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근우 대표, 박효민 부사장. 두 사람은 브리즈바이오를 2016년 공동창업했다. (사진=브리즈바이오)
◇글로벌 빅파마가 먼저 검증한 전달 플랫폼
6일 브리즈바이오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각각 A, AA 등급을 획득했다. 회사는 6개월 이내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최근 프리IPO를 마무리한 브리즈바이오의 기업가치는 약 2억 달러(약 27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브리즈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기술성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데 대해 “기술의 차별성과 플랫폼 완성도를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브리즈바이오는 해외 법인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보다 높은 기술성 평가 기준을 통과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외국법인은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두 곳의 기술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A·BBB 등급 이상이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다. 지난해 기술성평가에서 A, A등급을 획득한 인제니아테라퓨틱스보다 높은 평가다.
기술특례상장은 통상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이나 대형 기술이전 실적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브리즈바이오는 아직 임상 단계 후보물질이 없음에도 플랫폼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브리즈바이오는 현재 제1형 당뇨 치료제 BRZ-101의 미국 임상을 개시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상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브리즈바이오는 고분자 기반 유전자 전달 플랫폼 ‘나노갤럭시’(NanoGalaxy)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지질나노입자(LNP)를 비롯한 비바이러스(non-viral) 전달 플랫폼보다 선천성 면역 반응을 적게 유발하면서도 높은 전달 효율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정 장기와 조직으로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관 선택성이 있고 면역반응을 최소화해 반복 투여 가능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상용화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대부분은 면역체계 전체를 억제하는 방식인 데 반해, 나노갤럭시는 질환을 일으키는 특정 항원에 대해서만 면역관용을 유도한다. 특히 나노갤럭시는 면역세포의 기억을 재형성하는 방식인 만큼, 브리즈바이오는 기존 치료제보다 나노갤럭시가 적용된 신약이 장기간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크리스퍼 유전자편집 도구,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다양한 핵산치료제들을 탑재할 수 있고 제조 공정도 비교적 단순해 생산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브리즈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달아 협력에 성공했다. 2022년에는 미국 유전자치료 전문기업인 사렙타 테라퓨틱스와 유전자편집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2024년에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 자회사이자 세계적인 항체·유전자치료 개발 기업인 제넨텍과 자가면역질환 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 규모는 최대 6억2900만 달러(약 9646억원)에 달했다.
제넨텍이 자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전달체로 브리즈바이오의 나노갤럭시를 선택한 이유도 높은 전달 효율과 낮은 면역원성을 동시에 구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가면역질환용 mRNA 치료제는 약물을 원하는 세포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선천성 면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브리즈바이오는 원숭이 비임상을 포함한 데이터에서 이 같은 특성을 입증하며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브리즈바이오는 기존 자가면역 치료제처럼 면역체계 전체를 억제하는 대신 질환을 유발하는 특정 항원에 대해서만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정밀의학 기반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 특성상 표적 항원만 바꾸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어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 가능성도 기대된다.
브리즈바이오의 나노갤럭시 플랫폼이 전달체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개념도 (자료=브리즈바이오)
◇글로벌서 기술 검증, 코스닥서 자금 조달
브리즈바이오의 코스닥 상장 추진은 최근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계 바이오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상장 무대로 선택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빅파마와 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국내 증시에서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전략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인제니아테라퓨틱스를 비롯해 미국 케임브리지의 파인트리테라퓨틱스, 미국 바이오기업 카이진, 브리즈바이오 등 한인 과학자가 미국에서 창업한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해외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도 초기 투자 단계부터 국내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국내 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코스닥은 투자금 회수(Exit)가 가능한 현실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이 초기 바이오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 거점 바이오기업들의 국내 상장 사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스닥 대비 상장 및 상장 유지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코스닥을 선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닥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연부과금이 산정돼 대다수 바이오기업의 연간 부담이 수백만 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나스닥은 상장 시장과 상장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주 상장 기준 연간 상장 유지 비용이 최대 19만3000달러(약 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회계·법률 자문과 투자자관계(IR) 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유지 비용은 훨씬 커진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나스닥은 상장 이후에도 주가와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큼 기관투자가 대상 IR과 홍보 활동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동시에 한국을 아시아 지역 사업개발(BD)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브리즈바이오 관계자는 “미국 본사는 북미와 유럽 시장을 담당하고, 한국 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아시아 사업을 확대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국을 아시아 사업 확대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조달 자금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