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돌'로 바꿔 저장···해양 탄소 제거 실마리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09:02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바다가 지구를 정화하는 능력을 키울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고동연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앨런 해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팀과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인 돌(광물) 형태인 탄산칼슘으로 바꿔 사실상 영구 저장하는 ‘전기화학 기반 해양 탄소 제거’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과 미국 연구진.(왼쪽부터)고동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앨런 해튼 MIT 화학공학과 교수, 박인환 KAIST 박사과정, 이영훈 MIT 박사.(사진=KAIST)
한국과 미국 연구진.(왼쪽부터)고동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앨런 해튼 MIT 화학공학과 교수, 박인환 KAIST 박사과정, 이영훈 MIT 박사.(사진=KAIST)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는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고다. 물통에서 물을 조금 퍼내면 다시 물이 채워지는 것처럼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없애면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게 된다.

연구팀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탄소 성분인 용존무기탄소(Dissolved Inorganic Carbon)를 다시 대기로 나오지 않는 돌(광물) 형태로 바꿔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저장된 탄소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대기로 돌아가지 않아 바다가 계속해서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주전자에 물때가 끼듯 탄산칼슘 등 광물이 전극 표면에 달라붙어 장치가 막히는 스케일링(Scaling) 현상이 발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져 장치를 자주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했고, 에너지 소비와 유지관리 비용도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속이 빈 실처럼 생긴 전극 안에 이온만 통과시키는 막과 전기 반응을 함께 일으키는 상대전극을 동심구조(한 중심을 기준으로 여러 층을 원통형으로 배치한 구조)로 내장한 중공사 전극 조립체를 개발했다. 광물이 전극에 달라붙지 않고 전극 바깥에서 만들어지도록 장치 구조를 새로 설계한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대부분의 광물이 전극 표면이 아니라 바깥쪽에서 생성되고, 전극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수소 기포가 칫솔처럼 전극 표면을 계속 닦아주는 역할을 해 광물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연구팀은 제주 용암 해수를 이용한 실험에서 장치를 12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연속 운전했다. 바닷물 속 용존무기탄소의 80~90%를 제거했으며, 기존 기술보다 전력 소비를 최대 54% 줄였다. 탄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고순도 수소와 수산화마그네슘도 함께 생산해 경제성도 높였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소형·모듈형으로 제작할 수 있어 선박이나 해양플랜트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대규모 해양 탄소 제거 시스템으로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동연 교수는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로 나오지 않는 돌(광물) 형태로 바꿔 영구 저장해 바다가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돕는 기술”이라며 “해양 탄소 제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지난 6월 19일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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