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공 떠나기 전에 AI 심어라”…윤병동 대표가 말하는 제조 AX [ 인터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전 05:5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제조 현장의 숙련공 노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 인공지능(AI)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단순 공정 자동화를 넘어 공정이 스스로 판단하고 불량을 예방하는 ‘자율화 공장’ 체제로 전환해야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킬 수 있습니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반포동 원프레딕트 오피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의 미래 패러다임이 ‘자동화(스마트팩토리)’에서 ‘자율화(제조 AX)’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물리적 시스템과 AI의 결합을 연구해 온 윤 대표는 “과거 스마트팩토리와 지금의 제조 AX는 목표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팩토리가 공정을 자동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제조 AX의 목표는 품질 검사부터 정비, 공정 최적화까지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조치하는 ‘자율화’”라며 “공정은 자동화됐더라도 사람이 경험에 의존해 품질을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가 공정에 붙어 문제 해결까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반포동 원프레딕트 오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반포동 원프레딕트 오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스마트팩토리 다음은 ‘자율화’…AI가 공정 판단하고 문제까지 해결

제조 AX가 최근 산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제조 현장의 구조적 위기와 AI 기술의 성숙이 맞물려 있다는 게 윤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현장에서 숙련공들이 떠나면서 그동안 축적된 암묵지가 사라지고 있다”며 “위기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AI 기술이 결합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맞물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한국 제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제조 현장의 숙련공이 이미 상당수 사라진 반면, 독일과 일본은 오랜 경험을 가진 명장이 남아 있지만 디지털 전환(DX)이 상대적으로 늦어 데이터 축적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현장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남아 있는 동시에 제조업의 DX도 상당 부분 진행돼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독일이나 일본은 명장이 있어도 디지털 전환이 늦어 데이터가 없고 AI 전환도 늦어지는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은 현장의 암묵지를 가진 전문가가 아직 남아 있고 DX도 진행돼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이 지식을 AI에 빠르게 내재화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숙련공이 현장을 떠나기 전에 이들의 경험과 판단을 데이터화하고 AI에 내재화하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못 찾는 불량 원인, AI가 찾아낸다”…예지보전 넘어 자율화

AI가 필요한 대표적인 영역으로는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품질 문제가 꼽힌다.

부품 단계에서는 정상 제품이었지만 완성품에 조립한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다. 여러 공정과 수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의 경험이나 직관만으로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다.

윤 대표는 인간과 AI의 차이를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에 비유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숙련공이라도 인간의 경험과 시야에는 한계가 있어 복잡한 변수를 모두 계산할 수 없다”며 “반면 AI는 모든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따져 수만 가지 변수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까지 찾아내 풀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 AX의 목표도 단순히 이상 징후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 최적의 대응까지 연결하는 것이 궁극적인 자율화라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자신이 강조해 온 제조 AX 패러다임을 2016년 창업한 산업 AI 기업 원프레딕트를 통해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다.

원프레딕트는 기존 설비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는 ‘설비 예지보전(PdM)’을 넘어 공장 전체의 설비·공정·품질 데이터를 AI가 분석하고 판단하는 ‘자율화 공장(AI Native Factory)’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도 제조 AI 인프라 깔아야”…범부처 컨트롤타워·중소기업 지원 주문

윤 대표는 한국이 제조 AX 경쟁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처럼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투입하는 국가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한국 제조업의 강점을 살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예산의 퍼주기식 집행이나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을 경계하고, 명확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국가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AI 재교육과 산업단지 중심의 공공 AI 인프라 지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는 등대공장 조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제조 AI가 대기업에만 머물러서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윤 대표의 판단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 제조기업까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인프라, 인력 측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프레딕트의 기술적 차별점으로는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도메인 지식과 물리 법칙을 AI 모델에 결합한다는 점을 꼽았다.

윤 대표는 25년 이상 학계와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도메인 지식과 물리 법칙을 AI 모델에 내재화해 판단 근거와 원인, 처방까지 제시하는 전문가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핵심 제품군으로는 제조 데이터·머신러닝 운영 플랫폼(MLOps) ‘사이클론(cyclone)’과 AI 기반 산업자산 통합관리 플랫폼 ‘pdx’가 있다. 회전설비와 변압기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는 예지보전 솔루션 ‘가디원(guardione)’ 시리즈를 통해서는 현장의 예기치 못한 다운타임을 30% 이상 줄이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윤 대표는 “오랫동안 연구해 온 현장의 도메인 지식과 물리 법칙을 AI 모델에 화학적으로 내재화하는 기술만큼은 국내외를 통틀어 독보적이라고 자부한다”며 “단순히 결과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근거와 처방까지 함께 제시해 전문가 수준의 의사결정을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알고리즘과 워크플로우를 체계화한 ‘기술 자산화’를 통해 30여 개가 넘는 현장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우리의 기술과 제품이 현장에서 실제 먹히고 고객에게 인정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앞으로도 글로벌 제조 AI 시장을 계속해서 선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