 갖고 있는 오래된 자산은 AI 시대에 경쟁사가 갖지 못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그리고 KT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비로소 그 오래된 자산을 하나의 AI 전략으로 연결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패는 아직 담보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또 그렇듯이 '구호'같은 비전에 그칠지도 모른다. 2010년대 탈통신이나 DX기업 변신 선언같은 미완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KT의 유구한 자산과 역사를 애써 부정하며 '전혀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던 과거의 '비전선포'와는 달라보였다.
KT의 도착지점에 대한 기대도 조금 높아졌다.
esth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