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통합교섭' 추진…노사 리스크 확대되나(종합)

IT/과학

뉴스1,

2026년 8월 12일, 오후 04:18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의 모습. 2022.9.26 © 뉴스1 김진환 기자

네이버(035420) 노동조합이 자회사별로 진행하던 노사 교섭에 모회사인 네이버가 참여하는 통합교섭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네이버제트가 쟁의권을 확보한 데 이어 통합교섭까지 추진되면서 그룹 차원의 노사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노조 "통합교섭, 특혜 아냐…이미 통합된 현실에 교섭 형식 일치해야"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이용우 의원실·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의 공동주최로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부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은 이날 "현재 단일 노조인 네이버지회는 네이버를 포함한 15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1개 법인과 추가 교섭을 진행 중"이라며 "매년 임금 협약을 위해 16개 법인과 개별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전 계열사를 합산하면 연간 150회의 교섭이 열리고 100명이 넘는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각각 연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쏟고 있다"며 "교섭 내용이 대부분 동일한데 법인별로 법무법인 자문료까지 감안하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섭과 근로조건의 실질적 결정 권한은 네이버 본사에 집중돼 있어 이미 실상은 통합교섭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포괄임금제 폐지, 추가 보상제도, 인센티브, 근무제도 등 주요 근로조건이 계열사에 공통으로 적용돼 온 점도 네이버의 실질적인 결정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오 위원장은 "매년 임금 교섭 시즌이 되면 네이버 본사 합의가 나오기 전에 다른 법인들은 사측 안조차 내놓지 못했다"며 "통합교섭은 특혜가 아니라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 형식을 일치시키자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통합교섭 추진에는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에 따라 사용자 범위가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는 개별 계열사의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이버 본사도 교섭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교섭이 현실화하면 그동안 개별 계열사 차원에서 다뤄졌던 노사 현안이 네이버 본사가 참여하는 교섭 테이블로 올라올 여지가 커진다.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이용우 의원실·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공동 주최로 12일 국회 제2간담회실에서 열렸다. 2026.08.12 © 뉴스1 유수연 기자

자회사별로 다른 사업·근로조건…"절차 더 복잡해질 수도"
다만 통합교섭이 현재 16개 법인에서 진행되는 교섭을 단순히 하나로 합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계열사마다 사업과 근로조건이 다른 데다 개별 의제별로 네이버 본사와 자회사가 행사하는 결정권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통합교섭이 반복 교섭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오히려 절차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태욱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모회사만 지배력을 갖는 의제, 자회사만 결정할 수 있는 의제, 양측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의제가 각각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합교섭 외에도 자회사별 교섭이나 보충교섭이 필요해질 수 있고 각각의 교섭에 따른 조정 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어떻게 진행할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통합교섭이 이론적으로 훨씬 더 정합적"이라면서도 "절차상의 부담은 좀 더 늘어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모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향후 노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문준혁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기업이 통합교섭에 참여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배경으로 교섭 참여가 향후 자회사 매각이나 고용관계 등 다른 사안에서도 모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꼽았다. 다만 문 교수는 기업집단을 포괄하는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상 책임과 개별 자회사 근로자에 대한 책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제를 맡은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 전체를 일률적으로 하나의 사용자로 간주하기보다는 모기업이 실제 지배·결정권을 행사하는 근로조건의 범위에 따라 교섭 책임을 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경총 가입한 네이버…네이버제트 쟁의행위 가결까지 노사 리스크↑
노사관계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네이버도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회원사 가입을 신청해 정식 회원사가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AI로 산업-산업의 연결과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이라 다양한 기업들과 더 긴밀하게 융합하고, 범기업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가입해 일각에서는 노무·노사관계 대응에 전문성을 갖춘 사용자단체인 경총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최근 네이버제트에서도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네이버제트 노조는 임금협약 교섭이 결렬된 뒤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통합교섭 추진까지 본격화하면서 개별 계열사에서 발생한 노사 현안이 본사의 교섭 책임을 둘러싼 논의와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오는 20일 통합교섭 추진을 공식화하면 구체적인 교섭 대상과 의제, 네이버 본사의 참여 범위 등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shushu@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