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더 줄게”...통신사 싹쓸이에 보안업계 ‘비상’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4일, 오후 02:12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최근 인력들이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로 많이 이탈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큽니다.”

지난 13일 판교에서 만난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밝혔다. 국내 주요 정보보안 기업들이 잇따른 대형 해킹 사고의 반사이익으로 상반기 호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인력 이탈’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신사 대규모 채용에 인력 유출 우려하는 보안업계[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통신사 대규모 채용에 인력 유출 우려하는 보안업계[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통신 3사, 보안 인력 확보 전쟁...LGU+·KT 보안 인력 확대 속도

통신업계는 잇따른 해킹 사태 이후 보안 투자를 늘리며 인력을 대거 늘리고 있다. 통신 3사(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가 최근 단순한 통신 네트워크 제공자를 넘어 AI 데이터센터(AIDC), 클라우드, B2B AI 솔루션 등 신사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은 지난해 정보보호 전담 인력을 526명으로 전년 대비 61.0% 늘렸고, 투자액 역시 1,434억 원으로 53.7% 대폭 확대했다. KT와 LGU+ 역시 각각 1,275억 원(+2.0%), 966억 원(+16.7%)을 투입하며 전담 인력을 각각 317명(+9.3%), 351명(+19.0%)으로 확충했다.

올해는 KT와 LG유플러스의 실질적인 투자액과 채용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LGU+는 현재 AI 보안 담당자, 엔드포인트·사용자 보호 담당, 무선망 보안 엔지니어 등 전방위적인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KT 역시 전사 시스템 침투 테스트 및 보안 진단을 담당할 최정예 모의해킹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호실적 낸 보안업계…인력 붙잡기 ‘총력’

문제는 대기업과 통신사의 공격적인 인력 확보전이 국내 중소 보안업계의 ‘인재 가뭄’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EDR(엔드포인트 탐지·대응) 및 제로 트러스트 솔루션 수요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 성장을 달성했다. 해킹 수법이 지능화되고 정부의 과징금·공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보안 예산 집행이 늘어난 덕분이다.

안랩은 올해 상반기(연결 기준) 잠정 매출 1304억원과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62.3% 증가했다.

지니언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49억2000만원, 영업이익 43억1000만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9%, 294.3% 증가했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붙잡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통신사와 같은 대기업이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 혜택, 풍부한 리소스를 앞세워 헤드헌팅에 나서면서 보안기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5~10년 차 핵심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보안기업의 평균 처우 수준이 과거 대비 개선되기는 했지만, 대기업이나 통신사로 이동할 때 제시받는 연봉 상승 폭과 비교하면 현실적인 격차가 존재한다”며 “일은 많은데, 제품을 고도화할 수 있는 숙련자가 빠져나가다 보니 남아있는 직원들의 피로도까지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U+가 최근에 보안기업 파고네트웍스 인수를 한것도 한 번에 많은 인력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며 “LGU+도 일이 몰리면서 전문 인력들이 몸값을 높여 다른 곳으로 이탈하는 만큼 지속 채용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력 이동 자연스러운 현상...미스매치가 문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력 쏠림 현상이 국내 보안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도 해킹 등 공격 형태의 보안 인력보다는 이를 탐지하고 조사하는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보안 인력난의 본질은 단순히 절대적 숫자의 부족이 아니라, 정부 양성 프로그램이 공격·모의해킹 분야에 편중돼 있는 것”이라며 “실무에 필요한 IT개발, 탐지, 조사 등 인력을 충분히 양성해 수급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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