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못 버리는 中, AI 모델은 美 턱밑 추격

IT/과학

뉴스1,

2026년 8월 17일, 오전 06:40

(챗GPT 생성 이미지.)

미국이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틀어막은 지 수년이 지났지만 중국의 대표 AI 모델은 여전히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첨단 AI 개발 현장에서 엔비디아의 벽은 여전히 높다.

반면 AI 모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GPU 통제에도 문샷AI의 '키미 K3', 알리바바의 '큐원(Qwen) 3.8 맥스', 즈푸AI의 'GLM-5.2' 등 중국 모델은 미국 최상위 모델과의 성능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특히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개발자와 연구자를 끌어들이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최첨단 AI 모델 훈련에는 여전히 엔비디아 GPU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고성능 GPU 수출을 제한해 왔다. 중국 정부도 자국산 AI 반도체 사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최첨단 모델 개발 현장에서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화웨이의 CANN(신경망 컴퓨팅 아키텍처) 등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CUDA를 대체할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선택하지 않고 기존 개발 환경을 바꾸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GPU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오랜 기간 CUDA를 중심으로 형성된 소프트웨어와 개발자 생태계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는 오랫동안 AI 개발 업계의 표준이었다"며 화웨이 CANN으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양의 코드를 다시 작성하고 최적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은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이달 초 발표한 소버린 AI 대형언어모델(LLM)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55개국의 170여 개 AI 모델 가운데 92.4%가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학습 또는 추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PU 막혔는데 모델은 추격…中 오픈웨이트 영향력 확대
AI 모델 경쟁에서는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5년 딥시크가 저비용·고효율 모델을 내놓으며 AI 업계를 흔든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의 여러 모델이 미국 기업의 최상위 모델을 추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을 활용해 자체 모델을 고도화하는 '증류'(distillation)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모델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개량할 수 있도록 하는 중국 기업의 오픈웨이트 전략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은 연구 현장에서 실제 활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2100만 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분석한 결과, 하나의 AI 모델 계열만 활용한 연구 가운데 오픈웨이트 모델을 선택한 비율은 44%였다.

이 가운데 중국산 모델의 비중은 60.5%에 달했다. 알리바바의 큐원은 전체 단일 모델 연구의 22%에서 사용돼 메타의 라마(8.6%)를 크게 앞섰다.

최첨단 AI 반도체와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는 미국 기업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구자와 개발자가 직접 선택해 활용하는 오픈웨이트 모델 생태계에서는 중국산 모델이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소버린 AI 대형언어모델(LLM) 분석 보고서.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홈페이지 캡처)

美는 GPU로 막고 中은 모델로 확장…복잡해진 AI 패권 경쟁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대중국 AI 통제가 갖는 한계와 중국의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중국이 확보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을 제한하고 있다. CUDA를 중심으로 구축된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고려하면 미국이 AI 컴퓨팅 분야에서 확보한 영향력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면서도 핵심 컴퓨팅 인프라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하드웨어뿐 아니라 개발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미국으로서는 GPU 공급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중국 AI 생태계의 확산까지 차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제한된 컴퓨팅 환경에서도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오픈웨이트 전략을 통해 글로벌 연구·개발 생태계에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미중 AI 경쟁은 미국이 우위를 가진 '컴퓨팅 인프라'와 중국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오픈웨이트 모델 생태계'가 동시에 맞서는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GPU를 통한 기술 통제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중국이 엔비디아 의존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지가 향후 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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