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를 발표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최신 모델 '그록(Grok) 4.5'다. 머스크는 지난 8일(현지시간) 그록4.5를 소개하면서 "오퍼스급 모델이지만 더 빠르고 토큰 효율은 높으며 비용은 더 적게 든다"고 강조했다.
xAI는 입력 토큰 100만개당 2달러, 출력 토큰 100만개당 6달러라는 가격을 제시하며 '달러당 토큰(Token per Dollar)'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앤트로픽의 상위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8'보다 입력 비용은 절반 이하, 출력 비용은 4분의 1 수준이다.
토큰은 AI가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최소 데이터 단위다. 현재 생성형 AI 서비스 일부 모델은 토큰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한다.
특히 'AI 에이전트'를 전면적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토큰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토큰 처리 비용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수준의 성능을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해야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업계에서는 최근 '달러당 토큰(Token per Dollar)', '와트당 토큰(Token per Watt)'이 새로운 생산성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와트당 토큰과 달러당 토큰이 기업의 새로운 의사결정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AI 시대에는 토큰 생산성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모델 성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같은 성능이라면 누가 더 저렴하게 토큰을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라며 "AI 산업도 제조업처럼 생산성과 원가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6'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메모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미래를 만드는 나노×AI'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오는 10일 까지다. 2026.7.8 © 뉴스1 이광호 기자
AI 경쟁도 '모델'에서 '공장'으로…국가전략자산된 AIDC
토큰 경제가 부상하면서 AI 모델에 대한 성능 경쟁만큼이나 토큰 생산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AI 팩토리', '토큰 팩토리' 확보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AI가 토큰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생산시설, 즉 'AI 팩토리(AI Factory)'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가 AI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젠슨 황 CEO가 AI 팩토리 개념을 먼저 강조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와 기업인들이 이와 유사한 '토큰 팩토리'를 연이어 강조하면서 그 중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 모두 토큰을 얼마나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하느냐를 경쟁력의 척도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들은 모델 개발 못지않게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와 함께 최대 5000억 달러(약 757조 원)를 투자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AI 인프라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메타도 연간 1450억 달러(약 220조 원)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xAI는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를 구축해 초대형 GPU 클러스터 확보에 나섰다. AI 경쟁이 모델 개발을 넘어 토큰을 생산하는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의 AI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전경(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한국도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 피지컬 AI와 함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선정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서버 시설이 아니라 토큰을 생산하는 '토큰 팩토리(Token Factory)'로 규정하며 AI 시대의 새로운 생산기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 "AI 데이터센터는 토큰을 생성하는 토큰 팩토리"라며 "토큰의 경제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SK그룹과 GS그룹, 네이버 등 민간 기업과 손잡고 2035년까지 1000조 원 이상을 투입해 18.4기가와트(GW) 규모의 AIDC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민간기업의 투자도 건국이래 최대규모란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35년까지 최대 15GW 규모의 AIDC를 짓는다. 영남권에 2GW 규모 AIDC 클러스터를 짓고, 서남권에도 1GW를 추가 구축해 2029년까지 5GW 규모 AIDC를 단계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후 2035년까지 총 15GW의 AIDC를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KT도 향후 5년간 5조 원을 투자해 1GW 규모의 AIDC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또 AIDC와 연계한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대비해 향후 5년간 해제케이블 확대에 1조 원을 투자한다. 토큰 생성, 중개, 사용량 최적화, 과금 지원이 가능한 토큰 팩토리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이는 AI 경쟁이 단순히 더 큰 모델을 개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AI 서비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서비스 이용량이 늘어날수록 토큰 처리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토큰을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곧 기업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현 SK AI위원회 부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에서 'AI 대전환 한국에게 다시 올 수 없는 기회- 토큰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6.7.9 © 뉴스1 김민지 기자
"AI 모델 경쟁은 늦었지만…토큰 팩토리는 강점 있다"
전문가들은 AI 팩토리가 산업혁명기의 철도와 발전소처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I 시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은 고부가가치 지능 토큰 공장을 중심으로 한 토크노믹스(토큰 경제) 실현에 있다"며 "3대 메가프로젝트는 그 성장 엔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자 근간"이라고 평가했다.
토큰 경제 시대에 맞는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지현 SK AI위원회 부사장은 지난 9일 열린 '2026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에서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초당 토큰 생산량(Token per Second) △전력 대비 토큰 생산량(Token per Watt) △100만 토큰 생산 비용(Token per Dollar)을 제시했다.
그는 "AI 팩토리의 승부처는 토큰 생산량 자체가 아니라 토큰을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 서비스로 전환하느냐에 있다"며 "데이터센터의 가치는 물리적 규모보다 토큰을 얼마나 저렴하고 신속하게 생산하는 제조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서버 집적시설이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AI 팩토리로 보고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며 "생성형 AI가 종량제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앞으로는 토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비용을 낮추느냐가 AI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은 여전히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델을 얼마나 많은 사용자에게,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AI 데이터센터와 토큰 생산성은 기술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tig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