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규제 강화하는데 컨트롤타워는 공백…트럼프 AI정책 흔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전 05:4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를 총괄하는 핵심 조직은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 백악관 AI 차르가 수개월째 공석인 데 이어 상무부 산하 AI 안전기관 수장까지 취임 3개월 만에 사임하면서 미국 AI 정책의 컨트롤타워에 공백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규제의 범위는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이끌 정책 지휘체계는 오히려 불안정해지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미 경제매체 CNB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인공지능 표준·혁신센터(Center for AI Standards and Innovation·CAISI)의 크리스 폴 소장이 최근 사임했다. 폴 소장은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취임 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상무부는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아르빈드 라만 소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고 밝혔지만 사임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CAISI는 미국 정부가 첨단 AI 모델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해 운영하는 핵심 조직이다.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앤스로픽, 마이크로소프트(MS), xAI 등 주요 AI 기업들과 협력해 일반에 공개되기 전 최첨단 AI 모델을 시험한다. AI가 화학·생물무기 개발이나 사이버 공격, 데이터 오염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미국 정부가 AI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국가안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핵심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장 공백의 의미도 적지 않다.

이번 인사는 백악관 AI 정책을 총괄하는 지휘체계에도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AI·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했던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가상자산 차르는 지난 3월 특별정부직(SGE)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났지만 아직 후임자는 임명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AI 정책을 설계하는 백악관과 첨단 AI 모델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상무부 조직이 모두 공석 또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전략 수립과 정책 집행의 양축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미국 AI 거버넌스의 예측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 바이든 행정부의 AI 규제를 철회하며 산업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 AI 기업들의 급부상과 국가안보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첨단 AI 모델에 대한 정부 감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수정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첨단 AI 모델을 출시 전에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연방기관에는 안전성 평가 기준 마련을 지시했다.

실제 오픈AI는 정부 요청에 따라 GPT-5.6 모델군의 초기 공개 대상을 일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제한했고, 앤스로픽도 상무부의 수출통제 지침에 따라 일부 모델의 공개를 일시 제한한 뒤 일반에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골드 이글(Gold Eagle)’이라는 AI 보안 허브도 출범시켜 AI가 찾아낸 사이버보안 취약점을 정부와 기업이 공동 관리하는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다만 규제는 강화되는 반면 정책 방향은 잇따라 수정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AI 산업에 대한 초기의 ‘손을 떼는(hands-off)’ 접근에서 정부 감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지만, 최근 들어 정책 방향이 잇따라 바뀌면서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사임은 중국 AI 기업들의 추격이 빨라지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문샷AI는 오픈소스 모델 ‘키미(Kimi) K3’를 공개했고, 앞서 딥시크(DeepSeek)는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앞세워 미국 AI 업계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AI 경쟁이 기업 간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안보 경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안보 위험을 통제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하지만 AI 전략을 총괄할 백악관 AI 차르와 첨단 AI 모델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CAISI 수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AI 거버넌스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누가 총괄하고 어떤 기준으로 집행할 것인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AI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후임 인선과 정책 조율 과정이 미국 AI 경쟁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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