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오픈AI 소송서 '조니 아이브'는 왜 제외했을까?[모닝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전 07:33

애플의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니 아이브(왼쪽)가 2018년 9월 팀 쿡 애플 CEO와 아이폰XR 등 신제품 공개행사 후 전시체험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의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니 아이브(왼쪽)가 2018년 9월 팀 쿡 애플 CEO와 아이폰XR 등 신제품 공개행사 후 전시체험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애플)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애플이 오픈AI를 상대로 대규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전면전에 나섰으나, 소장의 중심에서 최고 핵심 인물이자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인 조니 아이브를 제외한 배경을 두고 스티브 잡스 유족과의 정무적 관계와 소송 실익을 둘러싼 복합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자체 하드웨어 라인업을 구축 중인 오픈AI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는 아이브가 설립한 스타트업 ‘아이오 프로덕츠(io Products)’를 65억 달러(약 9조원)에 인수하며 아이폰을 대체할 스마트 스피커 등 차세대 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약 40페이지에 달하는 소장에서 아이브의 실명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채 ‘전직 애플 리더 그룹’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처리했다. 블룸버그는 “아이브가 애플 출신 인력 400여 명을 대거 흡수하며 소송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이름이 빠진 것은 매우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아이브를 명시하지 않은 가장 일차적인 이유는 채용 과정에서 보안 절차 우회를 코칭하거나 면접 자리에 애플 하드웨어를 가져오도록 요구하는 등의 직접적인 불법 행위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장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현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인 탱 탄 전 애플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적시됐다.

블룸버그는 “아이브가 오픈AI 하드웨어 사업의 상징적 수장이자 비전 제시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인력 채용이나 엔지니어링, 운영 같은 일상적인 실무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아 법적 책임선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애플 내부적으로는 아이브를 향한 거센 적대감과 감정적 앙금이 남아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아이브는 2019년 퇴사 후에도 2022년까지 컨설턴트 자격으로 애플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급여를 받았으나, 이 기간 동안 자신이 구축한 핵심 디자인 조직 인력들을 연쇄 이탈시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브는 급여를 받는 동안 친정의 디자인 조직을 사실상 해체한 뒤 그 인재들을 오픈AI에 재집결시켜 아이폰을 대체할 기기를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 CEO가 디자인보다 운영 효율성과 제조 공정, 비용 통제에만 치중하자 환멸을 느꼈고, 최근에는 자신이 만든 아이폰에 대해 “사람들을 화면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만든다”고 비판하며 이를 대체할 기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처럼 깊은 갈등 속에서도 애플이 소장에서 아이브의 이름을 뺀 결정적 계기로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인 로렌 파월 잡스와의 관계가 꼽힌다. 로렌 파월 잡스는 아이브와 수십 년간 깊은 친분을 유지해 온 ‘최고의 친구’이자 아이오 프로덕츠의 초기 투자자였다. 최근 WWDC 현장에서도 팀 쿡 CEO 및 차기 CEO로 낙점된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 옆자리에 앉아 최고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인 바 있다.

블룸버그는 “로렌 파월 잡스가 양측의 갈등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가장 가까운 예술적 동반자였던 아이브를 법정으로 끌어들여 상징적인 관계를 경색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블룸버그는 “아이브를 직접 공격할 경우 그에 대한 대중적 동정론을 일으키는 동시에, 애플의 소송이 정당한 영업비밀 보호가 아닌 옛 감정 싸움에 휘둘린 것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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