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4.8만원에…PEF는 왜 50% 프리미엄에 베팅했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전 08:0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한미사이언스(008930)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이번에는 사모펀드(PEF)인 나우IB캐피탈의 투자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보유 지분 일부를 시장가격보다 약 50% 높은 가격에 매각한 데 이어 한미 측이 해당 펀드를 사실상 ‘우호지분’이라고 주장하면서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급한 전략적 투자자(SI)와 달리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투자자(FI)인 PEF가 어떤 투자 논리로 같은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는지, 또 한미 측이 우호지분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지가 이번 거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신동국 4만8000원·나우IB 4만8000원…같은 가격 다른 의미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종훈 대표는 지난달 29일 자신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348만4740주(5.09%) 가운데 170만9788주(2.5%)를 나우아이비22호펀드에 주당 4만8000원, 총 820억6982만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종결일은 오는 8월 5일 또는 당사자 간 합의한 날이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단순 주식 매매가 아니라 담보 설정과 주식매매계약 등이 함께 포함돼 있다. 송영숙 회장 측이 제출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도 이번 변동 사유는 ‘특수관계인의 소유주식 일부 매도’와 ‘주식매매계약 체결’로 기재됐다.

임종훈 대표는 지분 매각과 함께 “어머니(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누님(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함께 아버님의 ‘제약보국’ 정신을 이어가겠다”며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과 다시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시장에서는 거래가격에 주목했다. 주식매매계약 체결일인 지난 6월29일 장중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2만5600~3만300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나우아이비22호펀드와의 거래가격인 주당 4만8000원은 이날 종가인 3만250원을 기준으로 하면 58.7% 높은 가격이다.

나우아이비22호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사원(GP)은 나우IB캐피탈(나우IB(293580))이다. 나우IB는 반도체 소재 기업인 솔브레인(357780)의 계열사로, 솔브레인홀딩스(036830)가 출자한 펀드를 통해 우양에이치씨, 씨엠디엘 등의 바이아웃 딜을 수행한 바 있으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투자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 역시 비슷한 가격에 오너 일가 지분을 사들였다. 신 회장은 지난 7일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의 배우자인 홍지윤씨 등 7명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360만4799주(5.27%)를 주당 4만7920원, 총 1727억원에 장외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거래를 같은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신 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전략적투자자(SI)다. 반면 나우IB는 투자금 회수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FI다. 같은 가격이라도 시장이 나우IB의 투자 논리를 궁금해하는 이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PEF는 통상 투자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담보 설정이나 풋옵션·콜옵션 등 다양한 계약 조건을 함께 두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가격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을 지급했다면 단순히 주식만 매입한 거래가 아니라 다른 조건들이 함께 설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우호지분”이라면 근거는…공동의결권 약정 있었나

이번 거래를 둘러싼 또 다른 관심사는 나우IB의 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다. 임종훈 대표는 지분 매각 후 “거버넌스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나우IB를 우호지분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한미 측이 나우IB를 우호지분으로 판단한 근거가 현재 공시만으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은 둘 이상의 투자자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로 약정한 경우 ‘공동보유자’로 보고 대량보유보고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별도의 공동의결권 약정 없이 독립적인 투자 판단에 따라 지분을 취득한 재무적 투자라면 공동보유 공시 대상은 아니다.

현재 송영숙 회장 측이 제출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는 변동 사유로 ‘특수관계인의 소유주식 일부 매도’와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이 기재돼 있지만, 나우IB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로 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자본시장법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로 합의한 경우 계약 체결 후 5영업일 이내에 공동보유자로 대량보유보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이 같은 약정이 있었다면 공동보유 공시 대상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면 담보 설정이나 풋옵션·콜옵션 등 PEF 특유의 투자 조건이 반영된 거래였다면 나우IB를 곧바로 송영숙 회장 측의 순수한 우호지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투자자가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도 “PEF는 기본적으로 투자수익을 내야 하는 조직인 만큼 어떤 투자 판단으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들였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립적인 재무적 투자라면 투자 논리로 설명하면 될 문제지만, 반대로 특정 진영과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는 관계라면 거래의 성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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