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인공지능(AI) 펠로우십 프로그램 '네이버 메이트' (네이버 제공)
인공지능(AI)이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리자 오히려 사람이 직접 경험하고 기록한 원본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AI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AI 검색 역시 사람이 만든 원문을 근거로 답변을 생성해서다.
AI가 콘텐츠 생산 비용을 낮출수록 인간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원본 데이터의 희소성이 커지는 셈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창작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며 '사람이 만든 콘텐츠' 확보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AI 생성물, AI가 재학습하면 '퇴보' 위험…AI 검색은 '출처'가 핵심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AI 연구기관 에포크AI는 현재의 대형언어모델(LLM)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인터넷상의 고품질 인간 텍스트 데이터가 2026~2032년 사이 고갈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하는 '합성 데이터'가 나오고 있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답변의 다양성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모델 붕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AI가 저비용으로 짧은 시간내에 콘텐츠를 생성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AI의 성능을 유지하고 고도화하려면 사람이 만든 고품질 원본 데이터를 계속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프런티어 모델을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도 자본을 투입해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한다. 자체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구글은 2024년 레딧과 연간 6000만 달러 규모의 AI 학습용 데이터 제공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인간이 만든 원본 콘텐츠의 중요성은 AI 모델 학습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LLM을 연동해 검색 결과를 요약하거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AI 검색 서비스에서도 답변의 신뢰도를 뒷받침할 원문 데이터가 필요하다.
단순히 그럴듯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뉴스 기사, 블로그 후기, 논문 등 사람이 생산한 원문을 출처로 제시해야 이용자가 AI 답변을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회수보다 '원본성' 강조…네이버, 사람이 만든 콘텐츠에 200억 지원
AI 검색이 기존 웹 콘텐츠를 요약해 제공하면서 원문으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국내외 플랫폼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할 창작자를 붙잡기 위해 보상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메이트 창작자의 AI 브리핑 답변 인용 예시 (네이버 제공)
네이버(035420)는 AI 검색의 출처로 활용되는 원문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연간 200억 원 규모의 활동 지원금을 제공하는 '네이버 메이트'를 선보였다.
네이버 메이트는 AI 브리핑 인용 횟수, 주제별 전문성과 활동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월 약 3000명의 창작자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콘텐츠 조회수나 광고 클릭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 AI가 답변의 근거로 활용할 만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콘텐츠의 생산을 지원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이와 함께 블로그 콘텐츠의 광고 수익을 창작자와 나누는 '애드포스트'와 창작자와 기업 간 협업을 지원하는 '브랜드 커넥트' 등 창작자 보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AI 브리핑 도입 전인 지난해 2월과 비교해 지난 6월 기준 애드포스트·브랜드 커넥트·네이버 메이트 등 3개 프로그램의 창작자 지원 규모가 약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양질의 원문 콘텐츠 생산에는 보상을 늘리는 동시에 AI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의 노출은 줄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양산형 AI 콘텐츠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노출이 많이 안 되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가 제시한 원본이 아닌 콘텐츠의 예시. (엑스(X) 제공)
창작자 보상 프로그램에서도 조회수 같은 단순한 지표보다 콘텐츠의 '원본성'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엑스(X)는 지난 8일 기존 광고 수익 공유(Revenue Sharing)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새 제도인 '오리지널 콘텐츠 리워드 프로그램(Original Content Rewards Program)'을 공지했다.
새 프로그램은 단순 조회수나 참여 지표뿐 아니라 원본 게시물, 직접 취재, 분석 등 창작자의 실질적 기여에 초점을 맞춘다. 콘텐츠 재활용과 AI 자동 생성 포스트는 보상에서 제외된다.
AI를 활용해 기존 콘텐츠를 쉽게 재가공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단순히 콘텐츠를 퍼뜨리거나 재가공한 이용자보다 최초로 콘텐츠를 생산한 창작자의 기여를 높게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AI가 콘텐츠 생산 비용을 낮출수록 역설적으로 신뢰도 높은 원본 콘텐츠의 희소성이 커지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의 답변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앞으로는 AI 답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앞으로도 창작자들이 자기 경험을 콘텐츠로 생산할 수 있게 독려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hushu@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