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가짜뉴스법'도 문제 삼았다…디지털 규제 압박 확산

IT/과학

뉴스1,

2026년 8월 09일, 오전 06:30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이 이른바 '가짜뉴스 처벌법'으로 불리는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정부의 공식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쿠팡 조사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이어 허위·조작정보 관련 법까지 문제 삼으면서 한국의 디지털 정책 전반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법·제도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는 법 시행 전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과 미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왔다. 이번에는 의회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미 간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국가·규제개혁·반독점소위원장, 대럴 아이사, 마이클 바움가트너 의원 등은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개정 정보통신망법과 관련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개정법이 규제하는 허위·조작정보의 범위와 집행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견해를 규제하는 데 법을 활용할 수 있으며, 온라인 표현의 자유 전반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X, 유튜브 등 법 적용 대상인 주요 플랫폼 상당수가 미국 기업인 만큼 한국 정부가 해당 법을 미국 기업에 콘텐츠 삭제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츠제럴드 의원은 별도 성명에서 "어떤 외국 정부도 미국 기업에 미국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을 검열하도록 압력을 가할 권한은 없다"며 "한국의 이른바 '허위정보법'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무부·의회·USTR까지…美, 韓 디지털 정책 전방위 압박

미국 측이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우려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 말 미국 국무부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미국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며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달 법 시행 직후에도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개정안 시행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주요 이해관계자, 특히 미국 테크 기업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를 기대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재차 밝혔다.

최근 미국의 문제 제기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넘어 한국의 디지털 정책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연방 하원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이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쿠팡 조사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의원들은 "애플, 구글, 메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조직적으로 겨냥하는 차별적 규제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선 2월에는 조던 위원장과 피츠제럴드 소위원장이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 등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하원 법사위는 쿠팡 경영진에게 청문회 출석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조사에 나섰다.

미국은 통상 문제와도 연계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2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주요 교역국의 미국 기술기업과 디지털 상품·서비스에 대한 차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불공정 무역 관행이 확인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대응 조치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의 문제 제기가 개별 기업 조사에서 디지털 정책과 법·제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향후 한미 통상 현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 뉴스1 허경 기자

정부 "특정 국가·기업 겨냥 아냐…미국 측에 적극 설명"
정부는 국내 디지털 정책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계 부처 공조를 통해 미국 측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날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폐해에 대응하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된 것으로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 법안의 도입 취지와 기대 효과 등을 적극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올해 초 미국 측에 "우리나라의 디지털 관련 입법과 조치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관계 부처와 함께 관련 동향을 공유하며 대응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동영상 공유·검색 서비스 등에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절차와 자율운영정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적용 대상에는 구글·메타·X·틱톡 등 해외 사업자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도 포함된다.

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고 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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