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IP 확보에 목숨 거는 이유...에버그리닝 승부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전 08:21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사진=SK바이오팜.)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신약 개발 승패는 더 이상 허가를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특허와 배타적 판매권 등 지식재산권(IP)을 얼마나 오래 지켜내느냐가 수익성과 후속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업계 전반에 'IP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K바이오팜(326030)은 핵심 제품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독점 판매 기간 연장에 사활을 걸며 업계에서 적극적인 IP 전략을 펼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엑스코프리 독점 판매 연장 추진”

SK바이오팜(326030)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 등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국내 유일한 회사로 꼽힌다. 캐시카우 제품인 엑스코프리가 미국 출시 이후 꾸준히 매출 신기록을 써나가는 만큼, IP 기간의 연장 여부에 따라 회사의 중장기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바탕으로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한 R&D 비용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현재 엑스코프리의 배타적 판매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배타적 판매 기간이란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의약품을 한 회사만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경쟁사들의 제너릭(복제약) 출시 시점을 늦추고 판매 수익을 보장하는 일종의 특허 보호 장치다.

현재 엑스코프리 미국 내 배타적 판매 기간은 2032년까지로, SK바이오팜은 이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5일 발표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엑스코프리의 배타적 판매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 초창기 개발 제품으로, 2005년 미국 FDA로부터 임상시험승인(IND)을 받고 임상을 진행해 2020년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다. 2021년 3월에는 유럽 EC 판매허가를 획득하고 같은 해 6월 유럽시장에 온토즈리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내놨다.

엑스코프리 미국 시장 출시 이후 매 분기 매출 신기록을 쓰며 SK바이오팜의 핵심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2020년 4분기 77억원에 불과했던 엑스코프리 매출은 올해 2분기 무려 224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SK바이오팜의 올해 2분기 매출이 247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체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경쟁 신약과 격차도 벌어지는 추세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엑스코프리 2분기 미국 총 처방 건수(TRx)는 약 14만3000건으로 전 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반면 강력한 경쟁자인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 약물 브리비액트는 올해 특허 만료로 제너릭이 출시되면서 처방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 2분기 실적자료에는 구체적인 경쟁사 제품명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A, B, C로 명명된 경쟁사 제품들의 TRx가 작년과 올해를 기점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바이오팜이 엑스코프리의 배타적 판매 기간을 늘리는데 사활을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점 판매 기간만 확보될 경우, 향후 몇 년 동안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에는 라이프사이클 관리를 전담하는 지식재산(IP)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특허 전략의 핵심 '에버그리닝'

SK바이오팜이 추진하는 엑스코프리의 배타적 판매 기간 연장 추진은 이른바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이라 불리는 전략으로, 특허 만료를 앞둔 기존 의약품에 새로운 특허를 덧붙여 독점권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버그리닝은 이미 해외 빅파마들이 자신들의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글로벌 거대 제약사 머크가 자사 최대 히트작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무더기 특허를 출원한 게 대표적이다. 머크는 지난해 키트루다 한 제품을 통해서만 무려 317억달러(4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로, 키트루다 특허 보호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머크의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키트루다의 주요 특허 내역만 보더라도 12건에 달한다. 이는 머크의 다른 의약제품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다만 특허 덩굴을 만들어놓는다고 경쟁사 진입을 무조건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키트루다의 국내 물질특허는 오는 2028년 만료 예정인데,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키트루다의 물질특허 만료를 노리고 기존 특허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24년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1상과 3상을 통해 개발 중인 제품과 오리지널 의약품 간 약동학, 유효성, 안전성, 면역원성 등의 비교 연구를 수행하고 탑라인 결과를 지난 6월 공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임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서도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에 촘촘한 특허 그물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2009년 11월 키나아제 억제제에 대해 최초물질특허를 냈으며, 2015년 유한양행으로 기술이전된 이후에는 미국 정규출원과 특허협력조약(PCT) 출원도 마쳤다. 이후 렉라자 특허 관련해서는 2018년 기술을 사들인 미국 거대 업체 존슨앤드존슨(J&J)이 후속적으로 특허 연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렉라자는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국산 항암 신약이자 3세대 표적 폐암 치료제다.



◇특허 완전 보호 어려워…주도권 우위 확보 전략

특허를 연장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화합물이나 분자 그 자체의 화학·생물학적 구조를 보호하는 물질특허로, 미국에서는 특허존속기간연장(PTE)을 통해 최대 5년간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신약은 임상시험·허가 심사기간 동안 특허권을 행사 못 하는 것을 감안해 이 기간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이미 이 제도를 활용해 특허물질 만료 기간을 기존 2027년에서 2032년으로 5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앞으로는 제형, 제법, 용도, 투여법, 병용 등 다른 특허를 활용해 특허를 보호해야 하는데, 이 경우 특허 보호가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웅 특허법인 정진 대표 변리사는 “제형 변경 등의 특허를 활용해 제품의 특허 기간을 보호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결국 특허를 완전히 보호한다기보다는, 제너릭이나 바이오시밀러 출시 이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우회 전략을 쓴다고 하더라도 오리지널약 제약사가 어떤 특허를 만들어놨는지 전부 다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복제 제품을 출시한 뒤에 오리지널약 제약사와 특허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제약사들 간에 로열티 계약을 맺으면서 합의점을 찾는데, 기존 특허가 많을수록 협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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