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지 않고 사람과 공존하는 로봇”…위로보틱스가 만드는 휴머노이드 ‘알렉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후 03:30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사람이 밀었을 때 딱딱하게 버티는 로봇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힘을 받아주고, 전원이 꺼져도 쓰러지지 않는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용재 위로보틱스 대표가 개발 중인 국산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를 설명하며 강조한 말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은 단순히 빠르고 강한 성능보다 외부 힘에 유연하게 반응하고 안전하게 움직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광규 위로보틱스 연구소장(왼쪽)과 김용재 대표(오른쪽)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위로보틱스 로봇 이노베이션 허브(RIH) 연구 거점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이광규 위로보틱스 연구소장(왼쪽)과 김용재 대표(오른쪽)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위로보틱스 로봇 이노베이션 허브(RIH) 연구 거점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중국 기업들이 빠른 보행과 양산 경쟁력을 앞세워 휴머노이드 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위로보틱스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말 알렉스를 연구기관과 인공지능(AI) 기업에 연구용 플랫폼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려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람이 밀었을 때 버티거나 갑자기 튕겨 나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1년 설립된 위로보틱스는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WIM)’을 상용화한 로봇 기업이다. 김 대표는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재직하며 네이버랩스와 협력해 와이어 구동 양팔로봇 ‘앰비덱스’의 원천 기술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러한 로봇 메커니즘과 제어 기술을 휴머노이드로 확장한 결과물이 알렉스다. 개발을 이끄는 이광규 연구소장은 삼성전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두산로보틱스 등에서 로봇 제어와 제품화를 경험한 전문가다.

인간 수준의 조작지능 구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 (사진=위로보틱스)
인간 수준의 조작지능 구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 (사진=위로보틱스)
위로보틱스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 (사진=위로보틱스)
위로보틱스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 (사진=위로보틱스)
◇큰 모터는 힘, 작은 모터는 손끝 조절

알렉스가 특히 공을 들인 부위는 손이다. 중국 기업들이 먼저 걷고 뛰는 전신형 휴머노이드를 빠르게 양산하는 동안 위로보틱스는 아직 상용 휴머노이드의 난제로 꼽히는 손과 정밀조작 기술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알렉스 손은 손가락 관절마다 모터를 하나씩 붙이는 단순 직결형과 다르다. 큰 구동기는 여러 관절에 힘을 전달해 물체를 움켜쥐는 역할을 하고, 작은 구동기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조절한다. 사람 손에서 큰 근육이 강한 힘을 내고 작은 근육이 세밀한 움직임을 담당하는 원리를 본뜬 기능별 구동 구조다.

모터의 힘을 케이블이나 와이어로 전달하는 텐던 방식은 손을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지만, 케이블의 장력이 변하거나 늘어나고 마모되는 문제가 있다. 위로보틱스는 기존 텐던 손과 다른 구동 구조를 적용해 이 같은 약점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텐던 구조에서 나타나는 장력과 마모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라며 “알렉스에서는 텐던이 가장 수명이 짧은 부품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설계와 제어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많지만 이를 해결하면 손의 무게와 크기, 힘 전달과 유연성 측면에서 더 많은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 시뮬레이션 모델 (사진=위로보틱스)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 시뮬레이션 모델 (사진=위로보틱스)
◇밀면 움직이고, 전원이 꺼져도 자세 유지

알렉스의 핵심 기술은 ‘역구동성’이다. 외부에서 힘이 가해졌을 때 모터와 감속기가 이를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특성이다.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반복하는 데 강하지만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환경에서는 안전 문제가 있다. 휴머노이드가 공장, 물류, 가정 등에서 활용되려면 힘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수다.

알렉스는 손가락과 손목, 팔, 허리 등 주요 관절의 마찰을 줄이고 외부 힘을 정밀하게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기계적으로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를 적용해 갑작스러운 낙하를 막는다.

김 대표는 “전원이 나갔을 때 로봇을 완전히 잠가버리면 사람이 부딪힐 때 더 위험할 수 있다”며 “힘을 빼더라도 몸의 무게를 기계적으로 보상해 갑자기 넘어지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걷는 로봇’ 넘어 ‘손 쓰는 로봇’ 집중

위로보틱스가 특히 집중한 분야는 손이다.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핵심 난제로 꼽히는 정밀 조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알렉스의 손은 여러 관절을 하나의 방식으로 구동하는 구조가 아니라 힘을 내는 구동기와 미세 움직임을 담당하는 구동기를 나눠 설계했다. 사람 손처럼 큰 힘과 섬세한 조작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한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텐던 구조에서 나타나는 장력과 마모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며 “알렉스에서는 텐던이 가장 수명이 짧은 부품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설계와 제어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많지만 이를 해결하면 손의 무게와 크기, 힘 전달과 유연성 측면에서 더 많은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 수준의 조작지능 구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 (사진=위로보틱스)
인간 수준의 조작지능 구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알렉스(ALLEX)’ (사진=위로보틱스)
◇“좋은 AI에는 좋은 로봇 몸 필요”

위로보틱스는 알렉스를 AI 연구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단순한 3D 모델이 아니라 로봇의 마찰, 관성, 접촉 힘까지 실제와 가깝게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마찰이 작고 힘 전달이 투명한 좋은 로봇을 먼저 만든 뒤 그 특성을 시뮬레이션에 옮겼다”며 “천천히 움직일 때의 위치뿐 아니라 빠르게 팔을 움직일 때의 동역학과 로봇끼리 접촉할 때의 힘 교환까지 맞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좋은 로봇의 몸이 먼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원격조작을 통해 수집한 움직임과 힘 데이터는 향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위로보틱스는 오는 10월 사람이 로봇을 자신의 몸처럼 조작하는 원격조작 시스템을 공개하고, 올해 말 연구기관과 AI 기업에 알렉스 플랫폼을 공급할 예정이다.

연내 10대 이내 공급을 시작해 내년 약 30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판매보다 로봇 AI와 제어 기술을 함께 개발할 파트너 확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3년 안에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고, 플랫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스킬과 AI도 함께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알렉스의 성능을 양산 단계에서도 유지하면서 내구성과 가격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과제”라며 “특정 업체에 의존하지 않도록 국내외 공급망을 계속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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