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784 누빈 로봇 '루키' 첫 휴가 떠났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5:3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네이버(NAVER(035420)) 제2사옥 ‘1784’를 누비며 직원들에게 커피와 도시락, 택배 등을 배달하던 자율주행 로봇 ‘루키’가 4년 만에 첫 ‘휴가’를 떠났다.

차세대 상용화 모델인 ‘루키2’ 투입을 앞두고 로봇과 운영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하면서다. 1784에서 운행하며 데이터를 쌓은 네이버 로봇 기술은 최근 일본 대형 복합빌딩까지 진출하며 사내 실증에서 외부 상용화 단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배달 중인 루키(사진=네이버)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배달 중인 루키(사진=네이버)
13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두 달간 1784 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2022년 로봇 친화형 스마트빌딩으로 준공한 네이버 1784에서 관련 서비스가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이 기간 기존 루키 운영 환경을 점검하고 연내 상용화 버전인 루키2로 전환할 계획이다.

루키는 2022년 1784 개관과 함께 실전 운영을 시작했다. 루키는 네이버 직원이 사내 시스템을 통해 커피나 물품을 주문하면 건물 곳곳을 이동하고,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를 타고 층간 이동해 회의실과 업무 공간까지 배달한다.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조직인 네이버랩스는 지난 4년간 루키를 활용해 도시락·커피·택배·편의점 상품·서류 등 5종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임직원들이 이용한 로봇 서비스는 누적 약 8만회에 달한다.

최근 서비스가 멈추면서 사내에서는 회의실 등에서 이용하던 커피와 물품 로봇 배송이 사라져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로봇 서비스가 4년간 직원들의 일상적인 업무 편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네이버랩스유럽의 플로랑 페로닌 박사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외형은 화려하지 않을지 몰라도 루키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실제 사용자에게 가치를 주는 로봇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배달 중인 루키(사진=네이버)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배달 중인 루키(사진=네이버)
◇1784서 4년 실증…‘루키2’로 범용성 높인다

이번 운영 중단은 단순한 정비를 넘어 루키2로의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

루키2는 전체 클라우드 관제에 기반해 작동하는 기존 루키와 달리 온디바이스 측위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적용한다. 개별 로봇의 자체 판단을 통한 제어와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784처럼 처음부터 로봇 운용을 고려해 설계한 ‘로봇 친화형 빌딩’뿐 아니라 일반 오피스와 상업시설에서도 활용하기 쉽게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다. 네이버는 연내 1784 내 로봇을 루키2로 전환해 운영 안정성을 검증한 뒤 국내외 다양한 환경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루키는 도시락·커피·택배·편의점 상품·서류 등 5종의 배달 서비스를 4년간 8만건 이상 제공했다.(사진=네이버)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루키는 도시락·커피·택배·편의점 상품·서류 등 5종의 배달 서비스를 4년간 8만건 이상 제공했다.(사진=네이버)
◇홍콩 로봇 쓰던 日빌딩도 ‘루키’로…상용화 시동

1784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은 이미 해외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팀네이버는 지난달 일본 도쿄의 대규모 복합빌딩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 루키와 멀티로봇 관제 시스템 ‘아크브레인(ARC brain)’, 디지털트윈, 비전 기반 측위 기술 ‘아크아이(ARC eye)’ 등을 공급했다. 1784에서 고도화한 스마트빌딩 기술을 외부 일반 건물에 상용화한 첫 사례다.

특히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는 기존에 홍콩 로봇기업 라이스 로보틱스가 개발한 배송 로봇 ‘RICE(라이스)’를 운영해온 곳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계기로 기존 배송 로봇을 네이버의 루키로 전격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로봇이 이미 운영되던 일본 주요 복합빌딩에서 네이버 로봇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4년간 1784 사옥을 누빈 실증 성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일본 현장에 맞춰 아크브레인도 손봤다. 로봇 전문가가 아닌 일반 빌딩 운영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유리벽과 에스컬레이터 등 새로운 구조물을 인식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화물 엘리베이터로 이동해야 하는 현지 환경에 맞춰 동선을 설계하고, 기존 엘리베이터와 자동문도 아크브레인이 통합 관제하도록 했다.

첫 도입 사례인 일본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루키 로봇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구현해온 네이버의 DNA처럼 로봇 기술 역시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핵심 목표”라며 “지난 4년간 1784에서 축적한 로봇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용 로봇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피지컬 AI가 일상에 자리 잡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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