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SK텔레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CT 기업들은 AI 모델의 가중치 공개와 경량화 기술을 기반으로 외산 AI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산업 환경에 맞는 ‘독자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해외 모델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야 AI 경쟁 시대에서 비용 경쟁력과 기술 주권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일 ICT업계에 따르면 중국 AI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경쟁력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문샷AI가 지난달 공개한 ‘키미 K3’가 업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도 3일 자체 AI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춘 모델이라며 ‘큐원 3.8-맥스(Qwen 3.8-Max)’를 선보였다.
오픈웨이트 모델 경쟁의 핵심은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있다.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등 미국 빅테크 중심의 폐쇄형 모델은 자체 서버와 API를 통해 최고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는 대신, 기업들은 사용량에 따른 비용 부담과 서비스 운영 주도권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오픈웨이트 방식은 AI 모델의 핵심 요소인 가중치를 공개해 기업과 연구자가 직접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환경에 맞게 수정하고 추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안이 중요한 데이터를 외부로 이전하지 않고 내부 환경에서 AI를 운영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AI 활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에는 기업들의 AI 비용 부담도 자리 잡고 있다. 생성형 AI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에 적용되면서 고성능 모델 이용료와 데이터 관리 비용은 새로운 부담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모든 업무에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적용하기보다, 핵심 업무에는 초거대 모델을 활용하고 반복 업무나 산업 특화 영역에는 자체 구축한 경량 모델을 활용하는 ‘혼합형 AI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 iOS의 폐쇄형 생태계에 맞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개방형 플랫폼 전략으로 제조사와 개발자를 끌어모았던 것처럼, AI 시장에서도 오픈웨이트 모델이 새로운 생태계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독자 AI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SK텔레콤, 모티브테크놀로지스 등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선발에 참여한 회사는 물론이고, 해당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차세대 하이퍼 클로바X’와 모바일용 파운데이션 모델인 ‘카나나2-SLM’을 개발해 공개하는 등 한국어 이해력을 높이는 자체 토크나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독자 AI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기술 주권 확보다. 해외 최상위 AI 모델을 계속 활용할 경우 막대한 API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특정 기업의 서비스 정책 변화나 공급망 문제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체 AI 모델을 확보하면 국내 산업 특성에 맞춘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고, AI 활용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오픈웨이트 모델이 곧바로 폐쇄형 최고 성능 모델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최첨단 추론 능력과 범용성에서는 미국 빅테크 모델이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AI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통일되기보다, 최고 성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폐쇄형 모델을 활용하고 비용·맞춤화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활용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이 ‘미국식 폐쇄형’과 ‘중국식 개방형’으로 분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독자적인 오픈웨이트 생태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느냐가 차세대 AI 패권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당장 미국 AI 모델의 성능을 넘어서긴 쉽지 않지만, iOS 독주를 견제한 안드로이드처럼 오픈웨이트가 미국 빅테크 독주를 견제하는 강력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해 기술 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오픈웨이트의 개방성과 폐쇄형 모델의 성능을 함께 활용하는 유연한 삼중 대응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경쟁의 승부처는 단순히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과 개발자가 참여하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차세대 AI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