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안의 모빌리티는 끝났다…이젠 ‘현실 공간 데이터’ 전쟁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10일, 오후 03:3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모빌리티 기업들의 승부처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공식은 오프라인 이동 수요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O2O(Online to Offline)였다. 택시 호출,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 예약 등 이동의 접점을 앱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앞으로의 경쟁은 오프라인 공간 자체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데서 갈릴 전망이다.

10일 모빌리티업계에 따르면 모빌리티 산업의 다음 전장은 앱 안의 호출·중개가 아니라 주차장, 도로, 충전소, 차량 내부, 건물 속 로봇 동선 등 현실 공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누가 더 깊고 정교하게 확보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생성형 AI가 온라인상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학습했다면, 피지컬 AI는 현실 공간에서 차량과 사람, 로봇이 움직이고 멈추고 충전하는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행동 데이터는 온라인 데이터처럼 쉽게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 이에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은 호출·중개에서 주차장과 도로, 차량 내부, 로봇 동선 등 현실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휴맥스모빌리티 피지컬AI 인프라 기술 현황(사진=휴맥스모빌리티)
휴맥스모빌리티 피지컬AI 인프라 기술 현황(사진=휴맥스모빌리티)
◇주차장부터 차량 내부까지…현실 데이터 확보 경쟁

휴맥스모빌리티는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차량 정비·관리 거점 등을 직접 운영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프라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 하이파킹은 국내 주차장 운영 1위 사업자로 입출차와 동선, 체류 패턴 등 주차장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한다. 하루 실시간으로 쌓이는 인프라 데이터만 43억건에 달한다. 이는 온라인에서는 얻기 어려운 대표적인 현실 공간 내 행동 데이터다.

하이파킹은 AI 카메라 기반 360도 공간인식 시스템 ‘Ai-PAS’와 전국 700여개 대형주차장을 통합 운영하는 자체 플랫폼 ‘MHP’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주차장은 더 이상 차량을 세워두는 공간이 아니라 이동과 충전, 정비 수요가 모이는 도심 모빌리티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휴맥스모빌리티의 강점은 데이터가 주차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이파킹이 주차 데이터를, 휴맥스이브이가 충전 데이터를, 카일이삼제스퍼가 차량 정비 데이터를 확보하고 여기에 카셰어링 ‘투루카’, 가맹택시 ‘투루택시’, 대리운전 ‘투루대리’ 등이 연결된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이 운행을 마친 뒤 주차하고 충전하고 정비받는 전 과정이 데이터화된다. 휴맥스모빌리티 그룹은 주차장을 거점 삼아 이 데이터를 하나의 체계로 엮어 인프라 안에서 연결하는 수직 통합 구조를 갖춰 차별화하고 있다.

종합 모빌리티 기업 휴맥스모빌리티 자회사 하이파킹의 국내 주차장 운영 1위 브랜드 '투루파킹'의 대표 피지컬 AI 기술인 Ai-PAS, 주차 공간 전체를 유기적으로 제어하는 자율 시스템(사진=휴맥스모빌리티)
종합 모빌리티 기업 휴맥스모빌리티 자회사 하이파킹의 국내 주차장 운영 1위 브랜드 '투루파킹'의 대표 피지컬 AI 기술인 Ai-PAS, 주차 공간 전체를 유기적으로 제어하는 자율 시스템(사진=휴맥스모빌리티)
◇택시 호출 넘어 피지컬 AI…내비 넘어 이동 데이터 플랫폼 ‘전환’

카카오모빌리티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기존 택시 호출 사업을 통해 축적한 수요·공급 매칭 데이터와 운영 역량을 자율주행, 로봇, 차량용 서비스 생태계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심야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서울시 자율주행 여객운송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자율주행 실증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제하는 로봇 운영 플랫폼을 개발해 호텔과 병원, 공장 등 실제 공간에서 배송·청소·서빙 로봇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공간 데이터와 관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도 한층 확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르노코리아와 차세대 차량 경험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용 고정밀지도와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검증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의 완성차 기술 파트너로 역할을 넓히는 모습이다.

류긍선(오른쪽)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이 ‘차세대 차량 경험 혁신 협력’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오른쪽)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이 ‘차세대 차량 경험 혁신 협력’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대에는 도로·지도 데이터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티맵모빌리티 역시 단순 내비게이션 회사를 넘어 ‘이동 라이프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티맵의 강점은 도로 위 이동 데이터다. 이동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추천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그동안 ‘어디갈까’, AI 해시태그 리뷰, 이동로그, 오픈 프로필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이동 전 장소 탐색부터 이동 후 기록과 경험 공유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 이용자가 방문한 장소를 짧은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티맵 숏폼’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용자가 장소를 검색하고 이동하고 리뷰와 숏폼을 남길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AI가 이를 다시 추천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향후에는 대화형 AI 에이전트와 차량 탑재형 음성 AI까지 확대해 모바일과 차량을 아우르는 AI 기반 이동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이다.

현실 세계에서 차량과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에 머무는지, 언제 충전하고 정비하는지, 로봇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 된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트래픽만으로는 얻기 어렵다. 실제 공간을 운영하거나 차량과 도로의 접점을 장기간 확보한 기업만이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의 모빌리티가 오프라인 이동을 앱 안으로 끌어들이는 경쟁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현실 공간을 얼마나 정교한 데이터 인프라로 바꾸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피지컬 AI 시대 모빌리티 기업의 경쟁력은 이용자 수보다 얼마나 많은 현실 데이터를, 얼마나 오랫동안 축적했는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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