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 압박에 美 저가폰 ‘휘청’…100달러 미만 판매 64%↓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전 11:51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저가 제품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중동 지역 분쟁에 따른 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의 구매 여력이 줄어든 데다 메모리 가격 상승까지 겹친 영향이다.

2025년 2분기와 2026년 2분기 미국 선불폰 시장 브랜드별 판매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5년 2분기와 2026년 2분기 미국 선불폰 시장 브랜드별 판매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카운터포인트는 하이퍼스케일러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구축이 확대되면서 램 수요가 크게 늘었고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담해야 하는 메모리 비용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품 가격이 낮아 원가 상승분을 흡수하기 어려운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애플과 삼성전자(005930), 모토로라, 구글 등 미국 스마트폰 시장 4대 제조사의 2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줄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 판매량은 45% 급감했다.

대형 제조사는 구매 규모를 앞세워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에 부품 재고를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 제조사는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관세 우려와 부진한 선불폰 시장으로 일부 중소 브랜드가 미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한 데 이어 원가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HMD도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100달러 미만 초저가 스마트폰이다. 해당 가격대 판매량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초저가 제품 출하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인상한 영향이다.

특히 통신사가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화이트라벨 스마트폰 판매가 크게 줄었다. 부품 원가가 오르면서 화이트라벨 제품과 삼성전자·모토로라 등 대형 제조사의 보급형 제품 간 가격 차이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미국 선불폰 시장 판매량은 2분기 11% 감소했지만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오히려 점유율을 확대했다. 경쟁 중저가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는 사이 통신사들이 삼성전자 갤럭시 A 시리즈와 모토로라 모토 G 시리즈를 번호이동 고객 확보용 주력 제품으로 활용한 결과다.

가격대별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모토로라가 2분기 일부 모토 G 시리즈 가격을 올리면서 200~299달러 가격대 판매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로 커졌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갤럭시 A17 가격을 50달러 인상했다.

스마트폰 가격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이 아이폰18 시리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3분기 미국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통상 미국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아이폰 가격 변동이 전체 시장 ASP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다만 판매량은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가격 인상분을 얼마나 보조할지가 관건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아이폰15 시리즈 이용자를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강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사가 가격 인상 이후에도 아이폰18을 무료 또는 이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공할 경우 판매 호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시장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의 수익성 압박이 심해지면서 미국 선불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를 중심으로 더욱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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