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래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의 'AI 글래스' 제품. (사진=메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발간한 ‘AI·ICT 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글래스 출하량은 2025년 870만 대에서 2026년 15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여 년 전 외형과 기능 한계로 대중화에 실패했던 1세대 제품과 달리, 소형화된 부품과 생성형 AI의 결합이 시장 성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용 방식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앱을 열고 검색어나 사진을 직접 입력할 필요 없이, 착용자가 바라보는 시야와 음성을 AI가 상시 감지해 실시간 번역이나 길 안내, 사물 인식 결과를 즉각 제공한다. AI가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다음 행동까지 미리 준비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함에 따라 상시적인 시야·음성 맥락 확보가 핵심 기능으로 대두됐다.
다만 대중화를 위해 넘어설 과제도 명확하다. 상시 감지 기능에 따른 전력 소모와 배터리 한계, 종일 착용을 위한 40g 안팎의 경량화 및 발열 제어, 프라이버시 수용성 등이 핵심 해결 과제로 꼽힌다.
◇빅테크 수직통합부터 中 생활밀착형까지…5개 계층 생태계 격전
보고서는 AI 글래스 생태계를 △단말 △운영체제(OS) △AI 비서 △앱·서비스 △칩·연산체계의 5개 계층으로 구분했다. 현재 글로벌 경쟁은 단일 제품의 사양 다툼을 넘어 5개 계층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의 생태계 싸움으로 확장됐다.
글로벌 선두 진영에서는 메타가 안경원 유통망과 소셜 플랫폼, 자체 AI 모델 ‘뮤즈 스파크(Muse Spark)’를 앞세워 초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 칩과 OS, 프레임 직접 설계, 프라이버시 강화를 골자로 한 수직통합 전략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XR’ OS와 ‘제미나이’ AI 비서를 외부에 개방하는 연합을 구축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완제품 제조 역량에 갤럭시 생태계 연동과 개방형 호환성을 결합한 이원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빅테크뿐만 아니라 특화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들의 추격도 거세다. 스냅(Snap)은 제품 출시에 앞서 전용 AR OS와 개발자 도구, 수백 개의 전용 앱을 선점하는 생태계 우선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체 AI ‘통의천문(Qwen)’을 탑재한 ‘쿼크(Quark) AI 글래스’에 배달, 예매 등 자체 생활 서비스를 직접 연결해 반복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워치 등 자사 기기군에 화면과 연산을 분산해 35.5g의 초경량 음성형 AI 글래스를 구현했다. 또 다른 중국 진영인 로키드(Rokid)는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복수의 외부 AI 모델을 지원하는 개방형 구조로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부품 공급 넘어 참조 설계 참여로…‘플랫폼 수익 배분’ 진입해야
국내 기업들도 각 계층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레티널은 독자 광학 모듈 기술(PinTILT)로 핵심 부품 시장에 진입했고, 젠틀몬스터는 구글·삼성 연합의 첫 프레임 디자인 파트너로 선정됐다. 시어스랩은 30g 안팎의 보급형 AI 글래스를 선보였으며, 삼성은 완제품 설계와 글로벌 연합 참여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OS와 AI 비서, 앱 유통 규칙 등 플랫폼 주도권은 여전히 글로벌 빅테크가 쥐고 있는 구조다. 단순 부품 공급이나 완제품 조립에 머물 경우 시장 성장의 결실이 플랫폼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ITP는 국내 산업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스타트(Snapdragon START)’ 같은 해외 참조 설계(Reference Design) 프로그램에 참여해 초기 기획 단계부터 한국의 광학 기술과 피팅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AX-스프린트’ 사업 등을 활용해 스마트 공장·정비·안전 등 B2B 현장 실증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ITP 측은 “플랫폼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현재 국면에서는 어느 진영에나 공통으로 필요한 ‘광학·경량 설계·피팅’ 분야의 독보적 공급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며 “착용 및 피팅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신뢰 기술을 결합해 하드웨어 판매 이후의 플랫폼 수익 배분 구조까지 진입하는 고도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